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꽃과 나무

한 여름 만개 위해 모진 겨울 겪는구나…인동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27. 17:19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인동
한 여름 만개 위해 모진 겨울 겪는구나

 

 

겨울이면 떠오르는 식물이 그다지 많지 않다. 식물원을 가꾸는 이들은 겨울이 되면 어떤 풀과 나무를 정원에서 보게 할 수 있을까 가장 크게 고민한다. 그래도 남녘으로 가면 동백꽃이나 차나무꽃들이 있어 좋다.
 

인동(忍冬)도 이름을 그대로 풀면 ‘겨울을 견뎌낸다’라는 뜻이니 겨울의 식물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사실 인동이 제대로 꽃을 피우는 시기는 한여름이다. 중부지방에선 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그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내 향기를 온 사방에 퍼트리지만 겨울에는 잎을 모두 떨구고 까만 구슬 같은 열매만을 보여주는 그런 식물이다.

 

하지만 따뜻한 남쪽으로 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환경이 온화하니 겨울이 되어도 잎새들은 왕성하진 않아도 여전히 푸르게 살아남아 있고 더러는 꽃을 피워내기도 한다. 어찌 보면 진정한 의미로 겨울을 견뎌내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들은 이야기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인동꽃을 무척 좋아하여 사진에 담아 걸어두었다고 한다. 꽃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이유도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모진 겨울의 시련을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그 꽃의 이름과 정신이 마치 김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비슷하다고 하여 남다른 애정을 갖는 때문이란다.

 

인동은 인동과에 속하는 덩굴성 나무이다. 그래서 인동초라고 하는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앞에 말한 것처럼 지역에 따라 겨울에 푸르기도 하고 낙엽을 떨구기도 하므로 반(半)상록성이라고 한다. 가장자리가 밋밋한 잎은 마주 달리고 꽃은 입술처럼 벌어져 다시 갈라진다.

 

인동은 ‘금은화’란 별명도 갖고 있다. 이는 재미난 꽃 색깔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기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다. 생약명으로도 그렇게 부른다. 인동의 꽃을 보면 흰 꽃과 노란 꽃이 한 나무에서 그것도 바로 나란히 붙어서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노란색 꽃을 일러 금화, 흰 꽃을 두고 은화라고 하여 금은화라고 한다. 이름이 이러하니 인동이 길조를 상징하는 식물이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사실 인동은 흰색 꽃과 노란색 꽃이 각기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흰 꽃이 먼저 피었다가 시간이 지나고 개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나무에서 흰 꽃이 많이 보이면 이제 막 개화가 시작되었음을, 노란꽃이 많이 달려 있으면 곧 꽃이 지는 시기가 다가올 것임을 짐작케 한다. 꽃은 피기 시작하면서 향기와 꿀을 분비하는 기작이 잘 조화되어 일어나므로 벌들은 꽃 색깔만 보아도 그 꽃에 꿀이 얼마나 풍부한 때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신비로운 지연의 이치다.

 

이외에도 인동꽃의 수술이 할아버지 수염과 같다고 하여 ‘노옹수’, 꽃잎이 펼쳐진 모양이 해오라기 같다고 하여 ‘노사등’, 꿀이 많은 덩굴이어서 ‘밀보등’, 귀신을 다스리는 효험있는 약용식물이라 하여 ‘통령초’라고도 하니 기억하여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이름이 다채롭다.

 

인동은 본초강목에도 등장하는 매우 중요한 약초이며 인동을 삶아 목욕도 하고, 술을 담궈 즐기기도 하지만 겨울에 가장 멋진 용도는 인동차이다. 노랗게 변한 꽃잎을 따다가 밝은 그늘에 말려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면 향기나 풍류가 재스민차 부럽지 않다.

 

하여, 집에 작은 마당이 있으면 인동 덩굴 한 뿌리 심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냘프지만 강인하게 올라가는 줄기에 솜털이 보송한 초록빛 잎새를 튼튼하게 매어달고 마다마디 사이좋게 두 쌍의 꽃을 매어달린 모습은 보기에 참 좋다. 개화가 한창일 때 두 쌍의 꽃들이 서로 마주보고 활짝 웃기라도 하면 은은히 풍겨 나오는 그 향기의 달콤함과 그 꽃그늘 아래서 마시는 인동차의 멋보다 더 값진 것이 이 세상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흥취에 젖게 한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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