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익히 들어 잘 아는 듯 한 식물이지만 막상 꽃도 피지 않은 익모초는 어찌 보면 쑥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고 더욱이 들판이나 시골길 가장자리에 수북한 풀밭 틈새에서 자라 쉽게 알아보지 못한다. 눈여겨 보지 않게 되는 것이 더 적합한 이야기인지 모른다.
하지만 한여름이면 그 속에서 줄기를 쭉 돌려내고 층층이 홍자색 꽃 들을 매달고 피어나니 이즈음이 이름만 들어 알았던 익모초를 익힐 수 있는 좋은 시기이다.
익모초는 꿀풀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이다. 이즈음 꽃대가 달리는 줄기가 쭉 올라오면 1m까지도 자란다, 꿀풀과이니 줄기는 둔하게 네모지고 흰 털이 나서 전체적으로 희뿌옇게 느껴진다.
잎은 마주난다. 뿌리에 주변에 잘리는 잎은 끝이 다소 패인 달걀모양이지만 줄기에 달린 잎은 3개로 가늘게 갈라지고 갈라진 조각은 다시 2∼3개로 갈라지고 톱니가 있어 다소 특별하다. 그래서 한번 잎을 익히고 난 다음엔 꽃이 없어도 알아보기 쉬워진다.
꽃은 한여름에 핀다. 하나하나 보면 작은 꽃들이지만 진한 분홍빛의 몇 개씩 모여 층층이 달리는 꽃들은 초록 일색의 풀 섶에서 쑥 올라와 피어 있는 꽃들은 제법 눈길을 끈다.
그저 약초려니 하고 알았던 식물의 뜻밖에 아름다운 꽃을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좀 더 관싶있게 다가가 그 작은 꽃들을 자세히 들려다보면 통꽃의 꽃잎 끝이 헤프게 잎술을 벌리고 있는 여인처럼 벌려진 모습으로 오목 조목 재미나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만 익모초(益母草)는 어머니들을 이롭게 한다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육모초라고도 하고 한방에서는 씨앗을 특히 충위자(茺蔚子), 잎과 줄기를 충위경엽이라하여 사용한다.
눈비애기라는 우리말 이름도 있다. 이름에서 알려 주듯이 당연히 임신을 돕기도 하기고 아이를 가진 어머니들의 어려가지 병들을 잘 낫게 하는 등 부인병에 두루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든 약재가 그러하듯 사람에 따라 적절한 이용이 중요하니 올바로 쓰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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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에서는 익모초를 넣어 술을 담궈 월경을 조절하고 혈독을 해소시키는 등에 약술로 이용하기도 하고, 이를 넣고 끓여 차로 마시기도 한다.
익모초차는 혈액순환을 쉽게 하고 어혈을 풀고 자궁의 수축력을 높여주며 신장염으로 몸이 붓고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올 때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좋다는 기록도 있다.
또 새벽에 내리는 이슬을 맞히고 그 이슬과 함께 짓찧어 즙을 내어 마시면 한여름 더위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었다고도 한다.
세상을 살고 있는 수많은 식물들은 제각기 그 모습과 아름다움을 달리하고, 그 식물이 품고 있는 성분이 각각이며 우리들은 그 중에 아주 일부를 알아내어 병을 다스린다.
뜨거운 여름 볕이 한풀 꺾인 어스름한 초저녁쯤 혹은 이른 아침, 들길을 산책하다 만난 익모초 꽃송이들은 더욱 여름 날의 지친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할 만큼 곱고 신선하다.
낮에 꽃이 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익모초는 그늘지지 않은 곳에 자라니 솔직히 너무 뜨거운 여름볕 아래서는 그 어떤 아름다움도 피곤하다. 약으로 쓰는 익모초는 단오 즈음 거두지만 그래도 부인병에 힘든 어머니나 아내가 있다면 차라도 한번 끓여 나무어 마시면 그 마음으로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