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누리장나무
육림호를 지나 숲길을 한참 걷고, 그 길 끝에 보이는 동물원을 가뿐히 또 지나 반대편 숲길로 내려오는 길. 말로도 글로도 설명하기 힘든 조금은 숨이 차는 여정입니다.
그렇게 한시간 반을 끊임없이 걷다보면 식약용견본원 옆의 활짝 열린 문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중간에 포기하기도, 또 어떤 이는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만 걸음을 하는 곳이지요.
그 긴 길의 끝자락에 누리장나무가 있습니다. 나무로 된 문이 한 눈에 보이고, 벤치에 앉은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는, 다시말해 고지가 얼마 남지 않은 곳에 빨간 별모양의 열매를 맺은 누리장나무가 있는 것입니다. 꽃이 가득 핀 나무 한 그루 찾는 것이 그리 힘들었던 나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열매맺은 모습을 찾는 것도 녹록치만은 않습니다. 앞에 자리잡은 다른 나무들에 가려 그 모습이 쉬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름의 꽃과 가을의 열매 모두 수려한 모습을 보여줌에도 수목원의 누리장나무들은 하나같이 제 모습 보이기가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닌가 봅니다.
어쩌면 그리 예쁜 꽃과 열매를 가진 자신에게 풍기는 구수한 누린내가 싫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수한 시골냄새때문에 이름붙여진 그를 냄새가 아닌 예쁜 꽃과 열매의 모습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누리장나무가 혹시 알고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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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의 소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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