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듯… 살포시 고개 든 봄 숲 보물 '족두리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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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두리풀 |
키 작은 꽃들이 만발하는 봄. 하지만 숲에서 허리를 굽히고, 눈높이도 바투 낮추어야 눈이 부시도록 고운 꽃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노루귀가 그렇고, 고만고만한 현호색이나 꿩의바람꽃, 개별꽃 무리도 그러하다.
그 중에서도 눈을 더 낮추고 미리 사전 지식을 갖춰 작심하고 찾아봐야 눈에 띄는 식물이 있는데 바로 족도리풀이다. 그야말로 잎새 뒤에 숨어 수줍게 피어나는, 정말로 특별한 우리꽃이다.
족도리풀은 쥐방울덩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봄에 꽃이 피는데 심장 모양을 정확하게 닮은 손바닥만한 잎새가 반으로 접혀 올라와선 이내 펼쳐지고 그 잎을 들추어 보면 암갈색의 개성만점인 꽃이 땅바닥에 붙을 듯 숨어 핀다. 꽃이 지고나면 잎새는 훌쩍 커져 왕성하게 광합성을 하며 양분을 축적하여 내년의 개화를 기약한다.
꽃은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만큼 재미나다. 꽃을 본 순간 저절로 왜 족도리풀이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알 수 있다.
지름이 1~1.5cm정도 되는 그리 크지 않은 꽃은 동그란 화통에 끝이 세 갈래로 갈라져 뒤로 약간 말린 채, 다소곳이 아래쪽이나 옆을 향해 있다. 안쪽에 섬세한 줄이 나와 있고 더 깊이 꽃통 속을 들여다보면 6개의 암술과 12개의 수술이 두 줄로 배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왜, 하필 이런 모습일까? 바로 족도리풀의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곤충들의 생태가 하늘을 날아다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곤충이 어떤 기작으로 이 꽃을 드나드는지, 바쁘다는 핑계로 늘상 게으른(?) 난 아직, 찾아낸 연구 결과도 없거니와 며칠이고 끈기있게 관찰조차 못했으니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비슷한 식물 중에는 주로 남쪽에 분포하는 개족도리가 있다. 잎의 크기가 족도리풀보다 작고 얼룩얼룩한 흰무늬가 있어 금세 구분이 가능하다. 족도리풀이란 이름 이외에 잎에 무늬가 없다 하여 민족도리풀이라 불리기도 하고, 그밖에 ‘세신’이라고 잘 알려진 이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생약명이다.
한방에서 세신은 아주 유명한 약재이다. 누군가는 이 풀을 소개하기를 오장을 편하게 하고 눈을 밝게 하는 장수의 묘약이라고까지 칭찬한다. 그리고 두통을 비롯한 여러 증상에도 긴요하게 처방된다. 주로 뿌리를 쓰며 땅속에서 근경이 발달하는데 마디와 육질이 많고 가늘고 긴 수염뿌리가 많이 달린다. 맛을 보면 맵싸하다.
관상용으로도 심는다. 꽃이 화려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으니 나무 아래 자연스러운 숲을 재현할 때 이용된다. 게다가 숲에 족도리풀이 많으면, 봄을 알리는 애호랑나비도 함께 찾아든다. 애호랑나비는 족도리풀을 먹이식물로 삼아 잎 뒷면에 알을 낳는다. 더러 작은 분에 족도리풀을 심어 집에서 꽃과 잎을 함께 즐기는 이도 있다.
족도리풀을 찾고 싶거들랑 좋은 숲의 가장자리 나무 아래 아직은 잎이 나지 앞아 볕이 드는 곳을 눈여겨 보면 된다. 내 마음을 닮은 심장 모양의 잎들이 눈에 보일 것이고 그 잎을 살짝 들추면 그리 어렵지 않게 족도리 같은 풀을 발견할 수 있다.
화창한 봄 가족과 함께 야외로 나가 이렇게 족도리풀을 찾아보면 정말로 즐겁고 재미난 ‘숲 속 보물찾기 놀이’가 될 것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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