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하는 이유도, 지역도, 모이는 사람들도 각기 다르지만 모두가 생명이 가장 약동하는 찬란한 5월을 더불어 즐기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축제의 장마다, 자연이 있는 곳은 어디에나, 한창 짙푸르게 녹음을 더해가는 숲속마다 눈길을 확 잡아당기는 식물이 있으니 바로 금낭화다.
우리 풀을 이야기하면서 왜 이제서야 금낭화가 생각났을까? 금낭화는 꽃이 너무 아름다워 누구나 ‘우리 꽃의 대표선수’라고 말하는 식물인데도 그동안 간과했으니 나 스스로도 궁금하다.
우리 꽃이 좋아 처음으로 찾아나선 사람들이라면, 혹은 우리 꽃 사진을 찍기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금낭화 꽃송이에 발길이 멈춰 오랜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을 터이다.
또한 우리 꽃을 기르기로 결심했을 때 어린 묘목이나 종자를 얻기 위해 온 농장과 산과 들을 돌아다니도록 만들게 하는 꽃이 바로 금낭화다.
수줍은 듯 진분홍빛 꽃송이는 휘어진 줄기에 조랑조랑 매달리고, 끝이 양 갈래로 갈라져 살짝 올라가는데 하트형의 꽃잎 사이로 시계추처럼 희고도 붉은 또 다른 꽃잎이 늘어져 나온다.
꽃잎이 아침 햇살에 투명하게 드러나고 그 끝에 맑디맑은 이슬이라도 맺혔을 때의 황홀할 모습은 그 어느 야생화와도 비교할 수 없어 처음 본 사람은 누구나 금세 반한다.
금낭화는 한동안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의 봉정암 근처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중국에서도 자라는 것으로 미루어 학자들은 중국의 식물이 사찰을 통해 전해져 왔으리라 추측했을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 우리 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우리 식물 자원에 대한 조사도 활발해지면서 그동안 정밀하게 조사되지 못했던 크고 작은 산들에서 금낭화를 찾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게 되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던 식물 조사들이 얼마나 명산 위주의 한정된 지역에서만 이루어졌는지를 짐작케 해주는 일이다. 이제는 금낭화가 순수한 진짜 우리 꽃이라는 데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한다.
금낭화란 이름은 아름다운 주머니를 닮은 꽃이란 뜻이다. 혹은 모란처럼 아름다운 꽃이 피면서 등처럼 휘어졌다고 하여 등모란 또는 덩굴모란이라고도 불린다. 그밖에 어찌 보면 여인들이 치마 속에 넣어서 다니던 주머니를 닮은 꽃 모양 때문에 며느리주머니, 며늘치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금낭화는 현호색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자라면 무릎 정도의 높이까지 올라오며 활처럼 휘어진 20~30cm의 꽃대에 한쪽으로 여러 송이의 꽃들이 달리곤 하는데 남부 지방에서는 3월 말이면 벌써 꽃송이를 볼 수 있고 조금 위쪽으로 올라오면 4월에서 6월에 걸쳐 꽃을 피우면서 바로 씨를 맺는다.
금낭화의 가장 큰 용도는 아무래도 관상용인 듯싶다. 우리의 자생화로 꾸민 화단에는 언제나 이 꽃이 있다. 적당한 키에다 고운 빛깔과 풍성한 느낌을 주며, 적절히 갈라진 잎새 모습 등은 꽃만 커서 쉽게 질리는 서양꽃에 비해 잔잔하면서도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산골에서는 금낭화를 나물로 먹기도 한다. 봄에 어린순을 따서 삶은 다음 며칠 동안 물에 담궈 독성을 우려낸 후 나물로 무쳐먹거나 나물밥으로 먹는다. 그러나 이 식물은 유독성분이 있으므로 그냥 먹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시련을 이겨낸 봄의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아름다운 선물 중엔 금낭화 꽃송이가 들어있다. 그것을 두고두고 볼 수 없기에 지나가는 봄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