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우표 속 숲 이야기

<#우표속숲이야기 NO.4> 설렘을 꽉 채워주는 버드나무

대한민국 산림청 2022. 4. 26. 09:45

 



? 만물이 약동하는 봄의 상징 버드나무

겨울과 봄 사이의 시간을 ‘만물이 약동한다.’ 라고 표현하는 것 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을 듯하다. 이 짧은 한 마디에 잠자고 있던 우주 안의 모든 생명체들이 밖을 향하여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인간의 마음까지도 설렘으로 꽉 차게 만드는 힘, 이것이 바로 식물들의 에너지이다. 하얀 눈을 녹이고 고개를 내미는 식물들을 보면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부지런을 떠는 식물들 대부분이 화려하지도 않고 진한 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식물들도 우주만물의 기운을 감지하며 미래를 계획하고 시간을 점치면서 살아가고 있다.

버들꽃은 화창한 봄을 알리는 전령이다. 한겨울에도 가지마다 볼록볼록 꽃눈을 만들고 빨간색을 비롯하여 진갈색, 연갈색, 살색 등의 갑옷 같은 방한복을 입고 있다가 새봄이 오기도 전에 갑옷을 벗어 던지는 녀석들이 바로 버들강아지이다. 그 갑옷 속에는 비단결처럼 곱고 매끄러운 털옷을 입고 있다. 아마도 일찌감치 옷 자랑을 하고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었을 것이다. 버들강아지는 누구도 꽃이라고 불러주지 않지만 꽃은 꽃이다. 봄에 하얀 솜털처럼 날아다니는 것은 꽃가루가 아니라 이들의 씨앗이다. 종자가 멀리 퍼져 나가도록 씨앗에 솜털이 달린 것을 사람들이 꽃가루로 착각 하여 알레르기의 주범이라고 여겨왔다. 그런 이유로 강가에 줄지어 서있던 풍치 좋은 버드나무 종류가 요즘 많이 사라져 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천안삼거리’의 능수버들은 수양버들과 함께 가지 전체가 밑으로 늘어지는 수형을 가지고 있다. 보통의 버드나무는 새로 난 가지 외에는 밑으로 늘어지지 않는 특성을 띈다. 물을 좋아 하는 버드나무는 자연적으로 연못이나 우물가에 자리를 잡고 자라지만, 물가의 흙 쓸림을 방지하고 바람막이를 하기 위하여 우물가나 하천 등지에 인공적으로 많이 심기도 한다. 물 위에 떠 있는 듯 한 왕버들과 어슴푸레 피어오르는 물안개, 신비로운 기운마저 감도는 경북 청송에 있는 주산지 연못의 버드나무는 마치 잘 그려진 화폭을 보는 듯하다. 버드나무의 진짜 매력은 나무껍질에 붙어사는 이끼류이다. 


? 버드나무의 진짜매력, 이끼류


이끼는 버드나무숲을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게 연출해주기 때문에 물안개와 더불어 버드나무와 이끼의 몽환적인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또 버드나무는 생태학적으로 물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물에 녹아 있는 질산태 질소와 인산을 흡수하여 물을 깨끗이 하는 자정 능력이 뿌리에 있어 우리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나무이다.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맛을 보면 쓴맛이 느껴지는데 그 쓴맛을 내는 물질이 바로 인류 최고의 의약품이 된 아스피린의 주성분이다. 그리고 썩은 버드나무의 원줄기는 캄캄할 때 빛이 난다. 그래서 산골에서 도깨비가 나온다고 알려진 곳은 습지에서 버드나무가 무성한 숲일 때가 많다. 예전에 사람들은 이것을 도깨비불이라고 하며 무서워하곤 했다.



? 버들잎이 주는 지혜로움

정조 23년(1799) 임금은 ‘일찍이 고사를 보니, 왕후께서 시냇물을 떠서 그 위에 버들잎을 띄워 올리니 태조께서 그의 태도를 가상하게 여겨 뒤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급히 물을 마셔서 체할까 봐 버들잎을 띄운 지혜를 높이 사서 둘째 왕비로 맞이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고려 태조 왕건이 신혜왕후를 만나는 이야기에도 나온다. 그리고 먼 길을 떠나는 낭군에게도 버들가지를 꺾어 쥐어 보냈는데, 이는 여인의 젊음은 오래가지 않으므로 청춘을 외롭게 보내지 않게 빨리 돌아오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예전에 능수버들은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활쏘기의 표적 나무가 되기도 했다. 왕이 참석한 가운데 늘어진 능수버들의 잎을 맞히는 것으로 최고 명궁의 우열을 가렸다고 한다. 그러나 능수버들 잎을 화살로 맞힌다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만큼 정확성을 기하라는 상징이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만물이 약동하는 이맘 때 쯤 도심을 탈출하여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기분을 전환하고 건강증진과 치유적인 효과를 거두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숲을 찾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숲속에 들어와서 식물들이 내뿜는 에너지와 향기로 샤워를 하는 것도 첨단 힐링이다. 이번 주말에는 도심을 떠나 버드나무를 찾아 자연이 주는 힐링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 본 기사는 산림청 전문필진 권원님의 연재 글입니다. 콘텐츠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