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한 생강냄새가 솔솔~ 생강나무를 아시나요?
동부지방산림청 숲 해설가 심정희
녹나무과에 속하는 생강나무는 잎이나 어린 가지를 잘라서 비비면 생강 냄새와 비슷한 독특한 향이 나기 때문에 생강나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피는 생강나무와 꼭 닮은 노란 꽃을 피우는 나무로 산수유가 있답니다.
은은한 향이 나는 어린잎은 따서 말렸다가 차로 마시기도 하는데, 가을이면 유난히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또 한 번 가을 산을 아름답게 장식합니다. 동그란 콩알 모양의 열매는 처음에 녹색이었다가 붉은색으로 변하며 9~10월이면 검은색으로 익습니다. 이 열매 안에 든 갈색의 동그란 씨앗에서 짠 기름으로 등잔불을 밝히기도 하고 여인들의 머릿기름으로 쓰기도 했다고 하네요.
생강나무는 오랜 세월 우리 조상들과 함께 살아온 만큼 각 지역과 쓰임새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붙었습니다. 날씨가 추워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은 중북부에서는 생강나무 씨로 짠 기름을 머릿기름으로 썼으므로 생강나무 기름도 동백기름이라 부르다가, 생강나무를 '산동백나무' '동박나무' '동백나무'라고도 불렀습니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동박나무라고도 하는데, 정선아라리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습니다.
아우라지 지장구 아저씨 배 좀 건네주게 /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지금부터 70여년 전 정선 여량리의 한 처녀와 유천리의 총각이 어느 가을날,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사랑도 속삭이고 동백도 따기 위하여 싸리골에 갈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이른 아침 나루터에 와보니 간밤에 내린 폭우로 강물이 불어 나룻배로 건널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처녀 총각은 서로 강을 건너다 보며 안타까운 연정을 읖은 것이 바로 이 노래입니다. 당시 아우라지의 뱃사공이던 지유성(별명이 지장구 아저씨)이 이러한 사연을 눈치 채고 그 애달픔을 대신 불러 주었다고도 합니다.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싸리골에는 유난히 생강나무가 많이 자랐다고 한다. 그곳은 처녀총각들이 열매를 주우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가서 만나는 사랑의 장소였던 것입니다.
강원도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순박하고 어리숙한 소작인의 아들인 '나'와, 당돌하고 적극적인 마름집 딸인 '점순이'를 대비시켜 젊은 남녀의 순박한 사랑을 그린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의 동백꽃도 바로 생강나무 꽃입니다.
"뭣에 떠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어떤 나무보다도 부지런해 숲속 겨울잠을 깨우는 생강나무. 알싸한 향기를 찾아 숲속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 그곳엔 열매, 잎, 줄기, 껍질까지 온몸을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생강나무가 샛노란 꼬마 등불을 달고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하여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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