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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사찰 송광사와 선암사를 품은 순천 조계산

대한민국 산림청 2018. 3. 30. 17:00



 호남정맥의 주요 산인 조계산입니다.
고도가 887m에 이르는 산이지만 스님들의 식기인 발우를 엎어놓은 것처럼 부드러운 산입니다. 곳곳에 계곡도 잘 발달돼 잔뜩 머금은 물기를 계곡으로 시원스럽게 쏟아냅니다.


조계산이 수많은 등산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것은 전국 3대 사찰로 승보사찰인 송광사와 천년 고찰인 선암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전북 주화산에서 시작해 광양 백운산까지 흐르는 호남정맥 길을 걷는 사람도 반드시 거쳐가는 산이지요.





오늘 조계산 산행은 호남정맥이 지나는 접치에서 시작해 최고봉인 장군봉을 거쳐 송광사로 하산하는 코스입니다.





도상거리 12.12kw에 6시간 45분이 소요되었으며 점심 등 휴식 시간이 1시간 13분입니다.
산행 난이도는 중하로 접치가 약 200여 m 지점에 위치했기에 접치까지 약 3.1km 정도만 오르면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접치의 모습인데요, 호남고속도로가 생기기 전 광주에서 순천 가는 22번 국도가 바로 접치를 지나죠.
긴 걸음을 이어온 호남정맥도 접치에서 잠시 끊긴 모습인데요, 생태계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이동로가 필요해 보입니다.





접치재에서 접치까지는 3.1km인데요, 완만한 오르막에 중간중간 긴 능선도 나오기에 숨이 턱에 찰 정도로 가파르지 않습니다.
쉬어쉬엄 걷다 보면 언제 도착했는지 모르게 접치에 도착하죠.





산행 일은 무척 더웠는데요, 낮 기온이 영상 20도를 상회했죠.
모두들 아침엔 두툼하게 옷을 껴 입고 나왔다가 몇 걸음 옮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두터운 상의를 탈의합니다.

지난달 걸었던 옥과 설산의 비단 같은 갈비(枯松葉) 길이 생각나군요.
빽빽하게 들어선 울창한 숲에 깔린 푹신한 고엽송(枯松葉)인 갈비를 밟을 때마다 푹신 거리는 감각이 뇌까지 전달됩니다.





호남정맥답게 곳곳에 산악회 시그널이 걸려있군요.





접치 방향은 북사면이라 오래전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있습니다.
옆에 밧줄은 아마 눈이 내렸을 때 요긴하게 쓰일 것 같군요.





접치에 도착했습니다.
3.1km를 오르는데 1시간 50여 분 걸렸군요.

체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후미에 처진 친구들을 데려간 시간이니 보통 체력이라면 1시간 30분 정도면 오를 것입니다.
이곳에서 선암사와 송광사로 바로 내려갈 수도 있는데요, 우리는 산속에 있는 보리밥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기에 장군봉을 향해 걷습니다.

 




조망 없는 길을 걷다 만난 조계산 풍경입니다.
우측으로 제일 높은 봉우리가 연산봉이군요.
900m 가까운 산이지만 어느 한구석 성깔 있는 봉우리는 없습니다.
모두가 두리뭉실하고 펑퍼짐합니다.





접치에서 최고봉인 장군봉까지는 800m 정도인데요, 역시 큰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장군봉에서는 선암사로 바로 하산하는 코스가 있죠.
조계산 등산로는 선암사와 송광사 방향에서 정상 쪽으로 수많은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데요, 비라도 내리거나 눈이 녹으면 산 전체가 질퍽한 흙탕길이 됩니다.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인데요, 양지바른 쪽은 그나마 다 말라 걷기에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조계산도 등산로 정비를 꽤 잘되어 있는데요, 긴 내리막엔 계단을 설치하고 걷기 불편한 곳은 보행 매트를 깔아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작은 굴목재에서 바라본 장군봉 방향입니다.
우측으로 내려가면 오늘 점심을 해결할 보리밥집이 나오죠.
계속해서 큰 굴목재 방향으로 가도 보리밥집은 갈 수 있습니다.





큰 굴목재에서도 송광사와 선암사로 길이 나뉘는데요, 큰 굴목재는 천년불심길이라고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길이 있습니다.
천년 세월 동안 불자들이 부처를 찾아 걸었다는 길인데요, 시공간을 넘는 불심의 길입니다.





보리밥집에 도착했습니다.
어디서 출발하든 중간 정도에 위치했기에 조계산을 찾는 등산인들은 점심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이곳에서 보리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는데요, 한 군데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집이 있길래 골라가는 재미도 있지요.

어떤 집은 3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는데요, 등산객에겐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최근엔 인근에 현대식 화장실도 지어 편의성도 높였습니다.

혹시 부상으로 더 이상 걷기 힘들다면 여기서 택시 타는 곳까지 보리밥집 차량으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일행도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친구 몇 명이 그렇게 송광사로 이동했죠.





잘 차려진 보리밥상입니다.
밥상에서도 봄이 왔음을 알 수 있군요.





이제 송광사까지 잘 닦인 등산로를 걷습니다.
송광사 주차장까지는 약 4.2km인데요, 전체 거리가 12.12km였기에 3분의 1만 걸으면 됩니다.





배도사 대피소입니다.
1969년경 광주일고에 다니는 학생들이 조계산에 왔다가 폭설에 길을 잃어 여러 명이 사망하는 조난사고가 있은 뒤 1983년경 지었다고 합니다.

성이 배씨라고 알려진 긴 머리 수염의 남성이 1984년 이 대피소에 들어와 기행을 하면서 구전으로 배도사 대피소라 불렸다는데요, 그의 기행을 조계산 보리밥집의 최석두 씨 부부가 증언한 배도사 대피소에 대한 일화가 적혀있습니다.





숯가마 터를 지나는데요, 약 60여 년 전 마지막 숯불이 꺼졌다고 합니다.





송광사로 넘어가는 마지막 고개인 송광 굴 목재입니다.





송광 굴 목재에서 송광사까지는 긴 내리막으로 된비알 돌길이 이어집니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데요, 1km 정도만 내려가면 되니 걱정을 덜어놓습니다.
송광사로 가는 길목에 홍골이라는 조계산 피아골이 있는데요, 지리산 피아골처럼 6.25를 전후한 빨치산들의 은신처로 군 토벌대의 작전이 마지막까지 이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조계산 피아골에서는 당시 유골들과 그들이 사용했던 탄창과 철모, 식기 등이 많이 발견되었다는데요, 꽤 깊은 계곡으로 비룡폭포도 있어 보려면 안전에 유의해야 합니다.





마침내 오늘 산행의 종착역인 송광사에 도착했습니다.
반영이 아름다운 임경당인데요, 거울처럼 맑은 물에 비치는 모습이 전혀 절 같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저 누각에 앉아 풍류를 읊었을지도 모를 어느 한량이 있었을 것 같은 분위기인데요, 조계산에서 발원된 물은 불일 계곡을 따라 송광사 경내로 들어가는 능허교를 지나면서 부처님의 말씀을 담고 속세로 흘러들어갑니다.  

구비 져 흐른 물은 송광천을 만들고 주암댐으로 흘러들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물이 되고 낱알을 만들어내는데요, 산행 중 만나는 천년고찰은 기왕이면 꼭 들러보고 나오면 좋습니다.

특히 송광사는 법정 스님이 계시던 곳인데요,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로 글을 맺을게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배움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 본 기사는 산림청 제9기 블로그 기자단 심인섭 기자님 글입니다. 콘텐츠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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