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꽃과 나무

신록의 산자락 휘도는 달콤한 향기…댕강나무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28. 11:34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댕강나무
신록의 산자락 휘도는 달콤한 향기

 

 

초여름에 때 아니게 쏟아진 우박의 피해가 알려진 그날 강원도에 있었다. 온종일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어 어두컴컴하더니만 늦은 오후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 내리고 이어서 우박이 우두두 떨어졌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보아왔던 우박 중 가장 컸던 이번 우박은 걸렸다 하면 뭐든 상처를 낼 듯 위협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씻은 듯이 비는 그치고 마치 파노라마영상을 보는 것처럼 구름들은 산 위로 빠르게 물러났다.

 

곧이어 그 자리는 파란 하늘이 차지하였다. 먹구름이 세상의 모든 더러움을 쓸어담아 멀리 날린 양 눈앞에 펼쳐진 자연은 더없이 맑고 깨끗하여 한동안 마음의 번뇌조차 씻어냈다.

 

댕강나무는 그런 경이로운 자연의 변화 끝에, 강원도의 한 식물원을 걷다가 만났다. 개불알꽃이라고도 불리는 독특한 복주머니란이다. 물망초를 닮은 작은 산지치 꽃들에 정신을 팔고 있을 즈음 아주 특별하고 강렬한 꽃향기가 풍겨왔다.

 

고개를 돌리니 그윽하면서도 달콤한 그 향기의 주인공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그것이 바로 댕강나무였다. 향기뿐 아니라 나무 가득 분홍빛이 다양하게 어우러진 꽃송이들이 정말로 송이송이 달려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피는구나!

 

댕강나무는 인동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작은 키 나무이다. 꽃 모양은 작은 통 같기도 하고 좁은 깔대기 같기도 하다.

연분홍빛이지만 안쪽은 보다 희고 새로 맺히는 어린 송이들은 주름지고 뾰족한 끝이 진분홍빛이라 더욱 곱디곱다. 작은 꽃들이 하나의 작은 공처럼 모여 달리고 다시 이러한 송이들이 나무 가득 피어난다.

 

댕강나무 꽃이 특별한 것은 개성 있는 꽃받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꽃 아래 달리는 꽃받침은 꽃이 지고 난 다음에도 여전히 남아 있어 댕강나무를 처음 본 사람들은 이 꽃받침이 꽃인가 착각하기도 한다.

 

나무를 즐기고자 한다면 그냥 꽃이 두 번 핀다 생각해도 좋을 만큼 마주보는 잎은 평이하고 꽃받침을 단 채 그대로 익어가는 열매는 익어도 벌어지지 않는다. 줄지어 골이 패인 줄기도 댕강나무류의 특징 중 하나이다.

 

이런 댕강나무를 자주 볼 수 없었던 것은 고향이 북한 평안남도 맹산이기 때문이다. 최근 남한에서도 보았다는 사람들이 있으나 표본을 보지 않아 확인하긴 어렵다.

 

그나마 남한에 남아 있는 댕강나무도 홍릉에 있는 국립산림과학원에 오래 전 심었던 것이 퍼졌다고 하니 귀한 것은 당연하다.

 

단양이나 영월 혹은 강원도 일부 지방에서 줄댕강나무나 털댕강나무 같은 것이 자라기는 하지만 털댕강나무는 꽃이 많이 달리지 않는 데다가 자생지 숲에선 다른 나무들에게 치여 풍성하게 꽃을 달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제대로 이 나무들을 만날 수 없었던 셈이다.

 

더러 정원에서 꽃댕강나무를 보긴 하는데 이 나무는 꽃은 풍성하나 좀 연하고 다른 나라에서 건너온 원예종이다. 향기도 댕강나무만 못하다.

댕강나무를 비롯하여 줄댕강나무들은 우리나라의 특산식물이다. 나무를 혹은 풀을 사랑하는 이가 많아져 예전보다 훨씬 우리 식물들이 관심을 받고 있으나 아직 찾아내고 사랑하고 알리고 싶은 식물들은 무궁무진하다.

 

북한의 자생지 맹산에선 댕강나무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고 있을까. 우리 식물을 찾아서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곳도 여전히 많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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