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사람들은 다양한 관계를 견고하게 하고 그를 통해 더 잘 살아가고자 한다. 이러한 관계의 중요성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람과 자연이다.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고민하며 작은 섬을 아름다운 자태의 꽃과 나무가 가득한 비밀의 정원으로 일군 곳이 있다. 바로 전남 1호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힐링파크 쑥섬쑥섬’이다. 고즈넉한 자연의 숨결을 온전히 호흡하며 거니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완성되는 곳, 힐링파크 쑥섬쑥섬으로 떠나보자.
애도(艾島), 풍경에 매혹되는 애도(愛島)
사람의 간절한 바람은 기적에 가까운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외지인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던 작은 섬을 하나의 커다란 정원으로 바꾼 애도에서 그런 기적을 만날 수 있다. 섬에서 나오는 쑥이 인진쑥보다 좋다고해서 쑥 애(艾)자를 쓰는 애도. 쑥섬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전남 고흥군 나로도항에서 배로 5분 정도 이동하면 닿는다. 난대원시림으로 이뤄진 당숲이 풍요롭게 우거져 있다. 외부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것은 물론 애도에 사는 주민들도 반 정도는 안 들어가 봤을 정도로 신성시하는 숲이다. 이 비밀스러운 곳을 ‘힐링파크 쑥섬쑥섬’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일구어낸 주인공은 바로 김상현·고채훈 부부다. 애도를 가꿔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겠다는 결심을 한 이래 10년의 준비기간을 거치고, 애도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일하며 섬을 일군 것이 8년. 물론 그동안 꽃보다 풀이 더 많이 자라났고, 칡넝쿨에 점령당했으며, 장미를 삽목한다는 걸 찔레를 삽목하기도 일쑤. 포트에 모종을 만들어야 하는 작물을 직파하는 등 수도 없는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하지만 애도는 결국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천상의 화원으로 탄생했다. 덕분에 이곳 숲은 400년 만에 외부인에게 개방됐으며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섬으로 거듭났다. 2017년엔 전남 1호 민간정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바다를 품고 생명을 꽃피우는 별정원
바다 위에 비밀의 정원이 오롯이 자리 잡고 있는 힐링파크 쑥섬쑥섬에는 섬을 트레킹하며 비경을 돌아볼 수 있는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선착장에서 시작해 헐떡길, 원시 난대림인 당숲, 환희의 언덕, 몬당길, 별정원, 야생화정원, 수국길, 난대림 테마정원을 돌아 사랑의 돌담길, 여자산 포바위와 남자산 포바위, 신선대, 성화등대, 동백길을 지나 다시 선착장에 돌아오는 코스다. 총 3km 구간으로 1시간 30분 안팎이면 돌아볼 수 있다. 그만큼 작은 섬이지만 코스 곳곳에서 군락을 이룬 여러 종류의 꽃들과 마주치고, 숨을 고르며 눈을 돌리면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어 매력을 더한다.
이곳 탐방로의 특징은 아름다운 섬의 자연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으며 애도에 얽힌 옛이야기를 따라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인의 나체와 풍만한 가슴을 가진 후박나무, 태풍 매미에 쓰러졌지만 결코 죽지 않은 육박나무, 밭 가운데 있는 바위에 뿌리를 박고 살아남은 느릅나무, 저절로 수형이 부채꼴로 예쁘게 나온 다정큼나무, 신비로운 자태를 자랑하는 신선대의 소나무 등은 힐링파크 쑥섬쑥섬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비경이다.
그 중 백미는 단연 별정원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쏘아올린 고흥군의 상징인 우주와 별을 모티브로 한 별정원은 400여 종의 꽃들이 계절마다 피고 지며 절정의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각종 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별정원에서는 봄이면 수선화, 돌갓꽃, 리나리아, 꽃잔디, 튤립, 금계국, 금어초, 개양귀비, 락스퍼, 이베리스 등이 앞 다투어 피어난다. 여름에는 철포나리, 천일홍, 디기탈리스, 송엽국, 메리골드, 비비추, 맥문동, 베르가못, 참나리, 갯패랭이, 백합, 수국 등이 만개한다. 가을에도 화려함을 잃지 않는다. 에키네시아, 지니아, 국화, 한련화, 리나리아, 상사화 등의 꽃과 라벤더와 바질 등의 허브도 절정을 이룬다. 덕분에 계절마다 화사하게 피어난 꽃밭에서 바다를 조망하며 온전한 치유의 시간을 선물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2017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상을 받은 난대원시림에서는 일반 식물원에서는 볼 수 없는 200∼300년 된 원시림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힐링파크 쑥섬쑥섬은 자연보존을 위해 입도 인원을 조절하고 있다. 참고로 배편은 나로도항에서 하루 5번 정기운항하고 있다. 이곳을 둘러보려면 탐방비 5,000원을 내야하는데 마을 입구에 있는 무인 돈통에 넣으면 된다. 힐링파크 쑥섬쑥섬을 둘러봤다면 나로우주센터와 나로우주과학관이 15분 이내 거리에 있으니 연계해 둘러보는 것도 근사한 여행 코스가 된다. 나로도의 봉래산 편백숲, 백사장이 예쁜 나로우주해수욕장, 염포몽돌해수욕장도 추천한다.
그리고 함께 일구어 나갈 쑥섬의 희망
힐링파크 쑥섬쑥섬은 정원을 사랑하는 이들이 꼭 찾고 싶은 곳으로 손꼽히며 이미 많은 이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그 사이 해변공원과 쉼터를 만들었으며 옛 우물 중 활용가능한 것들을 복원하는 등 지역경제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기반도 만들었다. 올 상반기에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마을의 돌담길을 정비할 예정이다.
또한 애도마을 주민과 이익을 공유하고 더불어 성장하는 것, 쑥섬쑥섬 힐링파크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이 자연스럽게 나로도항의 숙박시설이나 식당을 이용하도록 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 역시 김상현·고채훈 부부가 이곳을 만든 이유기도 하다. 노인과 결손가정 아동 등 지역의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사회복지사업, 청소년과 만학도를 위한 장학사업, 지역 사회의 리더형 인재를 육성·후원하는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또 강수량에 따라 물 사정이 달라지는 애도에 상수도를 개통할 예정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을 만드는 것도 힐링파크 쑥섬쑥섬을 운영하는 이들 부부의 목표다.
또한 힐링파크 쑥섬쑥섬이 심신이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선사하는 힐링가든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유지하면서 섬정원, 마을정원, 숲정원, 꽃정원, 경관정원 등을 추가적으로 조성하고자 한다. 수려한 비경을 자랑하는 남도 최고의 비밀정원 애도는 정원이 창출하는 사회적 순기능까지 알차게 일구어 가고 있다.
김상현·고채훈 부부
고채훈 씨는 전남 고흥군 봉래면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이고, 남편 김상현 씨는 동일면 내나로도의 고흥백양중학교 국어 교사다. 쑥섬은 김상현 씨의 고향으로,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부부가 합심해 18년간 정원을 가꿨다. 주말과 휴일마다 숲길을 정비하고 비밀정원을 만들었고, 400여 종이 넘는 꽃들이 계절마다 피고 지는 ‘힐링파크 쑥섬쑥섬’이 탄생했다.
힐링파크 쑥섬쑥섬
주소 : 전남 고흥군 봉래면 애도길 43
문의 : 010-8672-9222
http://ssookseom.com/
http://blog.naver.com/ssooks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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