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렁주렁 붉은 열매 가을이 익어가네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정원마다 주렁주렁 열매가 한창인 뜰보리수는 낙엽이지는 나무입니다. 작은 관목도, 그렇다고 크게 자라는 교목도 아닌 어중간한 높이의 나무입니다. 이름 그대로 보리수나무와 한 집안인데 뜰에서 볼 수 있답니다. 이름치고 참 곱습니다. 뜰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은 산에서 스스로 자라는 자생식물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원산지는 일본이지만, 오래전 마을 주변에서 만나던 보리수나무보다 이곳저곳 만날 수 있는 정원이 많아졌습니다.
보리수나무처럼 어린 가지엔 붉은 빛이 도는 갈색 비늘털로 덮여 있습니다. 잎은 어긋나고 긴 타형입니다. 크기는 그냥 보리수나무보다 조금 커서 손가락 길이 정도 되고, 역시 보리수나무처럼 흰빛 또는 갈색 비늘털이 있는데 잎의 앞면 녹색이 진한 특색이 있습니다. 이 나무를 다른 말로 녹비늘보리수라고 하는데 이러한 전체적인 잎의 특성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입니다.
봄에 피는 아주 연한 노란꽃은 잎 겨드랑이에서 1∼2개씩 달리는데 사실 이 꽃을 눈여겨 보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열매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보리수나무처럼 작고 동그랗지 안하고 긴타원형으로 길이가 1cm가 넘을 만큼 크고 통통하고 살이 많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 나무의 쓰임새는 정원수입니다. 정원에 심기에 나무의 크기도 적절하고 잘 자라며 무엇보다도 일찌감치 달리는 열매는 보기도 좋고 오래오래 달려 큰 장점이 되지요. 영어 이름이 Cherry Eleaegnus, 즉 서양의 버찌만큼 큼지막한, 보기 좋은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가지고 있 있습니다.
뜰보리수나무 열매는 먹을 수 있을까요? 물론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소 떫은 맛이 있어서 즐겨 먹진 않습니다. 우리 산야의 보리수나무가 달짝새콤하니 맛있어도 먹을 수 있는 살이 적어 아쉬운 것하고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입니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약으로 쓰입니다. 목반하(木半夏)라는 생약명을 사용하는데 피를 잘 돌게 하고 특히 기관지 천식에 좋다는 소문이 많으며 머리가 아픈 사람들은 달여서 먹는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항산화, 미백, 항념 효과가 있는 성분이 발견돼 화장품 특히 피부질환이나 염증이 있는 경우에 사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잘 익은 열매를 따서 잼을 만들면 고운 빛깔이 되고, 천식이 있는 사람들은 말려 가루를 만들어 두었다가 자주 물에 타서 마시기도 합니다.
이 뜰보리수나무말고도 이제 가을이 오면 산사나무, 오미자나무, 으름, 머루… 이런저런 나무들의 열매들이 익어갈 것입니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그득해집니다. |
산림청의 소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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