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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고] 쌀 관세율 513% 관철이 중요

대한민국 산림청 2015. 7. 17. 14:21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한국은 쌀에 대해서 관세화 유예 국가라는 예외적 통상국 지위를 유지해 왔다. 관세화 유예 기간 20년 가운데 전반부 10년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후반부 10년은 2004년 쌀 재협상 결과였다. 물론 대가를 지불하는 예외적 지위였다. 대가는 낮은 관세로 일정물량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 주는 것이었다. 의무수입물량은 정해진 증량 의무에 따라 매년 증가했는데 1995년 5만1307t에서 2014년엔 40만8700t으로 늘어났다. 국내 쌀 소비량의 10%에 이른 의무수입물량은 쌀 산업에 큰 부담이 됐다.


이에 정부는 작년 7월, 관세만 부과하고 수입을 허용하는 쌀 관세화를 선언하고, 9월에는 관세수준 513%를 발표했다. 곧이어 관세 513% 명시와 함께 예외적 지위 상황에서 유지해 온 쌀의 낮은 관세 의무수입물량(MMA) 가운데 밥쌀 의무수입비율 조항을 삭제한 양허표 수정안을 WTO에 통보했다. 현재 이 수정안은 이해 관계국과 검증 절차에 있다.


관세화 선언과 함께 양허표 수정안을 WTO에 제출한 것은 한국이 쌀의 예외적 통상국가에서 일반적 통상국가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예외적 지위와 일반적 지위의 양허표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서 제기되는 밥쌀 수입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이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다. 예외적 지위 시절 전반부 10년 동안 한국은 밥쌀을 제외하고 가공용 쌀로만 의무수입물량을 채웠다. 이는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 위한 2004년 쌀 재협상에서 당연히 문제로 제기됐다. 관세화 유예 유지를 위해 한국은 결국 양보했고, 후반부 10년 동안은 밥쌀을 적어도 30%까지 수입할 것을 양허표에 규정했다. 실제로 밥쌀 의무수입비율은 관세화 유예 후반부 첫해인 2005년에 10%로 시작해 매년 4%씩 증가, 2010년엔 30%가 됐다.


이처럼 밥쌀은 전반부에는 양허표에 아무런 표시 없이 수입하지 않았고, 이해 관계국의 문제 제기로 후반부에는 의무수입비율을 명시하고서 수입하는 상반된 조치를 취했다. 표시 없이 수입하지 않은 것도, 비율을 명시하고 의무 수입한 것도 내국민대우나 국영무역에서의 상업적 고려 원칙 등과 같은 WTO 일반원칙에서 볼 때 모두 이례적이다. 이런 이례적 조치는 관세화 유예 국가라는 예외적 지위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이제 한국은 일반적 지위로 전환한다는 선언으로 양허표 수정안을 WTO에 제출했다. 그래서 예외적 지위에서의 이례적 조치는 더 이상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수정안에 담아야 한다. 관세 513% 명시와 밥쌀 의무수입비율 조항 삭제는 513%의 관세만 부과하고 내국민대우·국영무역원칙과 같은 WTO의 일반원칙에 따라 모든 쌀을 수입한다는 뜻의 표시다. 의무수입비율 조항 삭제는 정해진 비율에 따른 밥쌀 의무수입 중단을 뜻하는 것이지 밥쌀 수입 완전금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513%의 고율관세가 검증에서 인정된다면 모든 쌀의 일반수입은 사실상 힘들다. 거기다 밥쌀 의무수입비율 규정을 삭제했다고 해서 저율관세 의무수입으로도 밥쌀을 수입하지 않는다면 이는 가공용 쌀로만 의무수입물량을 채우던 과거 관세화 유예 전반부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상황을 이해 관계국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이해 관계국과의 검증협의 과정에서 관세수준 513% 관철이 중요하다. 따라서 저율관세 수입물량 운용이 관세율 검증협의에 불리한 빌미가 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양허표 수정안 제출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갈등을 사전에 방지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소통을 통해 수입 밥쌀에 대한 철저한 원산지 관리로 국내 쌀과 혼용되지 않도록 하고, 국내 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도록 제도를 운용할 것을 믿게 함으로써 제기되는 우려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김한호 교수(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농민신문 | 2015년 7월 6일 보도


 

출처 : 새농이의 농축산식품 이야기
글쓴이 : 새농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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