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연꽃, 가시 돋힌 연보라빛 잎새 1m넘게 자라

가시연꽃, 가시 돋힌 연보라빛 잎새 1m넘게 자라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가시연꽃은 가장 급속히 사라져 가는 우리 꽃의 하나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어렵게 만나서 감동할 만큼 아름답고 개성있는 모습으로 더욱 유명합니다. 하지만 잎 하나의 지름이 1m도 넘게 크게 자라는 풀이면서도 한해살이를 하고 보니 옮겨 심는 다고 욕심을 내어도 결실 않고 사라져버리면 그만이고 어렵사리 얻은 씨앗도 1년생 초본이니 옮겨심는 일도 허당이고, 어떻게 발아시켜야 하는지, 언제 심어야 하는지 알아 키우가가 어렵다보니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너무 어려운 존재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오직 1속, 1종만 있는 아주 외로운 가계(家系)에 귀한 식물어서 이웃나라에서는 이 풀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전하기도 합니다. 가시연꽃은 수련과에 속합니다. 자생종이 아닌 연꽃이나 수련이 귀에 익고 눈에 익은 이들도 우리나라에서 자라나는 이 가시연꽃은 처음 들어 본 이가 많을 듯도 싶습니다.   이 가시연꽃에는 식물제 전체에, 하다 못해 꽃잎 밑의 꽃받침이며 방석처럼 넓게 퍼져 물위에 뜨는 커다란 잎새까지도 모두 가시가 나 있어, 이름만 알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알아 볼 수 있는 그런 식물입니다. 가시가 없는 부분은 가시로 가득한 꽃받침이 벌어지면 그 속에서 나타나는 보랏빛 꽃잎 정도입니다.   가시연꽃이 자라는 모습은 신기하답니다. 봄이 한참을 지날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아, "아! 이 못에서도 가시연꽃이 사라졌나"하고 실망할 즈음, 햇볕이 많은 어느 날을 잡아 불현듯 수면위로 올라와 돌돌 말려 있던 가시 박힌 연보라빛 잎새를 펼쳐내어 놓습니다. 그때부터는 여름 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한 두달 사이에 이렇게 큰 잎을 만들 수 있을까 신기 할 만큼 성큼 자라 수면을 덮습니다. 꽃은 늦은 여름, 잎새 끝에 하나씩 달려 올라오는데 수면위로 한 뼘쯤 정도만 꽃대를 내어놓습니다.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무성한 가시 사이에 아주 곱고도 예쁜 보라빛 꽃잎이 펼져지는데 모처럼 받은 햇살이 부끄러운 듯 활짝 벌어지지 않습니다.   재미난 것은 열매입니다. 열매는 꽃이 달렸던 그 모양 그대로 익어 주먹만큼 커집니다. 익을데로 익은 가시투성이의 열매는 조금씩 허물어지고 그 속에서는 종자가 나오는데 그 모양이 매우 독특합니다. 깨지 않은 잣처럼 생긴 암갈색 목질의 종피가 물컹물컹한 우무질로 둘러싸여 있는 것입니다. 가시연꽃 종자를 받으러 간 어느 날 물위에 동동 떠다니는 이 종자를 보고 특별한 양서류의 알로 착각했던 기억이 지금도 있습니다.   이 물컹한 우무질은 가시연꽃의 종자가 물위로 떠올라 널리 퍼져나가는 즉 물위에서의 종자가 전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종자들이 수면의 가장자리 어딘가에 닿아 가라앉게 되면 땅속에 묻혔다가 이듬해 조건이 맞으면 새로운 개체가 되어 싹이 올라오는 것입니다.   옛 어른들은 가시연꽃의 이 종자를 자양강장제로 한방에서 이용하였습니다. 가을에 익은 종자를 볕에 말렸다가 쓰는데 정기를 보하고 귀와 눈을 밝게 하며 그밖에도 신경계통, 유정, 허리아픔, 관절염 등 여러 증상에 처방합니다. 가시연꽃이 흔하던 시절, 가시연꽃 종자를 따서 한 보따리 항아리에 담아 두고 기운이 떨어질 때마다 드셨다는 옛 어른들도 계시는데 이제는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식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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