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곽으로 더 유명한 귀한 약재…삼지구엽초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이 즈음 산에 가면 왕성한 생명력이 눈에 보입니다. 물이 오른 가지마다 움이 터 오르고, 키를 낮추면 그만 그만한 작은 풀들이 저마다 꽃을 피워 숲 구석 구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봄에 산에 가면 긴 호흡으로 아주 섬세하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바라봐주세요. 봄 숲의 환희가 어느 결에 내 곁에 있을 겁니다. 삼지구엽초도 그 봄 꽃 대열에 속해 있답니다. 하지만 드물게 자라는 데다가 연한 잎 아래로 꽃을 매어 다니 자연속에서 이 풀과의 자연스런 해우를 기대한다면, 좀 더 눈 높이를 낮추고 찬찬히 자연에 다가서야 합니다. 삼지구엽초는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이 과에 속하는 식물들 가운데는 나무들이 많지만, 삼지구엽초는 풀이랍니다. 다 자라도 무릎 높이를 넘지 않지요.
우선 특색 있는 것은 잎입니다. 움을 틔워 내보내고 펼쳐 내는 잎을 보노라면 세 개로 갈라진 잎줄기가 다시 세 갈래로 갈라져 전체적으로 아홉개의 가지가 되며 이 끝에 잎새가 아홉장씩 달리는 차례를 밟아 갑니다. 그래서 이 식물의 이름이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가 되었습니다. 아홉 장의 작은 잎은 길다란 심장 모양에 가장자리에는 가시 같은 작은 톱니가 나란하여 그 모양새가 매우 독특합니다. 꽃 또한 특별하기가 잎에 못지않습니다. 꽃잎이 네장이라고는 하지만 규칙적이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닻의 모양을 닮았기도 하여 닻풀이라고도 합니다(하지만 진짜 닻꽃은 따로 있습니다). 봄에 개화하여 5월이면 벌써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씨앗에는 꿀선을 바르고, 이를 얻으려 찾아오는 개미들의 힘을 빌어 널리 퍼져 나갑니다.
삼지구엽초란 이름의 이유는 이미 말하였고, 그 외에 유명한 별명이 있는데 바로 음양곽(淫羊藿)입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한 노인이 백 여마리의 암양을 상대하는 수양의 원기가 부러워 보았더니 그 수 양이 바로 이 풀을 뜯어 먹더라는 것이지요. 노인도 이 풀의 덕택으로 새 장가를 들었다고 하여 이 풀이 더욱 유명해 졌습니다.
이야기 뿐 아니라 실제로 삼지구엽초는 예전부터 귀중한 약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나 강원도 이북 특히 화천지방이 산지로 유명하였습니다. 최음, 강장, 강정, 거풍 등에 효과가 있어 정력증진을 비롯한 건망증, 신경쇠약, 히스테리, 반신불수, 팔다리 경련 등에 처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은 물에 다려 마시지만 술에 담궈 마시기도 하는데 '선령비주'라고 부릅니다. 차를 끓여 마셔도 좋은데 차는 다갈색의 고운 차빛이며 약간 새큼한 맛과 그리고 무엇보다도 몸에 좋은 약차로 아주 일품입니다. 꽃의 모양과 잎의 모양이 매우 독특해서 관상용으로도 가치가 높습니다. 서양에서는 유사한 식물들이 이미 원예종으로 개발되어 있답니다.
그런데 삼지구엽초는 너무 유명세를 타다보니 수난을 당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엉뚱하게도 '연잎꿩의다리'나 '꿩의다리아재비'와 같은 식물들은 삼지구엽을 자졌다는 이유만으로 덩달아 수난을 당하기도 하는데 이들 풀에는 독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사실 숲에서 이 삼지구엽초가 사라지는 것은 이렇게 인간의 욕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연적인 원인도 있습니다. 숲이 너무 우거지는 바람에 볕이 부족하여 숲 밖으로 밀려 나가는 것도 한 이유이지요. 자연 보전과 방치의 구분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삼지구엽초가 필요하다면 마당 한 켠에 키우면 될 터입니다. 그렇게만 하면 잘 자라고 많은 식물을 얻을 수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고 산에 가져오는 불균형적인 마음에 문제가 있습니다.
삼지구엽초처럼 특별한 한 식물의 이래 저래 살기 어려운 이 땅에서 오래도록 함께 살게 도와주는 일을 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
산림청의 소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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