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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1장> 산이 품은 문화와 가치를 발견하다 - 왕산약초체험마을 최무열 대표

대한민국 산림청 2018. 8. 24. 11:00





 그에 말마따나 ‘다 팔아먹고’ 산에 들어온 지 11년. 5만 평의 거친 땅을 정성껏 보듬고 일구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산은 그가 맞바꾼 것 이상의 가치와 행복을 아낌없이 선물했다. 강원도 강릉의 깊은 산골, 왕산약초체험마을의 최무열 대표를 만나 그 특별한 이야기를 청했다



  자연이 준 선물, 산약초의 매력에 빠지다


바쁜 일정을 쪼개 시간을 내준 최무열 대표을 만나기 위해 강원도로 향했다. 비가 흩뿌리는 산간도로를 오래 달린 끝에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고단리에 위치한 왕산약초체험마을에 도착했다. 해발 900m 백두대간 능선, 덕우산에 자리 잡은 이곳에 도착하니 마치 딴 세상에 온 듯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껴 숲은 신비로웠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숲의 청신한 맨얼굴을 말갛게 씻어주고 있었다. ‘체험마을’이라 이름 붙었지만 테마파크 같은 인공 시설물로 채워진 곳은 아니었다. 대신 울창하게 우거진 산림이 여느 테마파크 못지않은 볼거리를 자랑하고 있었다. 통나무로 만든 작은 산장, 붉은색의 작은 모노레일이 자리한 풍경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이런 풍경에 취해있는 동안 최무열 대표가 나타났다. 통나무 산장에 앉아 빗소리와 함께 인터뷰를 청했다.


“도시에서 건설업을 했는데 1997년 IMF 사태로 부도를 맞았어요. 사업을 하면서 돈 거래에 있어서는 단 10원도 허투루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신뢰를 철저히 지켜 왔는데 주변 사람들이 한꺼번에 부도 어음을 돌린 거죠. 당시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실망이 굉장히 컸습니다. 대인기피 증세까지 왔으니까요. 그래서 찾은 곳이 산이었습니다.”


땅이나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속에 머물다 보니 최무열 대표의 상처도 조금씩 치유됐다. 도시에 있을 때부터 관심을 갖던 산약초에 대해 본격적인 공 부도 시작했다. 몇 시간씩 산행을 하며 산약초를 캐러 다니는 건 예사. 오랜 시간 독학으로 배웠지만 성분 분석 같은 전문적인 분야는 1년간 강원대 산림농업과정과 2년간 농림부 마이스터대를 통해 배웠다. 산양삼의 경우 딱 봐도 몇 년짜리 삼인지, 어디서 자란 것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 올랐다.


“산약초는 어떤 첨가물 없이도 즐길 수 있지요. 가공을 하더라도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요. 자연 그자체라는 점이 산약초의 매력이라고 할까요.”


그가 산약초에 빠진 이유 역시 의미심장하다. 그 자체로 진실함과 거짓 없는 존재라는 점에서 산과 산약초는 그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자 가치관과도 무척이나 통해 있었다.





 함께 즐길수록 더욱 소중해지는 가치


왕산약초체험마을이 있는 덕우산은 잡목이 우거져 동물들도 못 다닐 정도의 거친 산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버려진 산이라고도 했다. 최무열 대표는 길을 닦고 정성껏 일궈 5만 평이 넘는 산림 재배단지를 만들었다. 산양삼, 산약초, 산더덕 등 귀한 임산물들을 풍요롭게 품은 가치 있는 산으로 변화시켰다. 희귀식물과 야생화가 지천에 자라는 이 아름다운 곳을 많은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에 최무열 대표는 청정 임산물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숲에서는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그러워집니다. 자연이 주는 이러한 행복을 나 혼자만 알고 있기 너무 아깝다 싶어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임산물 재배도 중요하지만 이 역시 숲이 주는 무한한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니까요.”


