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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아름다운 한라산의 유존식물

대한민국 산림청 2018. 12. 13. 11:00




국립수목원 석사후연구원 남경배, 임예슬, 조상호
현장전문가 이동혁
임업연구사 조용찬



 해발고도가 1,947m인 한라산은 유존식물의 남한 내 최고(最高) 공존장이다. 신생대 빙하기 동안 북방에서 한반도로 이동해 살아남은 식물이 한라산 정상부를 피난처 삼아 고립되어 분포한다. 면적은 작지만 중요한 생물자원의 분포지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 한라산 정상부, 즉 백록담 일대다.

한라산의 대표적인 유존식물로 눈향나무, 시로미, 들쭉나무, 암매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식물은 빙하기에 제주도가 한반도와 연결되었을 때 추위를 피해 남하해 산록지대에 널리 퍼져 자라다가 기온이 상승하면서 한랭한 고지대로 이동해 격리된 것으로 본다. 각각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한라산 왕석밭의 눈향나무


 눈향나무

눈향나무는 측백나무과의 상록소관목이다. 한반도 전역의 1,000m 이상의 산지에 주로 자라며 한라산에서는 1,500m 이상에 분포한다(공우석, 1998). 남한에서는 한라산, 설악산, 소백산, 가야산, 덕유산, 지리산 등지에서 자라는데 그중 한라산에 가장 많다.

암수딴그루이고 드물게 암수한그루도 있다. 비늘잎과 바늘잎이 함께 나타나며 성목일수록 비늘잎이 많다. 열매는 장과 형태의 구과이고 구형 또는 약간 납작한 구형이며 두 해에 걸쳐 익는다. 대개 50㎝ 높이로 땅위를 뒤덮듯이 자라고 자생지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한라산의 눈향나무는 북서계절풍이 많이 불고 강우량과 강설량이 많은 지역에서 자라다 보니 키가 작고 뒤틀려 자라는 왜성변형수(矮性變形樹) 형태로 나타나거나 원줄기가 기울어져 옆으로 퍼지면서 많은 가지를 내어 덤불을 형성하기도 한다.

눈향나무의 왜성변형수(한라산)                                                               해안성 눈향나무(경북 영덕군)




눈향나무는 자생지에 따라 고산성 외에 해안성으로 나누기도 한다. 해안성은 해안 및 작은 섬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해안 절벽이나 암석 지대에서 늘어져 자라는 형태의 것을 말한다. 경북 영덕군이나 울산 등지에서 발견된다. 남해안 도서지방에서 자라는 것은 섬향나무로 구분하기도 한다. 해안성의 눈향나무가 빙하기 이후 기온이 상승하면서 점차 높은 지대로 이동해 고산성 눈향나무가 됐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므로 해안성 눈향나무가 고산성 눈향나무와 완전한 동일종인지 아닌지에 대한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눈향나무는 환경변화에 약한 편이므로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IUCN의 평가기준에 따라 현재 약관심종(LC)으로 분류한다.


한라산 윗세오름의 시로미                                                                                    시로미의 열매





 시로미

시로미는 시로미과의 상록소관목이다. 북부의 일부 고지대와 한라산에 격리되어 분포하며, 한라산에서는 1,200m 이상에 자란다(공우석, 1998). 북한에서는 백두산과 후치령, 남한에서는 한라산에서만 발견된다.

암수딴그루이고 드물게 암수한그루가 있다. 잎은 넓은 선형이고 두꺼우며 광택이 있다. 땅위를 기면서 15㎝ 내외로 자라며 최대 30㎝까지도 생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매는 장과이고 약간 납작한 구형이며 연한 초록색에서 검은색으로 익는다. 시큼하면서도 단맛이 나서 식용 가능하다. 강장제로 이용하고, 술로 담가 마시거나 잼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시로미의 한자명은 오이(烏李)이고 영어명은 crowberry로, 까마귀와의 관련성이 엿보인다. 진시황이 사신을 제주도로 보내 가져오게 한 불로초 중 하나가 시로미라는 이야기가 있다.

제주조릿대와 경쟁하게 된 시로미 모습                                                              고사가 진행 중인 시로미 모습   




다른 유존식물에 비해 시로미는 개체수가 적지 않은 편이긴 하나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그 주된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고지대까지 침범한 제주조릿대가 시로미와 경쟁관계에 이른 것을 꼽는다. 또한 등산객들의 답압(踏壓)에 의해서도 등산로 주변의 시로미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한라산 성판악의 들쭉나무                                                                            들쭉나무의 꽃




 들쭉나무

들쭉나무는 진달래과의 낙엽소관목이다. 1,000m 이상의 북부 고산과 중부 산지 그리고 한라산에 격리 분포하며, 한라산에서는 1,500m 이상에 나타난다(공우석, 1998). 설악산에도 극소수가 분포한다.

