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꽃과 나무

자줏빛 구슬이 촘촘히 달린 작살나무

대한민국 산림청 2009. 2. 9. 18:02

나무 이름 가운데는 이름만 들어도 그 나무의 생김새를 짐작할 수 있는 나무들이 있다. 오갈피나무는 잎이 다섯 갈래이고, 눈잣나무나 눈향나무는 누워서 자란다. 버즘나무는 줄기에 버즘이 핀듯 한 얼룩이 있고, 매발톱나무에는 매의 발톱처럼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작살나무도 이러한 이름을 가진 나무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이 나무의 어느 부분이 작살처럼 생겼을까? 바로 나뭇가지이다. 작살나무의 가지는 어느 것이나 원 줄기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두개씩 정확히 마주보고 갈라져 영락없는 작살 모양이다. 작살 가운데서도 셋으로 갈라진 삼지창이다.

 

셋으로 갈라진 가지는 다시 작살 모양으로 하며 셋으로 갈라지기를 예외 없이 반복한다. 처음 식물을 배우기 시작할 때는 아무리 열심히 기억하려고 노력해도 금새 잊어버리기 쉬운데, 작살나무를 두고 선생님께 이름을 다시 여쭈어보면 나의 은사는 두 말없이 가지를 보라고 하신다. 그 말씀 한마디에 우리들은 그 나무가 작살나무임을 짐작하곤 하였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소태나무도 이 나무를 완전히 익힐 때까지 수 없이, 소태처럼 쓴 나무의 맛을 보아야 했다. 그런 작살나무가 요즈음 열매가 곱게 달려 눈길을 잡는다. 작살나무는 학명이 캘리카파 자포니카(Callicarpa Japonica)인데 속명 Callicarpa는 그리스어로 아름답다는 뜻의 캘소스(callos)와 열매라는 뜻의 카포스(carpos)의 합성어로 열매가 아름답다는 뜻이 된다.

 

영어 이름도 뷰티 베리(Beauty Berry)인데 베리는 둥근 열매에 자주 쓰이는 이름이고 이에 아름다운 미인이라는 뜻이 보태어 졌으니 열매에게 주는 최고의 찬사라고 할 수 있다. 동양으로 건너와 중국에서 부르는 한자 이름 가운데 자주(紫珠)라는 이름 또한 열매를 두고 자주빛 구슬이라 부른 말이다. 작살나무는 마편초과에 속하는 낙엽성 활엽수이며 다 자라야 2~3m를 넘지 못하는 관목이다. 우리나라의 웬만한 않은 산의 산록이나 산복에서 자라고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며 위에 큰키나무가 자라고 있어 햇볕을 가려리고 있을지라도 특유의 풍성함이 크게 훼손받지 않는다.

 

가지는 많이 뻗어나 덤불처럼 보인다. 꽃들은 늦여름을 즈음하여 꽃을 피워내므로 더욱 반갑고, 가을이 무르익으면 지름이 4~5mm를 넘지 않은 신비한 보라빛 구슬 열매들이 송이 송이 달려 있어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나무들이 만들어 놓은 꽃과 열매는 모두 아름답고 신기하지만, 특히 이 보라빛 열매는 아무도 같지 못한 특별한 빛깔이다. 작살나무나 좀작나무를 조경수로 키우는 데에는 이 열매가 주는 아름다움 이외에도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늘ㆍ건조ㆍ추위ㆍ공해 등에 잘 견딜 뿐 아니라, 옮겨 심어도 잘 적응하는 등 좋은 점이 아주 많다. 게다가 열매를 새들이 좋아 하므로 이 나무를 정원에 심으면 많은 새가 함께 찾아 든다.

 

조경수로 심을 때에는 열매가 좀 더 크고 조밀한 좀작살나무를 심는 것이 좋다. 관상용이외에도 몇 가지 용도가 있다. 목재는 워낙 굵게 자라지 않으므로 그 용도가 제한되어 있지만 목재의 색깔이 백색이고 무거우며 조직이 치밀하고 점성이 강해 기구재로 이용이 가능하다. 또 이 나무로 목탄을 제조하면 그 어느 나무보다도 경도가 높은 단단한 흑탄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약용으로도 이용이 되는데 잎이나 뿌리를 종기로 인한 독이나 피가 날 때나 산후풍에 쓴다. 마당이 넉넉하다면 울타리 한 켠에 좀작살나무 심어 두고 싶다. 눈이 즐겁고, 또 새를 불러 귀도 즐거우리라.

 

산림청 블로그 기자단 이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