최무열 대표는 임산물로 수익을 내는 것 보다 많은 이들이 숲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숲이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고민했다. 덕분에 왕산약초체험마을에는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숲과 농장을 둘러볼 수 있는데 최무열 대표가 숲 해설과 산약초에 대한 생생한 지식을 들려준다. 숲해설가, 농촌관광문화해설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는 그다. 산양삼이나 산더덕을 직접 캐볼 수도 있다. 모노레일은 농장이 워낙 넓고 지대가 높아 수월하게 산약초 재배를 하기 위해 설치한 것인데 방문객들도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돌아오는 모노레일 코스는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청량한 숲을 모노레일을 타고 누비는 경험은 이곳만의 명물이 됐다. 모노레일은 산속에 길을 닦는 것보다 오히려 산림을 덜 훼손하는 장점도 있어 경상남도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바 있다. 모노레일 체험이 끝나면 산양삼 4뿌리가 들어간 특별한 백숙도 맛볼 수 있다.





 성공이라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


왕산약초체험마을에는 여행 목적뿐만 아니라 견학을 위해 찾는 이들이 유난히 많다. 최무열 대표는 임업과 귀산촌을 시작하는 이들이 꼭 만나고자 하는 ‘산림멘토’로도 통한다.


“임업 컨설팅을 위해 찾는 분들이 많죠. 그러면 제가 그분들께 왜 임업을 하려느냐고 꼭 물어요. 돈 벌기 위해 한다는 사람이 있고, 산이 좋아서 시작한다는 사람이 있어요. 전자는 무조건 실패하고, 후자는 대부분 정착해요. 사실 돈 벌 수 있는 일은 도시에 훨씬 많거든요. 저 역시 돈을 벌고자 했으면 산에 들어오지 않았을 거예요. 처음에 제가 귀산촌을 할 때도 주변 사람들이 다 미쳤다고 했어요. 그런데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저는 산이 너무 좋았어요. 지금도 산에 있으면 아무 것도 안 해도 행복하거든요. 무엇보다 산이 좋아서 온 이들은 자연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생기게 되요. 이런 소신이야말로 임업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봐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수익도 따라오게 되어 있고요.”


귀산촌과 임업에 대한 강의를 하고, (사)임업후계자협회 회장으로서 임업인들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산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그 진심이 절로 전해졌다.


“스위스의 관광 수입이 연간 약 38조 원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18조 원 정도이고요. 스위스에 가면 다들 산악관광을 하죠. 우리나라에서 산악관광을 하는 비율은 2%로도 안 될 거라고 봐요. 하지만 스위스보다 우리의 산림자원이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스위스에 알프스 산맥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거기서 경험할 수 없는 울창한 숲이 있어요. 우리의 산림 정책 역시 무조건 보호하는데 급급하기보다, 전 국민이 보다 산을 사랑하고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으면 합니다. 산이 이렇게 좋다는 걸 알게 되면 국민들 스스로 감시자가 되고 보호자가 되지 않을까요”


최무열 대표는 산에 온 이후로 과시욕이나 상대적 박탈감에서 해방됐으며, 산이 행복의 기준과 가치관을 바꿔놓았다고도 말한다.


“귀산촌 노하우에 대한 강의를 하러 많이 다니는데, 가면 꼭 저한테 말도 안하고 ‘귀산촌 성공사례’라고 크게 써붙여놓더군요. 저는 성공이라는 말을 제일 싫어하거든요. 성공의 기준을 경제적 이득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임산물이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고 지역과 상생할 줄 아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는 최무열 대표. 더 많은 이들이 자연과 가까워지고, 그들의 걱정이 숲에서 눈녹듯 사라지길 바란단다. 성공사례가 아닌, 진정한 산림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그가 있어 정말 다행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악수를 나눈 후 그와 헤어졌다. 산처럼 강건하고 따뜻한 손길 덕분에 돌아가는 길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왕산약초체험마을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고단리 산 50번지

문의 : 033-645-8113

www.sansam1004.com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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