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털 보송보송한 보랏빛 꽃송이… 한뼘 키도 안 되지만 앙증맞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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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나물은 이 하루 하루가 아쉬운 봄날의 마지막 즈음 꽃을 피우는 보기에 따라서는 소박하게도 화려하게도 느껴지는 우리의 풀이다. 솜털을 다복히 달고 있는 꽃송이들은 참으로 독특하고도 아름답다.
행여 눈여겨보지 않으면 발길에 툭 채일 수도 있는 길가, 논뚝, 잔디밭 주변에 심드렁하게 자라고 있지만 감추어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눈이 있는 이라면 그 들풀의 신비하도록 고운 보라 빛 꽃송이, 한 뼘을 넘지 않은 고만 고만한 키를 재고서 모여 피어 있는 앙증스러움. 그리고 그 힘찬 생명력.
조개나물은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에는 남한에는 거의 전역에 있다. 다 자라야 20~30cm를 넘지 못하는 줄기에는 가득하게 하얗고 긴 털이 가득 달리며 땅속 끝에서는 사방으로 퍼지는 수염뿌리가 달린다.
잎은 줄기에서 마주 난다. 가장자리엔 구불거리는 톱니가 있다. 꽃은 늦은 봄, 5~6월에 말이다. 줄기와 잎이 달리 그 겨드랑이에서 보랏빛 꽃송이들이 달리는데 전체적으로는 총상화서를 만들어서 무리지어 돋아나니 다복하게 느껴진다.
산과 들에 피어나니 바다와는 인연이 없는 듯 한데 왜 조개나물이 되었을까?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꽃송이의 모습이 약간 벌어져 혀를 내민고 있는 조개의 모습과 같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 듯 하다.
학명의 아주가(Ajuga)는 짝으로 달리지 않는다는 뜻이고 멀티플로라(multiflora)는 꽃이 많다는 뜻으로 줄기 가득히 꽃송이가 마치 꽃망망이 처럼 매어 달리는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문헌에 따라서는 다화근골초로 기록하기도 한다.
이름이 조개나물, 끝에 나물이라는 글자가 붙은 식물들은 나물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조개나물은 별반 나물로 이용하지 않는 듯하고 오히려 억센 잎에는 약간의 독성까지 있다고 하니 이름만 보고 함부로 식용하는 것은 좋지 않을 듯하다.
그 대신 한방에서는 식물체 전체를 말려 약재로 썼는데 이뇨, 연주창, 임질, 근육통에 처방한다고 한다. 특히 연주창에 효과가 뛰어나서 예전에는 아주 긴요한 약재였으니 요즈음에는 그러한 환자를 보기가 쉽지 않으므로 주춤하고 민간에서는 옴에 걸렸거나 부스럼, 종기 등에 생즙을 찧어 바르거나 그 물을 마시기도 한다.
요즈음 이 식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단연 조경적인 효과 때문이다. 식물체의 크기나 독특한 모양으로 오히려 미쳐 개발하지 않은 것이 이상한 정도이고, 특히 요즈음에는 외국에서 아주가라는 이름으로 들러온 외래종들이 많은데 따져 보면 이들도 모두 조개나물과 사촌지간이며 결코 이러한 원예종보다 못하지 않으니 우리가 좀더 관심을 가져 볼 식물이다.
키가 작고 개화기도 길어 여로 모로 쓰임새가 많은데 정원의 앞부분에 모아 심어도 좋고 요즈음 유행하는 초물분재로 만들어도 좋다. 또 볕에서도 건조에도 잘 견디는 편이므로 노변을 녹화시키는 소재로도 용으로 좋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염료용으로 이용하는데 지상부를 잘라 사용하며 매염제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다양한 색을 얻을 수 있으며 적은 양으로도 염색이 잘되는 좋은 염료라고 한다.
마음이 스산해서인지 조개나물 피는 봄 언덕이 몹시 그립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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