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홀리는 매혹적인 꽃 시로미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시로미는 아주 특별한 식물이랍니다. 시로미과에는 오직 시로미 한 종만이 포함된 1과 1속 1종으로 구성된 식물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1911년 일본인 식물학자 나까이에 의해서 한라산에 보고되었으며, 그 후에 백두산이나 관모봉에 자라고 있다고 밝혀졌으니 우리나라로는 제일 남쪽과 제일 북쪽에만 있는 셈입니다.
보통 키가 10cm 남짓하니 나무치고는 아주 작습니다. 작은 줄기에 1cm보다 작은 비늘잎들이 촘촘히 달리며 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지면을, 혹은 바위를 덮습니다. 시로미의 꽃은 이른 봄에 핍니다. 워낙 일찍 피는데다가 워낙 작은 꽃이 달려서 식물에 여간한 관심이 없고서는 꽃을 보고서도 꽃인 줄 모르기도 하지요. 겨울을 이겨낸 진초록색의 잎새와 그 끝에 달리는 짙은 빨간색의 꽃은 강렬하게 조화되어 무척 아름답습니다.
시로미의 열매는 가을에 익습니다. 콩알보다도 더 작은 열매가 가지 사이에 동글 동글 맺히며 검게 익어 가는 모습이 무척 귀엽습니다. 한자로 시로미를 오리(烏李)라고 하는데 이는 까마귀의 오얏이라는 뜻이고, 영어 이름 역시 크로우베리(Crowberry) 즉 까마귀의 열매입니다. 본디 동서양은 정서가 달라 한 식물의 이름을 전혀 다르게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우연히 마음이 통했는가 봅니다. 정말로 한라산에 가을이 오고 시로미가 익어 가면 암벽 틈에 까마귀가 모여 든다고도 합니다. 서양에서도 시로미의 열매를 먹는데 열매로 잼을 만들기도 하지만 불로초라는 일부 사람들과의 생각과는 반대로 많이 먹으면 취해서 두통이 온다고 피하기도 합니다.
젊음과 생명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워낙 대단한 만큼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든 불로초에 온갖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아직까지 불로초를 구하여 영원히 살았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이 시로미를 불로초라고도 합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시로미보다 좋은 약재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괜한 욕심에 이 땅에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시로미를 고생시키느니 이 소중한 식물이 편안히 자라도록 애쓰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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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의 소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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