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의 흔적
모든 것의 첫 시작은 무엇보다 달콤하고 당당하지만, 또한 잔인합니다.
처음이란 누구에게나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지요. 무언가의 시작을 알리는 계시, 첫 눈은 겨울을 알리는 종소리와 같은 하늘의 선물입니다.
멀리 울려퍼지는 종소리처럼 어쩌면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눈이 오는 소리도 들릴지 모릅니다. 얼마 전 수목원에 첫 눈이 내렸습니다. 정확하자면 그 날 온 세상에는 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발을 디디고 서 있는 바로 그 순간 그 곳입니다.
그래서 첫 눈이 오던 순간 수목원의 진정한 겨울의 시작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 되어 마음 한 구석에 남았습니다. 첫 눈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오직 인간 뿐이라 하지만 그렇다해도 저는 그 첫 눈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긴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니겠습니까. 저에게는 그 정도의 이유로도 충분합니다. 지금은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지만, 뜬구름처럼 사라지는 첫 눈에 대한 미련을 조금이나마 달래봅니다. 순식간에 스르르 녹아버린 눈이 함께 가져간 것은 미처 챙겨넣지 못하고 남겨놓은 가을의 흔적이었을까요.
이제 겨울만 남았습니다 |
산림청의 소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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