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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포물에 머리 감고 美를 가꾼 여인들 '창포'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22. 17:11

 창포물에 머리 감고 美를 가꾼 여인들 '창포'

 

 

 

창포

 

올해는 우리나라 4대 명절 중 하나인 단오날과 5·31지방선거일이 겹쳐, 일 년에 한 번쯤은 조명을 받게 되는 고유의 단오 민속행사가 묻혀 지나간 듯하다. 섭섭한 마음을 달래며 단오날을 생각하니 떠오르는 식물은 단연 창포이다.

음력 5월 5일 단오날이 되면 여인들은 창포잎을 끓여 창포탕을 만들고 이를 가지고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렇게 하면 1년 내내 병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피부나 머리는 비단결처럼 고와진다고 하였으니 예나 지금이나 머릿결과 고운 피부에 신경쓰는 여인들에게 이것은 얼마나 중요한 연례 행사였을까.

아이들은 창포물에 몸을 씻고 홍색과 녹색의 새 옷으로 갈아입었으며, 여인들은 창포의 땅속줄기를 깎아 비녀를 만들고 여기에 수(壽)자나 복(福)자를 새기고 끝에 붉은 연지를 발라 장식한 후 머리에 꽂았다.

멋을 내기보다는 복을 빌고 나쁜 재앙을 쫓아낸다는 숨은 뜻이 담겨져 있었다. 이러한 창포 비녀를 특별히 단오장(端午粧)이라 했다.

창포는 물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물이 잠겼다 빠졌다 하는 정도의 깊이 즉 발목쯤 차는 물에 몸을 담그고 산다.

잎의 길이는 70cm정도. 이보다 더 길게 자라기도 한다. 뿌리줄기 끝에서 길고 가는 선형의 잎들이 밑부분을 서로 얼싸 안으며 두 줄로 자라 올라오면서 아주 무성한 포기를 만든다. 잎 가운데는 뚜렷한 맥이 있다.

꽃은 잎과 비슷하지만 이보다 약간 짧은 꽃자루가 올라오고 초여름에 꽃자루 중간에 마치 툭 튀어나온 뿔처럼 길쭉한 꽃차례가 달린다.

화려한 꽃잎은 전혀 없이 아주 작은 황록색의 꽃들이 꽃자루도 없이 손가락 길이만 하게 다닥다닥 붙어 꽃차례를 만들어 달린다. 열매는 장과로 타원형이며 붉은색으로 익는다.

땅속에는 아주 굵은 왕성한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어나간다. 이 뿌리줄기에는 많은 마디가 생기고 여기에서 아래로 수염뿌리가 달리며 위로는 싹이 올라온다. 결국 큰 무더기의 창포는 물속, 땅속에서 이 뿌리줄기로 연결되어 있다.

사실, 많은 이들이 꽃창포를 두고 그냥 창포라고 부르지만 이 두 식물은 식물학적으로 그리고 용도상으로도 전혀 무관한 식물이다. 꽃창포는 붓꽃과에 속하며 꽃이 아름답고 물가에 심는 관상식물이다. 피부에 좋은 창포 성분을 넣어 만들었다는 비누 포장지에 그려져 있는 식물이 꽃창포이다.

창포 식물체 전체에서 향이 있어서 잎을 비벼보면 금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향포라고 하기도 한다. 그밖에 왕창포, 물쌔, 물채, 창풀, 챙피, 챙피풀 등 지방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운다.

창포는 부들과 비슷하게 긴 잎을 가지고 물가에 살므로 부들을 뜻하는 한자 포(蒲)를 써서 붙인 한자 이름이다. 영어명은 스위트 플래그(Sweet flag)이다.

미용재로 효과가 인정되어 욕실용 향수, 입욕제, 화장품, 비누 등으로 상품화된 것이 여럿 있고 한방에서는 뿌리줄기를 백창(白菖)이라 하여 류머치스로 인한 통증 등에 처방한다. 염료 식물로도 이용되는데 창포로 물들인 갈색 삼베로 옷을 지어 입으면 이나 벼룩 같은 것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창포는 예전에는 개울가나 도랑에 가면 다 있을 만큼 흔한 식물이었을 듯 싶은데 이제는 만나기가 쉽지 않다.

창포가 살만한 도랑은 대부분 메워져 뿌리 내릴 터전이 아예 봉쇄됐거나 아니면 도랑의 수질이 오염돼 창포가 제대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근시안적인 안목과 이기심으로 인해 이젠 점차 사라져가는 식물의 목록에 올라올 만큼 희귀하게 되었다.

창포가 살던 작은 도랑도, 그 도랑의 맑은 물도, 그리고 그 속의 향그러운 식물들과 더불어 살던 예전의 여유로운 삶도 다시 살릴 순 없을까.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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