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닭의장풀
친근해서 홀대받는 달개비… 꽃잎이 닭의 벼슬 꼭 닮았네
닭의장풀은 우리에게 줄거움이든, 긴요함이든 혹은 신기함이든 무엇이든 줄 마음으로 이즈음 지천에 피어 우리를 기다린다. 이제 잡초라고 부르는 일은 그만하고 우리꽃으로 여겨주고 이름한번 한번 불러 주고 눈길한번 제대로 주자.
닭의장풀은 담장밑이나 밭뚝, 물을 약간 머금은 산자락 등 그늘지고 다소 습기가 있는 곳이라면 전국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비가 많이 온 탓인지 이즈음엔 닭의장풀 구경이 더욱 쉽다.
한여름에 피어나지만 가을의 초입까진 볼 수 있는 닭의장풀은 여러해살이 풀이며 보통은 한 두 뼘쯤 자라지만 조건이 좋으면 무릎높이가지 올라온다.
줄기는 마디마다 각을 이루면서 올라오고 이 마디가 땅에 닿으면 그곳에서 뿌리가 나와 다시 왕성하게 퍼져나간다. 잎은 밑이 둥글고 끝은 뾰족하여 서로 어긋나게 달리고 밑부분이 막질로 되어 약간 독특한 느낌을 준다.
꽃은 작아서 스쳐 지나가지만 눈여겨보면 여간 예쁘고 독특하지 않다. 다소 주름진 남빛 꽃잎(화피) 2장이 부채살처럼 펴진다. 본래 화피가 3장이었지만 1장은 작고 반투명이어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재미난 것은 사람들의 눈에 더욱 선명하게 들어오는 꽃 가운데부분의 샛노란 수술은 꽃밥이 없이 그저 모양새만 그러하고 실제로 제 기능을 하는 것은 가운데 길게 튀어나온 2개의 수술뿐이다.
화피와 수술은 보트모양의 포에 싸여 있다. 아직까지 닭의장풀과 같은 모습을 한 식물들을 보지 못하였으니 참으로 작으면서도 개성있다.
닭의장풀 혹은 달개비란 이름은 닭장근처에서 많이 자라고, 꽃잎이 닭의 볏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계거초, 계정초, 번루 등의 이름도 있고 꽃잎이 오리발과 닮아 압각초, 잎이 대나무처럼 마디를 가지고 자라 죽절채, 꽃이 푸르다하여 남화초, 벽선화등 다양하다. 우리말이름으로는 닭의밑씻새, 닭의꼬꼬 라는 향명도 있다.
우리는 이 풀이 너무 흔하고 별로 깨끗하지 않은 닭장과 연계하며 그리 귀히 여기지 않았지만 당나라 시인 두보는 이 풀을 분반에서 기르면서 꽃이 피는 대나무라하여 아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우리는 그간 선입견 때문에 좋은 꽃 하나를 제대로 보지 않고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닭의장풀은 우선 약으로 이용되는데 이뇨제, 신장질환, 해열, 천식, 위장염 등에 쓰이며 신경통 환자들은 꽃이 핀 줄기를 말렸다가 목욕을 하고나 땀띠가 심하거나 옻이 올랐을때 쓰기도 한다. 보기 드문 흰 꽃을 한방에서는 더 귀히 여긴다.
부드러운 어린 잎과 줄기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여러 나물로 해먹고 꽃요리가 유행하는 요즈음 샐러드에 싱싱한 꽃잎을 넣어 푸른색을 즐기기도 한다. 이 꽃잎의 고운 빛깔은 비단을 물들이는 염료가 되기도 했다. 물론 식물전체를 베어 사료로도 이용되었다.
닭의장풀 지기 전에 다시 한번 꼼꼼히 바라보자. 감탄스러울 만큼 매력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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