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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마저 희게 하는 순결의 '仙木' [마가목]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22. 16:55

마음마저 희게 하는 순결의 '仙木' [마가목]

 

 

 

 

마 가 목

동해의 외딴 섬 울릉도에는 가운데 성인봉이 자리하고 있다. 힘겹게 길고 긴 원시림을 지나 성인봉 정상에 오르면 허무하리 만치 섬이 발 아래 가깝게 보인다. 섬과 이러진 바다, 그리고 바다와 만나는 하늘까지도 모두 함께 보인다.

이 성인봉 가장 높은 곳에서 성인처럼 살고 있는 나무가 바로 마가목이다(정확히는 당마가목이다.) 그래서 나는 산정에서 만나는 마가목들을 볼때마다 가장 높은 이상을 지닌 나무는 마가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마가목을 보노라면 소나무나 대나무 마져도 속세의 굴레를 벋어 나지 못한 속인처럼 느껴진다.

우거진 숲의 높디 높은 산꼭대기에서 세상을 아래로 굽어 보며 구름을 이고 사는 마가목은 희고 풍성한 꽃으로 순결한 품성을 드러 내었다가도 잡다한 빛 한점 뒤섞이지 않고 오직 붉기만한 열매로 불타는 열정과 그것을 잘 다스린 카타르시스를 보는 주며 가지런한 잎새는 마치 우주의 조화로움을 가르치고 있는 듯 하다.

그렇게 세상사에 초연한 채 산위에 올라서서 자리 잡고 산정을 정복한 이들에게 기쁨이 되어 주고, 애써 만든 열매를 선뜻 산새들의 먹이로 내놓기도 하고, 그런가하면 병들어 죽어 가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껍질을 벚겨 주기도 한다.

세상의 도리를 깨우치고 초탈하여 산속에 묻혀 사는 선인의 모습인 것이다. 간혹 이런 순결한 나무가 도심의 공원이나 가로변에 심겨져 만나지기도 한다. 그래서 도시의 봄도 환해진다.

마가목은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수이며 대게는 7m 남짓 자란다. 관목이라고 하기에는 굵은 줄기가 있고 키도 크며, 교목이라고 하기에는 또 그리 높이 자라지 않아 대게 소교목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산꼭대기에서 바람을 맞고 자라는 나무들은 마치 관목처럼 생겨나고 그 아래서 숲을 이루는 나무들은 10m씩 높이높이 올라가기도 한다.

다소 거치어 보이는 줄기에 무성하게 달리는 잎은 길쭉하며 작은 잎들이 깃털처럼 모여 복엽을 이룬다.

늦은 봄에 피어나는 마가목의 꽃은 하나하나는 작지만 이 작고 귀여운 흰꽃들이 모여서 작은 다발을 만들고 이 작은 다발들이 다시 여러개 모여 10cm 남짓한 큼직한 꽃다발을 만들므로 멀리서 바라보면 풍성한 초록빛 잎새와 어울려 아주 시원스럽고 또 아름답다.

그러나 마가목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열매에 있다. 꽃송이가 풍성했던 만큼 그 줄기마다 가득 달리는 열매의 송이 또한 큼직하고 보기 좋다. 게다가 그 열매의 붉은 빛이라니. 간혹 유난히 파란 가을 하늘이라도 만나면 아직 남아 있는 초록빛 잎새, 시리게 푸른 하늘 그리고 불타는 듯한 열매가 어울어져 선경 을 만든다.

붉게 불들었던 잎새마져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가 그대로 드러난 계절에도 열매는 다소 탄력을 잃기는 했어도 여전히 붉고 아름답게 달린 채 겨울을 맞이한다.

사실 요즈음은 여러 모로 마가목의 순환 시대를 맞이하는 듯 싶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마가목의 관상적 가치가 부각되면서 우리 것을 개발하려는 생각은 뒷전으로 하고 외국의 마가목을 들여오려는 시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이 그 첫번째 수난이고 두번째 수난은 마가목의 약용으로써의 가치가 소문이 나면서 부터이다.

마가목은 오래전부터 약용식물로 이용되어 왔다. 대게는 종자를 마가자라고하여 처방하는데 열매를 주로 쓴다. 열매를 술에 담궈 반년 이상 두었다가 먹는다. 최근 일어나는 가장 큰 수난은 수피가 각종 성인병에 좋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그 깊은 심산의 나무들이 모조리 껍질이 벚겨 지고 있다.

아주 외진 산속, 힘겹게 오른 높은 산에서 인정없이 껍질이 벚겨진 채 서 있는 마가목들을 바라 볼 때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그런 죄를 짓고 건강할 수 있을지는 정말 의문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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