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에 매달린 선홍빛 열매, 혹한을 인내하는 강인한 생명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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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 강렬하여 눈에 뜨이는 나무 중에 딱총나무가 있다. 아주 작은 붉은 구술이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리니 마음만 먹으면 구경이 가능하다.
딱총나무는 인동과에 속하는 낙엽 지는 작은키나무이다. 덩굴은 아니지만 가지가 늘어져 엉클어지듯 되어 있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고 세로로 길게 쭉쭉 찢어지듯이 갈라진다. 그 속은 수수깡처럼 푹석하여 아주 예전, 무엇이든 부족하던 시절에는 수수깡처럼 쓰기도 했다.
잎은 작은 잎들이 2~3쌍씩 모여 하나의 겹잎을 이룬다. 사실 딱총나무는 비슷한 나무가 있는데 우리가 산에서 그냥 당연히 “딱총나무”구나 하고 지나쳤을 나무들 중에는 상당수 다른 나무일 수 있다.
만일 잎의 양면에 털이 있다면 이건 지렁쿠나무(사실 사진에 함께 소개되는 나무는 지렁쿠나무이다)이고, 털은 없지만 잎 가장자리의 작은 톱니들이 안으로 굽었다면 그건 덧나무이다.
꽃은 5월에 피고 각각은 작지만 여러 개가 모여 황록색의 꽃덩어리처럼 달린다. 꽃색이 화려하진 않아도 금새 눈에 뜨인다. 열매는 늦은 여름부터 익기 시작하여 오래 달린다.
딱총나무란 이름은 줄기의 속이 독특하여 꺾으면 ‘딱’하고 ‘총’소리가 나서 그리 부른다고 한다. 앞에서 말한 나무들과 비슷하여 서로 이름을 섞어 부르기도 하고 개똥나무, 오른재나무, 자반나무 등으로 부른다.
한방에서는 접골목이란 이름으로 유명하다. 딱총나무를 특히 고려접골목, 조선접골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름 그대로 뼈가 부러졌을 때 이를 붙이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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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고도 타박상이나 골절이 있어서 통증을 멈추게 하는데 그 효과가 아주 신속한 것으로 유명하다. 잎 등을 달여 먹지만 그 물에 목욕을 해도 좋다고 한다.
그 밖에도 매우 다양한 증상에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다. 약으로 쓸 때는 앞에서 말한 비슷한 나무들이 모두 함께 쓰인다. 재미난 것은, 봄에 꽃을 따서 몇 개월 술에 담그어 두었다가 얼굴에 바르면 기미 주근깨 같은 것이 없어지고 살결이 고와진다는 이야기도 들리니 내년 봄엔 직접 실험을 해보야겠다. 꽃을 차로 마시기도 한다.
대중화 되어있지 않지만 꽃과 특히 열매가 보기 좋아 조경수로도 이야기된다. 공원도 좋고 크지 않으니 정원에 들여와도 괜찮을 듯. 모양을 잘 만들면 줄기가 휘어지듯 늘어져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앞에서 말했듯 줄기는 이러저러한 세공을 하여 만들기 하는 좋은 재료이고 어린 순은 나무로도 먹을 수 있다. 염료로도 이름을 얻고 있는데 매염제에 따라 잎과 열매에 따라 다른 색이 나온다고 한다.
그저 잡목이라고 불리었을 딱총나무. 이름도 정겹고 요긴한 쓰임새가 있으니 좋다. 그늘에서도 추위에서도 잘 견디니 그 강인함도 좋다. 무엇보다 이 가을 숲에 그 깨끗하고 선명하게 붉은 열매가 아름다워 좋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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