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오! 산촌일기

올해도 강원도의 자존심에 상처가 나려나……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5. 11:47

꿈꾸는 늡다리 유배지

 

산촌은 산속에 있는 마을을 일컬는데요. 그 경계가 농촌과 참 애매할때도 있기는 합니다. 산촌의 삶이라 하면 산속 깊은 곳에 세상과 등지고 사는 이미지가 많이 그려질텐데요. 요즘은 정보화되고 편의시설이 좋아진 산촌들도 많이 있답니다. 산촌생태마을 보면 알수 있듯이요. 이곳에 소개되는 산촌은 강원도 영월 늡다리이며 산촌에서 일어나는 일상들과 그 느낌을 생생히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도시와는 다른 산촌의 삶을 김필봉선생님이 블로그에 기재하는 글과 사진에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올해도 강원도의 자존심에 상처가 나려나……

 

산림청 블로그 필진 / 김필봉

 

아침부터 내린 가랑비에 나무들이 머리를 감는다. 머리카락 빠지듯 하나둘 낙엽이 떨어진다. 내 머리가 다 시원해진다. 저러다 감기 걸릴라.
하루 종일 가을비가 내렸다. 그럼에도 아랫마을에는 제한 급수가 풀리지 않았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일찍 제한급수를 시작했다. 바짝 마른 산의 목마름은 하루 내린 비로도 턱없이 모자랐다.
올 가을도 이렇게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작년보다 더 심각한 가뭄이 불 보듯 뻔하다. 작년에도 가을 가뭄이 겨울까지 이어져 강원도의 자존심이 많이 상했었다.

버벅이던 라디오가 마침내 소리를 거둔다. 배터리가 방전된 것이다.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 시키려면 발전기를 돌려야 하는데, 발전기를 돌린 휘발유도 떨어졌다. 거의 동시 담배도 떨어 졌다. 마을로 내려가기에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오늘만, 오늘만 참아 보자고 달랜 게 사흘째다.
귀속에서 이명이 들린다. 마당가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리지만 이미 만성이 된 내 귀에는 물소리보다 풀벌레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전화기를 들어 귀에 대 본다. 이상 없다. 건전지도 바꿔본다. 그래도 전화벨 소리는  울리지 않는다. 애꿎은 전화기만 째려본다. 
올라오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내가 내려가는 수밖에…….

 

 

하루 종일 가을비가 내렸다.

그럼에도 아랫마을에는 제한 급수가 풀리지 않았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일찍 제한급수를 시작했다.

 

 

 인적이 끊긴 길 위에는 무심한 낙엽만이 쌓여 가고 있다.

올해는 송이가 나질 않아 마을 사람들도 다니지 않고,

나도 늡다리에 처박혀 밖으로 나오질 않았으니…….

이러다 길이 사라지지는  않을는지 모르겠다.

 

 

이른 가을 한낮 계곡 풍경.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계곡 얼굴이 달라진다.

 

 

계곡 물색은 가을이다. 물맛이 향기롭다.

 

올라가는 길 옆 거북 바위.

난 항상 이곳에서 잠깐 쉬어간다.

혼자 보고 다니기엔 아까운 풍경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