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꽃과 나무

뿌리깊은 풀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16. 15:27

비가 내렸습니다. 숲 가득 촉촉이. 모질었던 겨울바람이 언제인가 싶게 숲의 기운은 어느새 한결 부드러워 있습니다. 아직 몇 번의 꽃샘추위가 남아 있겠으나 봄이 멀지 않았음을 이젠 누구나 압니다. 숲에 안개처럼 내려앉는 비의 모습이 너무 근사하여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무심히 옆 사람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비오니 좋군. 산불대기를 시작했다는데 한시름 놓아도 되고" 따끔한 일침이 날아왔습니다. "지금 비는 아니야. 그나마 쌓여 있는 눈을 다 녹여버리고 바람이 불고나면 금새 말라버리니 더 걱정이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숲의 나무와 풀을 공부하는 산림공무원이 된지 몇 해인데 현장의 느낌이 빠진 무심한 말들이 몹시 부끄럽더라구요.

 

바로 얼마 전 숲속의 겨울눈이 땅위에 쌓여 보온도 해주고, 가지가 말라 동해입는 것도 막아주고, 새록 새록 조금씩 녹은 눈은 숲의 나무가 풀에게 귀한 물을 제공해주니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눈이 쌓여있는 것이 좋다고 신문에 커다랗게 말해놓은 저인데 말입니다.

 

이런 복잡한 제 심사야 어떠하든 봄이 오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올 봄꽃소식은 무얼까! 수목원 마당엔 풍년화가 먼저 봄소식을 알릴 터이고, 숲에서 그 후로도 한참 더 있다가 생강나무 노란 꽃이 퍼지며 봄을 말할 듯 합니다. 땅위에선 언 땅이 녹아 어느새 오물 오물 올라온 풀들이 봄꽃들을 피워낼 것입니다. 봄 햇살을 차기 하기위해 남보다 먼저 부지런히 서둘러 올라온 노루귀 꿩의바람꽃, 복수초, 현호색 … 

 

 

가장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키도 작고 여리기 이를데 없지만 뿌리만은 아주 깊고 튼실합니다. 뿌리 깊지 않았던들 추운 겨울을 어찌 견뎠으며 남보다 먼저 그 딱딱한 땅을 뜷고 올라올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겠습니까. 진정 외유내강을 아는 식물들이지요.

 

예쁜 꽃으로도 맛있는 나무로도 유명한 얼레지는 비늘줄기를 가지고 있는데 한해가 지나면 새로운 비늘줄기가 기존의 비늘줄기 밑에 생기니 매년 땅속으로 깊이 깊이 들어갑니다. 여러해를 거듭하여 어느새 너무도 깊이 뿌리를 내려 매우 고운 꽃이어도 사람들은 옮겨심기을 내지 못하고, 비늘줄기는 귀한 전분이라는데 캐어쓰기 어렵지요. 꽃에 독성이 있어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들은 부러 먹고 장속의 나쁜 찌거기들을 배설하여 깨끗이 하게 하다는 앉은부채는 난뚝하게 당위로 올라온 정말 독특한 꽃의 높이가 고작 손가락 한마디정도 되지만 뿌리는 흔히 1m를 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특산식물로도 유명한 한계령풀은 끓어질듯 이어지는 가는 줄기와 뿌리가 이어지고 그 끝에서 양분을 축적하여 모아 놓은 큼직한 덩이뿌리가 있는데 워낙 몇십센티씩 내려가는 깊은 뿌리의 끝을 알지 못하여 한동안이 이 식물이 여러해살이풀임에도 불구하고 한해살이풀로 오해했고 lrma도 여러 책이 그리 기록되어 있답니다.

 

뿌리깊은 나무처럼, 뿌리 깊은 이른 봄의 풀처럼 이 땅에 튼실하게 마음을 싶고, 부족하지만 숲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헤아려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경이로운 세계가 바로 자연이니 우리가 말하는 모습은 정말 숲을 살짝 엿보는 것이겠지요. 그것만으로도 저도 함께 읽어주실 여러분도 행복하실 듯합니다. 부족함은 숲에 대한 애정으로 채우렵니다. 꾸벅^^

 

< 국립수목원 이유미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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