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꽃과 나무

뒷산 진달래, 조금씩 조금씩 추억속으로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16. 15:31

숲 사이에 퍼지듯 피어나는 진달래는 어쩌면 이렇게 해마다 마음을 흔들어 놓는지.


자라오면서 가장 먼저 외웠던 시도 ‘사뿐히 즈려 밟고 가라던’ 김소월 님의 진달래꽃이었고, 꽃으로 아름답게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소박한 사치의 즐거움을 처음 알게 해주었던 것도 진달래 꽃잎을 올려놓고 부치던 화전이었습니다. 누군가와 헤어져 돌아오던 길, 그 꽃빛이 슬퍼서 펑펑 울어본 경험도 바로 진달래를 통해서였습니다. 우리보다 윗 연배에 계시는 어른들은 여기에 산과 들을 헤매며 진달래 꽃잎으로 허기를 달래던 유년시절의 기억도 보태실 수 있으시겠지요.

 

정말 진달래는 우리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와 앉은 우리의 나무입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요즈음은 흐드러진 진달래꽃 구경을 숲에서 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도시가 아니라 산 이야기 입니다.

 

 아직도 온통 진달래뿐인 산등성이에서는 진달래꽃 축제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방방곡곡 어딜 가나 지천이던 그 진달래는 이미 아닌 듯합니다. 그 이유는 참 이상한 말이지만 숲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 우리의 산이 헐벗었던 시절만 해도 진달래와 소나무가 우리 숲의 주인이었다면 이제는 참나무를 비롯해 훨씬 다양한 다른 풀과 나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쫓겨나고 있는 것이지요. 예전엔 산에서 땔감을 구하느라 나무를 베어가고 또 낙엽도 모두 긁어갔습니다. 그러니 숲은 엉성하고 토양 내엔 유기물이 생겨날 수가 없었죠. 바로 산성토양이 된 거죠. 산성토양에서 잘 자랄 수 있는 나무들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산성에 강한 진달래는 경쟁자 없이 세력을 확장하며 잘 살 수 있었지요. 또 소나무 숲에서 내어놓은 방어물질에 대한 적응, 볕이 잘 들던 숲, 이 모두가 진달래에게 유리한 점이었지요.

 

예전에는 소나무 숲 아래에 어우러진 진달래가 전형적인 우리 숲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간 우리의 숲이 우거지고 소나무 숲에서 참나무 숲으로 변해가면서 그늘이 생겨났으니 햇볕이 필요한 진달래에게는 아주 나쁜 조건이 된 것이구요. 또 땅은 비옥해져 많은 식물들이 들어와 살게 되면서 진달래는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슬퍼해야 하는지 기뻐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듯 숲도 변하고 있으니, 뒷산의 진달래는 못먹고 배고프던 시절의 추억처럼 가슴 끝에 묻어 두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혹시 모르겠습니다. 훌륭한 육종가가 이 끈질긴 생명력과 독특한 빛깔을 가진 진달래 핏줄을 가지고 새로운 진달래 품종을 만들어 우리네 정원은 물론 세계에 퍼뜨리게 될지. 그래서 진달래가 이 시대에 알맞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설 날이 올 수도 있겠죠. 
 

참.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진달래, 그러나 막상 따지고 들면 철쭉과 혼동하여 정확한 진달래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답니다. 철쭉제라고 해서 가보면 털진달래 만 가득한 산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진한분홍색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 것이 진달래이고 철쭉은 아주 연한 분홍색 꽃이 피는 것입니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 참꽃, 철쭉은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고도 하고 진달래가 피고 난 후 피기시작한여 진달래에 연이어 핀다하여 연달래라고도 하지요. 많이 혼동이 되는 것은 산철쭉인데 진달래처럼 진한분홍색 꽃이 피지만 잎과 함께 피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원예종으로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산철쭉이며, 주왕산 계곡에 많은 수달래라고 하는 것은 바로 산철쭉입니다, 올 봄에는 산에 가면 우리에게 가까운 진달래와 철쭉 그리고 비슷한 산철쭉이라도 제대로 구분하여 불러주었으면 싶습니다.

 

< 국립수목원 이유미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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