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꽃과 나무

배고팠던 그 시절 끼니가 되어준 고마운 '갈참나무'

대한민국 산림청 2010. 7. 8. 16:19

배고팠던 그 시절...
끼니가
되어준 고마운 '갈참나무'

 

영월국유림관리소 숲해설가 홍정임

  

 

 

서울 쪽에서 영월로 오는 옛길에 반드시 넘어야 하는 소나기재가 있습니다. 소나기재 아래에는 속칭 '능말'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낙락장송 우거진 소나무 숲 사이로 재를 다 넘고 나면 길 왼편으로 엄흥도 기념관이 있고 그 바로 아래에 붙어서 단종 릉이 있습니다. 비운의 왕릉 입구에 주차장이 있고 그 아래쪽으로 보덕사로 들어가는 길이 있어 세 갈래를 이루는 들머리에 자못 그림자를 느끼지 못할 만큼 높직이 가지를 뻗고 있는 나무가 있습니다.

 

이웃해 있는 나무들과 서로 지기처럼 붙어 있지만 그 둘레나 우툴두툴 한 껍질로 드러난 나이로 보나 한 참은 윗길로 보입니다. 이 나무는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 1104-2번지의 주소를 갖고 있으며 2003년 2월 8일에 강원도 영월군 보호수 35호로 지정갈참나무입니다. 나이는 400살에 이르며 높이 21m, 둘레 3.8m로 가까이에서 보면 더 우람한데, 다른 보호수에 비해 나무 표면으로 보이는 껍질에 흠이 없어 아주 강건해 보입니다.

 


 

모든 도토리를 다 먹고 살았지만, 마을 가운데 있는 이 나무는 한 톨의 도토리도 밖으로 흘리기 어려웠겠습니다. 도토리를 꿀밤이라고 하는 이 동네에서 예전, 보릿고개가 사람들을 매우 살기 팍팍하게 했던 시절에, 사람들이 도토리를 얻기 위해 돌로 쳐서 냈다는 상처가 커다란 혹으로 울퉁불퉁 커다랗게 자라있습니다.


배가 고팠던 사람들에게 끼니가 되어 준 나무라 해서 꿀밥나무라고 불렀는데 발음이 변해 꿀밤 나무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나울 만큼 툭 툭 불거진 혹을 보고 흉년들어 살기 어려운 한 철 겨우 겨우 살아 넘겼던 옛 이야기를 생각하면 하루 한 끼니쯤은 때가 되어준 이 나무에게 그만한 이름을 붙인 것도 일리는 있겠습니다.


오래 전에 하늘 쪽으로는 다 자라버린 나무가 이제 옆으로 가지를 꺾으며 각단지게 겪어온 자신의 세월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어 지나가는 이의 눈길을 잡습니다. 아직도 이 나무는 마을의 가운데에서 이 마을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사람의 세상을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지금 퍽 안녕해 보이는 이 나무는 예전에 비해 지금 살아가는 일이 어떠할까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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