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속 하얀 꽃 무더기 피워내다 다릅나무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다릅나무를 아는 사람은 숲을 좋아하고 그 숲에 사는 나무들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냥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은 그냥 수많은 숲속에 나무들에 섞여 심드렁하니 자라는 이 나무에 좀처럼 눈길을 줄 수 없기 때문이죠.
풀 한포기 마다, 나무 한그루 마다 마음에 품고 보기 전에 눈에 들어와 알기 어려운 나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한번 알고 나면 흠뻑 다릅나무에 빠집니다. 새록 새록 매력이 넘쳐서 말아죠. 바로 그 다릅나무를 한번 알아보아요. 지금이 다릅나무 꽃이 한창이니 지금이 이 나무를 처음 깨닿는 적기입니다.
다릅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이지는 큰키나무입니다. 타원형의 작은 잎들이 9장씩 아까시나무잎 처럼 달립니다. 잎을 보면 언뜻 보기에 같은 콩과에 속하는 아까시나무나 화화나무라 비슷하지만 작은 잎의 끝이 동글거리지 않고 다소 각이 집니다.
하지만 자라는 곳만 살펴보아도 혼동될 리 없습니다. 회화나무는 친근하지만 자생하는 나무는 아니니 가로수나 공원에서 같은 부러 심은 곳에서나 자랄 것이고, 아까시나무는 그리 깊지 않은 숲에 자라며 가시도 있느니 말입니다. 다릅나무는 산 깊고 물 좋은 우리 산에 자랍니다.
꽃은 한여름에 핍니다. 희고 작은 꽃들이 총상화서에 달립니다. 하지만 아까시나무보다 길고 좁은 꽃차례에 달리며 아까시나무처럼 아래로 늘어지지 않고 삐죽삐죽 하늘을 향합니다. 그 기상이 멋지기도 합니다. 물론 작은 꽃송이 하나하나를 들려다 보아도 용골모양의 꽃들은 우유빛 꽃잎에 보랏빛 줄무늬를 가지고 있어 곱습니다. 열매는 콩과이니 당연 콩꼬투리같은 것이 가을에 익습니다.
다릅나무는 수피가 독특한데 암갈색의 수피는 약간 반질거리는 듯 싶기도 하고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기도 합니다. 나무가 아닌 목재를 아는 사람들은 다릅나무의 진짜 아름다움은 줄기 속에 있다고 합니다. 일단 줄기를 잘라보면 나이테가 가지런한 동심환을 만들면 선명하고 가지런하게 나있습니다.
줄기의 가장자리부분의 목재는 밝은 갈색이지만 속부분은 아주 진한 흑갈색입니다. 그래서 숲에서 부러진 나뭇가지, 숲 가꾸기로 잘려 나온 목재를 활용하여 목공예를 하시는 분들에겐 단연 이 다릅나무가 최고의 재료가 되죠. 숲에서 다릅나무같은 나무를 보았는데 확신이 안선다면 부러진 가지를 들여다 보면 금새 안답니다.
속담에 다릅나무는 "병마를 쫓는 수문장 역할을 한다"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이 나무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가 병마와 나쁜기운을 좇아 낸다는 밑음 때문에 생겨난 말입니다.
겉모습이 비슷하여 조선회화나무 즉 조선괴(朝鮮槐)라고도 하는데 생약명으로 꽃을 두고 이리부르고 가지를 두고는 양괴(懹塊)라고 합니다. 한방줄기가 단단하고 검은 탓에 개물푸레나무, 쇠코들개나무, 개박달나무, 소허래나무, 먹감나무 등으로도 부른단답다.
특히 꽃은 관절염을 통증을 줄여준다 합니다. 수피는 고약처럼 쓰면 상처를 아물게 해주기도 하고 사마귀를 떼어주기도 합니다. 산에 사는 동물들이 봄이면 이 나무의 수피를 갉아 먹곤하는데 겨우내 몸에 나쁜 병균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있게 들립니다. 이밖에도 수밖은 약효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꽃을 차로 만들어 마시기도 하고 수피는 염료도 됩니다.
누군가 이 여름 고요한 산골짜기에 넘칠 듯 많은 하얀 꽃무더기를 피워낸 다릅나무라고 합니다. 머리로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세상살이가 힘겨울 때, 이 시원한 다릅나무의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이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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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의 소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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