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꽃과 나무

작아서 더욱 정감가는 우리 꽃나무, 병아리꽃나무

대한민국 산림청 2012. 6. 15. 11:01

작아서 더욱 정감가는

우리 꽃나무, 병아리꽃나무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강나무의 노란빛으로 시작하던 봄 꽃나무들의 개화는 연분홍빛 산벚나무, 자유로운 가지를 가진 조팝나무의 백설처럼 흰빛으로 이어집니다. 병아리꽃나무가 꽃을 피울 즈음이면 봄은 그 절정에 있습니다. 온갖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으나 연두빛 새잎과 그 사이에 피어나는 순결한 흰꽃이 너무도 깨끗하여 마음을 잡습니다.


병아리꽃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작은 키 나무입니다. 본래 자라는 곳은 황해도 남쪽. 포항의 영일만에 있는 자생지는 모감나무 군락과 함께 천연기념물 371호에 지정될 정도로 산에서 그리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나무는 아니지만, 요즈음 부러 키우고 심어 놓은 곳이 늘어 나는 까닭에 이 나무 구경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언제가 이 꽃이 필 즈음, 포항에서 묵호항으로 해안을 따라 길을 떠난 일이 있는데 숲 가장자리에 흰 꽃 무리가 눈에 들어 와 찾아 다가가면 병아리꽃나무 였던 기억들이 생각납니다. 깊은 산에 자라는 것이 아니라 길과 가까운 숲 가장자리에 주로 자랍니다. 이웃하는 일본과 중국에도 분포합니다.

 

병아리꽃나무는 5월이 오면 꽃이 핍니다. 새로 난 가지 끝에 꽃이 하나씩 달리는데, 꽃의 지름이 손가락 두 마디 정도는 됨직하게 커서 눈에 잘 들어 오지요. 좀 독특한 것은 대부분의 장미과 식물들은 꽃잎이나 꽃받침이 5장인데 반해 이 나무는 4장씩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식물분류학적으로는 특별하게 별도의 가계(家系) 독립하여 병아리꽃나무 1종류 만이 속해 있습니다. 꽃을 받치고 있는 잎도 평범한 모양의 녹색이지만 주름이 잘 발달했는데, 이 또한 개성처럼 생각됩니다. 9월쯤 익는 열매도 재미 난데, 윤기로 반질거리는 까만 구슬같은 씨앗이 꽃받침안에서 자라 4개씩 모여 달려 있는 이 또한 특별합니다.


왜 병아리꽃나무가 되었을까요? 병아리라고 하면 떠오르는 노란색 꽃이 아니어서 좀 어리둥절 하지만 그래도 꽃핀 모습이 어린 병아리처럼 귀여워 붙은 것이라는 의견들이 지배적입니다. 생각해보면 병아리가 꼭 샛노란 병아리만 있는 것은 아니기는 합니다. 이 이외에도 대대추나무, 자미꽃, 이리화, 개함박꽃나무 등 여러 가지 별명들이 있다. 쓰임새로 치면 단연 관상용입니다. 꽃이 아름답고, 잎 색도 좋고, 열매도 오래도록 달려 있어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공원같은 곳에 모아 심으면 멋지답니다. 앞서가는 조경수 재배가들은 "전망 있는 우리 꽃나무"라고 하여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록에는 뿌리를 빈혈, 신기능항진 등에 사용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분포 자체가 제한적이어서 아직까지 본격적인 쓰임새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키워 보고 싶으면, 다른 관목과는 달리 삽목이 잘 안되므로 까만 열매들 모아서 바로 뿌리거나 가을에 노천 매장을 해두었다가 봄에 뿌리면 됩니다.

 

그만한 수고로 매년 여름, 이 아름다운 우리 꽃나무와의 만남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재미고 행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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