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꽃과 나무

알알이 빠알간 구슬 '먼나무'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27. 16:31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알알이 빠알간 구슬 '먼나무'
X마스 트리 같구나

 

 

 

 

나무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이름 가지고 말이 많다.

“그 나무가 먼(무슨)나무야?”

 

먼나무. 이름도 희한한 이 나무를 두고 가장 많이 하는 농담이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멀리 있는) 나무’라고도 하고. 하지만 이 나무 이름의 유래를 따지고 보면 ‘나무껍질에 검은 빛이 많아 먹물 같다’는 뜻의 제주도 방언 먹낭에서 먼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신빙성이 높다.

 

이 나무를 제대로 알고 나면 재미 삼아 해보았던 ‘먼나무’의 의미가 뚜렷해진다. 지금처럼 가을도 겨울도 아닌, 어정쩡한 계절에 초록으로 반짝이는 둥근 잎새를 배경으로 나무 가득 붉은 열매를 매달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저절로 저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부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실로 멀리 있는, 제주도나 보길도에 가야 만날 수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먼나무는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성 큰키나무이다. 우리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많이 쓰는 호랑가시나무와는 같은 집안 식물이니 그 열매가 붉고 아름다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늦은 봄부터 초여름에 걸쳐 연한 자줏빛의 꽃들이 달리지만 그리 크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아 눈에 잘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이 나무의 절정은 열매이다. 가을부터 붉게 익어가는 구슬 같은 열매들은 어쩌면 그리도 많은지. 게다가 가을부터 달린 열매들은 겨울이 가고 봄이 와 새순이 틀 때까지도 달려 있다 어느 날 문득 새들이 모여들면 열매가 사라져 버린다.

 

쓰임새로 치면, 조경수로 단연 돋보인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열매와 잎이 너무도 멋질 뿐 아니라 나무의 모양도 마치 우산을 펼쳐놓은 듯 단정하고 마음답다. 제주도는 곳곳에 이 나무를 가로수로 심어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공원이나 마당이든 어디에 심어도 좋을 듯싶다. 더러는 분재로 키워 감상하기도 한다.

 

단, 이 나무는 암나무와 숫나무가 따로 있으니 잘못 심으면 헛수고일 수 있다. 어렵사리 숫나무를 심어 열매가 안 열리면 곤란하니 말이다. 좀 더 말해보면 과육에 싹트기를 억제하는 물질이 있어 씨앗을 심어 키울 때에는 반드시 이를 제거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은 여름에 암나무만 골라 꺾꽂이로 증식한다.

 

목재를 조각재나 가구재로 이용하기도 하고, 한방에서는 나무껍질을 ‘구필응(救必應)’이라는 생약명으로 쓰는데 해독, 해열 등 여러 증상에 처방한다.

 

먼나무는 새들도 불러 모은다. 제주도의 지인이 말하기를 새들이 지속적으로 찾아와 열매를 야금야금 먹어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한동안 입대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 나무에 수많은 새들이 우르르 몰려와 한꺼번에 그 많은 열매를 먹어치운다고 한다. 마치 새들의 대장이 있어 가장 좋은 날을 잔칫날로 지정하여 집단 포식하듯이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다만, 그 덕분에 오랫동안 나무 열매와 그 나무에 찾아드는 새들을 바라볼 수 있는 제주도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정말로 부럽기만 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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