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꽃과 나무

숲길을 소담스럽게 만드는 키작은 꽃 '개별꽃'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22. 17:06

 숲길을 소담스럽게 만드는 키작은 꽃 '개별꽃'

 

 

 

<개별꽃>

지천에 꽃이 가득한 계절이다. 이렇게 많은 꽃들이 한 번에 피어나면 아무리 고운 꽃이라도 제대로 대접받기란 어렵지 않을까 걱정되다가도 자연의 아름다움에 무심한 사람들에게는 그래도 이 정도는 피어주어야 풀이며 나무에 관심을 갖지 않겠나 싶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이즈음 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꽃나무보다도 몸을 낮추어야 보이는 작은 꽃들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예전에는 키는 작아도 그 아름다움으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피나물이나 얼레지 같은 것이 자주 생각났는데 올해는 유난히 잡초처럼 생각돼 눈여겨 보지 않았던 풀들이 새록새록 마음에 남아 있다. 꽃들을 돌돌돌 말아서 하나씩 피어내는 꽃말이며 냉이, 꽃다지가 그러하다.

개별꽃도 그 중의 하나이다. 숲의 깊고 얕음을 가리지 않고 어딘가 볕이 새어드는 숲 길 자장자리쯤이나 계곡의 한 모퉁이쯤에 피어있는 개별꽃.

그래서 봄꽃의 느낌을 몸을 낮추어 느끼고자 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만났음직한 꽃이다. 하지만 그저 무심히 풀로 지나쳐 버렸을, 하지만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마음에 드는 꽃이 바로 개별꽃이다.

개별꽃은 석죽과에 속한다. 봄이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키는 10cm정도 되는 난장이 풀이다. 잎은 타원형의 잎이 마주나는데 두 쌍이 아주 가깝게 있어 마치 네 장의 잎이 꽃들을 받쳐 들고 있고 있는 듯 보인다.

흰꽃은 5장의 꽃잎을 가진다. 그 모습이 위에서 보면 빛나는 별과 같아 붙여진 이름인데 사실 이즈음에는 개별꽃 말고도 그냥 별꽃이 핀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대부분 식물이름 앞에 ‘개’자가 붙으면 보통은 먹을 수 없거나 크기가 작아 볼품이 없기 마련인데 개별꽃만은 예외이다.

그냥 별꽃이 훨씬 작고 그 쓰임새도 약하다. 더러 여러 개의 꽃들이 달리기도 하는데 이를 특별히 다화개별꽃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이 이외에 참개별꽃, 큰개별꽃, 숲개별꽃과 같은 비슷한 식물이 여럿 자란다.

꽃이 그리 화려하지 않아 (물론 내겐 곱기만 하지만) 관상적으로 크게 사랑받지는 않는다. 대신 한방에서는 알고 보면 매우 귀한 약재라고 한다. 땅속에는 방추형의 괴근이 한두 개씩 달리는데 이를 태자삼(太子蔘)이라고 한다.

이렇게 이름 붙은 유래가 재미있다. 유명한 본초강목을 지은 중국 명나라 사람 이시진이 친구의 집에 가다가 한 주막에 머물게 되었는데, 주인집 아낙이 아프다고 하여 맥을 짚어 보니 병세가 느껴지지 않았다.

낮에 먹은 것을 물으니 아낙은 여러 풀뿌리가 담긴 바구니를 가져왔다. 그 안에는 이시진이 처음 본 약초가 있었다. 바로 개별꽃이었다. 그 풀이 자라는 곳을 물으니 태자의 무덤 주위였고, 이 풀의 약효를 사람들이 알게 되면 모두 캐어 가느라 태자의 무덤이 상할 것이 염려돼 본초강목에 이 풀의 약효를 적어 넣지 않았다고 한다.

여러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기(氣)를 보충해주고 위장, 양기를 좋게 해준다고 하여 몸이 허약한 사람들에게 처방한다고 한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뿌리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하며, 최근에는 항암제로 연구 중이라는 기록도 있다.

흔하고 키가 작아 마냥 하찮게만 보였던 개별꽃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사연과 약효가 숨겨져 있다. 그래서 풀과 나무는 알면 알수록 경외롭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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