꽃은 분홍색이 도는 흰색이고 양성화로 피며 가지 끝에 한 개 또는 몇 개가 달린다. 잎은 달걀 모양의 원형이거나 타원형이며 자생지에 따라 약간의 변이가 있다. 소택지나 개울가 같은 습한 토양을 선호하지만 암석 주변이나 초원 지대 같은 건조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편이다. 음지는 물론이고 양지에서도 생육한다. 보통 0.5~1m 높이로 자라지만 고지대에서는 10~15㎝로 낮게 자라는 편이다. 가지가 많아 덤불을 이루거나 작은 군락을 형성하기도 한다. 열매는 흑자색의 장과이며 구형 또는 약간 납작한 구형이고 표면에 백분이 덮여 있다. 신맛이 없고 단맛이 나서 식용한다. 열매를 먹는 동물에 의해 종자가 산포되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무성 생식도 가능하다. 열매의 형태에 따라 종을 세분하기도 한다. 중국의 백두산 쪽에서는 들쭉나무의 열매를 말려서 관광객을 상대로 식용으로 파는데 그것은 대개 긴 타원형이다.



                                                     들쭉나무의 열매                                                                          백두산 북파의 들쭉나무 군락



들쭉나무는 남한 내의 개체수가 적은 편이고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이 높은 식물이므로 현지 내 보전 방안이 요구된다. 한라산에는 적은 개체가 남아있는데, 최근에 결실하는 개체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한라산에서의 들쭉나무의 앞날이 그리 밝지 못하다는 뜻이다.


                                                        한라산의 암매                                                                            암매의 꽃가루받이 모습


 암매


암매(岩梅)는 암매과의 상록소관목이다. 돌매화나무라고도 한다. 한반도에서 한라산 1,800m 이상에만 분포한다(공우석, 1998). 백두산에는 없는 종으로 멸종위기Ⅰ급식물이다. 한라산이 암매 분포지의 최남단이다.

꽃은 양성화이고 가지 끝에 1개씩 흰색으로 핀다. 드물게 분홍색으로도 핀다고 한다. 다른 식물에 비해 꽃이 크다고 하긴 어려우나 잎에 비해 몇 배나 큰 꽃이 달린다. 한라산 정상부에는 꽃가루를 옮기는 벌이나 나비가 거의 없어서 제꽃가루받이로 번식할 수밖에 없다는 자료가 있으나, 그렇지 않다. 개미나 작은 벌 종류가 꽃가루를 묻혀 나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잎은 거꾸로 된 달걀 모양이고 가죽질이며 광택이 난다. 주로 노출된 암석 지대나 절벽 사면에 뿌리를 깊게 박아 몸을 지탱하며 잎을 촘촘하게 배열해 방석처럼 붙어 자란다. 그래서 암매를 pincushion plant라고 한다. 방석은 방패 같은 역할을 한다. 여름이면 뜨거운 직사광선을 막고 수분을 저장하며 겨울이면 강추위를 막고 열을 저장한다. 키가 대개 2~3㎝에 불과해 세상에서 가장 키 작은 나무로 통한다. 드물게 15㎝까지도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매는 지름 3㎜ 내외의 둥근 삭과이고 꽃받침에 싸인다.


                                                        암매의 잎                                                                                    암매가 사는 위태로운 바위



암매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하고 빙하기를 거치면서도 살아남은 식물이기에 학술적인 가치가 높다. 하지만 분포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고 자생지가 암벽이라 풍화작용으로 훼손되기 쉬우며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로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한라산 정상 일대에 고립되어 분포하는 유존식물에게 가장 큰 위협 요소는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다. 고산 지대에 적응해 살아가는 식물은 기온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평균 기온이 상승할수록 해발 고도가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섬처럼 고립된 생태계에서 더위를 피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한라산의 정상부는 유존식물의 마지막 삶의 터전이다. 열악한 기후 조건과 느린 회복력 때문에 그들의 자생지는 한번 파괴되거나 훼손되면 복구가 어렵다. 인공 증식도 쉽지 않다. 그러므로 원래의 경관을 유지하고 보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훼손이나 환경 변화에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1. 국립수목원, 2017, 키 작은 강인한 유존식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pp120.
2. 공우석, 1988. 한라산 고산식물의 분포 특성, 대한지리학회지 22(2) : 191-208.
3. 공우석, 2007, 우리 식물의 지리와 생태, 지오북.
4. 이동혁, 2014. 한국의 나무 바로 알기, 도서출판 이비컴.
5. IUCN, 2016, http://www.iucnredlist.org/datails/191578/0
6. 김태정, 1996, 한국의 자원식물Ⅱ, 서울대학출판부, pp312.
7.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4394233&cid=42555&categoryId=58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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