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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火魔가) 남긴 상처에 바른 연고, 우리의식(We-feeling)”

대한민국 산림청 2019. 4. 19. 11:00




  유난히도 바람이 세게 불던 4월 4일 오후 2시쯤이었다. 오후의 평온함을 깨우는 전화소리.... “산불 출동이다!”


  산불 출동이라니...불이라고는 어릴 때 불장난만 할 줄 알던...내가 산불을 끈다고???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다른 직원들과 우선 현장으로 급하게 출동하였다. 


  내가 현장에 지원 부서로 도착했을 땐 이미 산불 진화가 한창이었다. 웅장한 헬리콥터 소리, 분주한 산불진화 차량들의 소리, 멀리서 바라봐도 산중턱부터 불에 타고 있는 산은 몹시 위협적이었다. 메케한 냄새는 코를 찌르고, 산불 연기도 어느새 마을 어귀까지 내려와 있었다. 이렇게 큰 불을 가까이에서 본 건 태어나 처음이라, 심장이 몇 배는 더 쿵쾅거릴 정도였다. 이곳 인제에서 근무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 스스로를 ‘산불’과는 관련 없는 평범한 청년이라고만 여겨왔던 탓일까, 몸소 산불을 경험해본 그때의 감정은 파괴적(?)일 정도로 대단했다.









  나는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을 해야하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할 찰나...“재웅씨~산불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지?.” 옆에 팀에서 근무하시는 선배 직원분께서 이런한 상황이 익숙한 듯 나를 다독여 주셨다. “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던...주임님이 지금은 흡사 ‘슈퍼맨이 슈퍼맨 복장’을 갈아입는 듯 어느새 붉은 색 진화복장을 한 든든한 산불진화 특공대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모든 직원 분들과 진화대 분들이 봄꽃과 불꽃이 함께 피어있는 산속으로 하나둘씩 올라가기 시작하셨다. 






  나는 비록 직접 산속에서 산불을 진화를 하는 임무를 받지 못하였지만, 대신 산불을 진화하느라 고생하시는 분들게 식사와 음료를 지원하는 역할을 받았다. 하지만 산불 진화를 위해 노력하시고 고생하시는 직원 분들의 모습은 정말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잿가루로 시커멓게 된 얼굴과 복장을 한건 기본이고, 헬기에서 뿌리는 물을 맞아 온몸이 흠뻑 젖은 분, 무거운 호스와 펌프를 쉴틈도 없이 그 험한 산으로 옮기느라 기진맥진한 분....정말 뉴스나 신문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을 말이다.





  이번 ‘산불’은 가슴 아픈 대형 재난임이 분명하다. 이전과 같은 숲의 모습을 찾으려면 족히 30년은 걸린다고 하니, 산림청 공무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단순히 아프고 쓰린 기억으로만 남기기엔 이번에 내가 처음 겪은 산불에 대한 경험은 다소 입체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부끄럽게도, 난 산불현장 한복판에 직접적으로 투입되어 불을 진화하지는 않았다. 운영지원의 업무를 띠고, 차량으로 곳곳을 오가며 식사와 부식을 전달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불진화 과정을 통해 느끼고 깨달은 바가 적지 않다. 이 복합적인 기억과 감정 중 내게 단연 으뜸으로 각인된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식’이다. 공무원과 비공무원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기에 산불진화의 마무리를 앞당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먼저, 공무원들은 각 기관·조직 및 직급별로, 위로는 대통령·총리 등의 위정자로부터 아래로는 나와 같은 신규 공무원들까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서 비상상황에 빠르게 대처했다. 그 예로써, 우리 인제국유림관리소를 들 수 있겠다. 우리 인제국유림관리소장님의 진두지휘 아래 우리들은 상황실에서, 관리소 사무실에서, 그리고 산불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했다. 이 모든 것은 단편적인 ‘공동체의식’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우리의식’의 발현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지켜야 할 ‘우리의 산과 숲’을 다른 모든 일보다 우선순위에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와 더불어 가장 힘든 곳에서 몸을 날려 수고해주신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대원분들, 인력으로는 쉽게 잡을 수 없는 불길을 재빠르게 잠재워준 공중진화대의 헬기들, 그 외 각지각처에서 달려와 도움의 손길을 뻗친 이들의 ‘우리의식’에도 감동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형상 암벽이 많고 경사진 산불 현장을 두 발과 두 손을 이용해 기어오르면서 산불을 잠재운 이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그 피해는 지금의 것보다 훨씬 심각했을 것이다.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보여준 ‘우리의식’도 가히 대단했다. 산불 진화 후에도 현장을 찾아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귀한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그 외 여러 사설기관에서도 아낌없는 지원을 더했다. 자신의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함께 국가적인 재난을 극복해내려는 이 전국민적인 의지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대형 산불은 물론 첫째로는 아프고 쓰라린 경험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고유의 ‘우리의식’의 저력을 보여준 귀한 사례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일 이후로도 우리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맞을 것이다. 그리고 우린 이 ‘우리의식’의 기치 아래 또다시 이 수많은 괴로움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으리라. 




* 위 글은 북부지방산림청 인제국유림관리소 최재웅 님이 쓴 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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