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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보자> 자연과 사람이 함께 완성한 공존의 숲, 계방산 운두령 桂芳山 雲頭嶺

대한민국 산림청 2019. 8. 22. 14:30






글. 편집실 / 사진. 김종현, 국립산림과학원, 국립공원관리공단 오대산국립공원
자료 제공.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기획과, 북부지방산림청 홍천국유림관리소


 구름이 쉬어 가는 높은 산에서는 계절도 숨을 고르며 느리고 희미하게 흘러간다. ‘구름 고개’ 운두령에서 시작해 계방산 정상까지 이르는 길에서는 그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한여름 더위에 몸과 마음이 고단한 날에는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흩어놓는 듯한 계방산의 침엽수림 속에서 산 아래 일상을 잠시 잊어도 좋겠다.






 유순한 산세로 높지만 친근한 산 

계방산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해발 1,577m의 계방산 정상 부근에는 높은 산에 오르는 수고를 다한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고산성 침엽수림, 웅장한 전망 같은 풍경이 아낌없이 펼쳐진다. 적설량이 많아 눈꽃 만발한 겨울철 산행으로 이름높은 산이지만, 울창한 활엽수림부터 희귀 침엽수까지 우리 산이 키워낸 건강한 숲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여름철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곳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운두령이다. 자동차가 닿는 고개 중 가장 높다는 해발 1,089m의 운두령을 통과하는 31번 국도는 홍천군과 인제군, 영동고속도로와 연결된다. 차량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곳 운두령에서 등산을 시작하면 계방산 정상까지 3시간 만에 닿을 수 있다. 가는 길에 몇 번의 가파른 오르막이 있지만 숨 고를 여유를 주는 완만한 길이 적당이 섞여 있어, 틈틈이 고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산행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또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운두령 부근의 아름드리 물푸레나무 군락과 활엽수림, 쉼터, 맑은 날이면 오대산 비로봉부터 설악산과 강릉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 특히 정상에서 완만한 능선을 따라 20분쯤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주목 군락지는 고산지대 특유의 장관을 선사한다.



눈측백군락

                                             분비나무                                                                                      이삭단엽락




 드물어져가는 귀한 식물들과의 만남

아고산대(亞高山帶)에 속하는 계방산은 분비나무와 가문비나무, 주목 등 상록침엽수의 생태학적 영향력이 높은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침엽수림은 높은 산지에 섬처럼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희귀할 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 실태조사 분석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명산에서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등 보호 가치가 높은 상록침엽수가 자생지에서 집단으로 고사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계방산의 분비나무와 가문비나무도 점차 드물어지거나 사라질 위험이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 침엽수림에 닥친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2015년부터 침엽수종을 중심으로 매년 계방산 생태 모니터링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계방산은 대부분의 수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건강한 숲이다. 하지만 주목과 분비나무의 경우 크고 오래된 나무에 비해 어린 나무의 수가 적어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리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계방산에서는 침엽수림 외에도 다양한 희귀식물이 살아가고 있다. 눈측백, 정향나무, 꽃개회나무 등의 수목부터 백작약, 만병초, 금강초롱꽃, 금강제비꽃 등의 야생화와 만삼, 토현삼 등의 약초까지 다양하다. 특히 멸종위기종인 이삭단엽란, 위기종인 딱두릅나무와 구실바위취도 자생하고 있어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생태적 중요성이 높은 계방산 일대는 이미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2017년에는 산림청에서 지정하는 보전·연구형 국유림 명품숲 10개소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다양한 생명이 어우러진 명품 숲길

계방산에는 높고 깊은 산세가 품고 키워낸 희귀 침엽수종과 식물들이 어우러진 자연림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숲도 있다. 사람이 만들고 자연이 키워낸 조림지(造林地), 운두령 특수활엽수단지다. 그 시작은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82년까지 5년간 자작나무를 비롯해 고로쇠나무, 산벚나무, 물박달나무 등 활엽수를 심는 조림사업이 이어졌다. 2016년 기준 자작나무, 산벚나무, 낙엽송 순으로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운두령 조림지의 전체 면적은 170ha에 달한다. 산림청은 전국 유일의 대규모 조림지인 운두령 활엽수림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숲 가꾸기 기술개발과 교육, 산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특수활엽수단지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자연림과 인공림, 침엽수와 활엽수, 풀과 나무가 어우러진 계방산은 그냥 보아도 좋지만 알고 보면 더 아름답다. 특히 계방산의 여름은 오랜 세월 숲을 지켜온 아름드리나무들이 녹음을 뽐내고 금강제비꽃과 금강초롱꽃, 범꼬리 같은 야생화가 수줍은 자태를 피워내는 계절이다. 산행 전에 계절마다 즐겨야 할 풍경과 조심해야 할 구간 등을 미리 알아보고 싶다면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계방산분소(033-332-6419)와 북부지방산림청 홍천국유림관리소(033-439-5510)에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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