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꽃과 나무

"날 좀 봐주세요" 각시취

대한민국 산림청 2010. 7. 1. 16:52

"날 좀 봐주세요" 각시취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큰 키에 작은 꽃송이 다발 모여 

 
여름은 그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나봅니다. 장마도 간판만 걸었다가 내린 듯 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들이 이어지더니 갑자기 크게 무더워졌습니다.

 

여름이야 더운 것이 당연하지만 습도도 높고 무엇인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드는 그런 날씨입니다. 이럴 땐 잠시 손을 놓고 말 그대로 더위를 피해 피서를 가야 하는데 이런저런 나라 안팎의 여건들이 그런 충동을 견재하고 나섭니다.

 

상상으로든, 실행에 옮기든 그래도 시원한 바람줄기들이 이어지고 있을 강원도 산골짝 쯤으로 떠난다면 깊은 산의 언저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각시취입니다.

 

각시취를 보면 우연히 만난다기 보다는 예전부터 그 곳에서 서서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게 눈길을 끕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이런 저런 여름꽃들이 피어나지만 그 중에 유난히 큰 키로 우뚝자라 작은 꽃송이들이 다발을 이루고 있으니 아주 아름답고 인상적이며 찾지 않아도 절로 보아지는 그런 식물입니다.

 

각시취국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 풀입니다. 우리나라 산에서 자라고 이러져 멀리 시베리아까지 분포합니다. 보통은 산 가장자리의 볕이 약산 드는 곳에 여러 포기씩 모여 자랍니다. 어린아이 키만큼 큼직하게 자라므로 꽃이 필 즈음 산에 가면 금세 눈에 띕니다.

 

꽃은 여름에 피기 시작하여 가을까지 이어집니다. 푸르기도 하고 자주빛도 도는 굵은 줄기끝에 산방형으로 자루가 갈라져 지름 1cm 정도의 꽤많은 꽃이 달립니다. 꽃 색깔이 특히 고운데 보라색에서 연한 자주빛, 분홍색까지 다양합니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색들로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뤄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꽃피기가 절정을 이루면 비록 꽃잎이 약소해도 수술과 암술이 길게 나와 특별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물합니다. 열매는 가을에 꽃차례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리빛이나 갈색으로 익습니다. 물론 아주 잘 익고 나면 씨앗은 하나 하나 솜털을 달고 날아가죠

 

보통 꽃만을 기억하지만 알고 나면 잎도 특색 있는데 줄기에 달리는 잎들은 전체적으로는 긴 타원형이지만 깃털 모양으로 깊이 갈라져 6-10쌍의 피침형 잎조각을 만듭니다. 잎의 양면에 털도 있답니다. 특히 흰 꽃이 피는 것을 흰각시취 . 원줄기에 날개가 없으며 잎이 더 가늘게 갈라지는 것을 가는각시취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보통 이름 앞에 '각시'자가 붉은 식물은 하늘하늘 가녀리고 연약한데 각시 취만은 정말 씩씩합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접두어가 붙은 것은 그만큼 아름답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이 식물의 한자이름인 마화풍모국(美花風毛훤)은 아름다운 꽃을 가진 국화과 식물이란 뜻을 지녔고, 세계가 함께 쓰는 학명역시 아름다운 또는 귀여운 취라는 뜻입니다. 잎에 털이 있어서 참솜나물이라고도 합니다.

 

이름에서 알듯이 취의 일종이어서 수리취나 분취처럼 어린 잎을 나물로 먹고. 전초를 말려 관절염. 타박상 등에 처방합니다. 한때 꽃시장에 나온 각시취의 이름을 몰라 엉터리 영어 이름이 붙어 새로 수입한 꽃꽂이 소재로 둔갑하였는데 아주 비싸게 잘 팔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산에 특히 강원도에 흔한 꽃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떨어져 거의 거래되지 않는다니 정말 괜찮은 우리 꽃이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에 화가 났죠

 

질과 무관하게 메이커만을 찾는 습관이 꽃세계에도 이어진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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