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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도시> 생명을 품고 도시를 숨쉬게 하는 도시숲 - 대만 다안삼림공원

대한민국 산림청 2019. 12. 13. 14:30





 빌딩이 숲을 이룬 도심에서 도시숲은 허파 역할을 한다. 또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에서 생명을 키우며 시민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 자리한 다안삼림공원도 마찬가지다.



 고도화된 도시의 허파 역할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는 타이완 섬 북쪽 끝에 자리해 있다.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북쪽에는 다툰산과 치싱산의 군봉으로 이루어진 다툰 화산군이, 서쪽에는 관인산이, 남서부에는 타오위엔 대지가 펼쳐져 있다. 도심은 주로 대지의 남서부에 분포되어 있는데 서쪽에는 단수이강, 북쪽에는 지룽강, 남쪽에는 신뎬강이 둘러싸고 있다. 녹지는 도심 외곽에 자리한 산 주변으로 분포되어 있고 도심은 밀도가 높아 녹지가 거의 없다. 이런 이유로 다안삼림공원(大安森林公園)은 타이베이에 숨통을 틔어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안삼림공원은 일본제국이 타이완 섬을 식민 통치하던 시절에는 군인장교와 가족들의 거주지와 타이베이 시 도서관 부지로, 1949년 대만정부 수립 후에는 국제학교 기숙사 부지로 활용되었다. 1980년대 초 체육관 건립계획이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1985년 대형 삼림공원으로 계획되었다. 이후 1992년 공사를 시작해 1994년 시민에게 개방되었다.







다안삼림공원은 타이베이 시 중심지인 다안구에 위치해 있다. ‘큰 평화와 안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이곳은 타이베이 시의 주요 대로인 신이로, 신생남로, 허핑동로 등이 둘러싸고 있으며, 국립타이완대학교, 국립사범대학교, 국립타이베이공업대학 등의 대학교와 고급 주거지가 가까이에 자리해 있다.


길이 815m, 폭 225~440m의 마름모 형태인 다안삼림공원은 넓이만 259,293m2(약 26ha)에 달한다. 타이베이 시에서 가장 넓은 공원으로 인구 밀도가 매우 높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해 있어 ‘타이베이의 허파’ 또는 ‘타이베이의 센트럴파크’라고도 불린다.







 연령, 장애 유무와 상관없는 무장애시설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뿐 아니라 타이베이 시 전역의 시민들이 찾는 이곳은 크게 수림지역과 시설지역으로 나뉜다. 수림지역에는 죽림구역, 종려구역, 열대·판근식물구역, 타이완고무나무구역, 낙엽수구역, 연못구역, 자연생태구역이 자리하고, 시설지역에는 산책로, 정자, 휴식 공간, 야외음악무대, 잔디광장, 어린이놀이터 등이 있다. 다안삼림공원을 둘러싼 대로마다 입구가 있어 시민들은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북서쪽에는 주입구가 있으며 주입구 광장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길에는 교목과 관목이 심어져 있다. 진입로 남쪽에는 대나무구역이 있는데 이곳에는 녹죽, 호로죽, 브라질금사죽, 마키노대나무, 사각죽 같은 다양한 대나무가 자라고 있다.


주입구 근처에는 0.7ha에 이르는 인공호수와 섬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에는 듀란타, 아칼리파, 칸나류, 알라만다, 푸밀라고무나무 등 다양한 열대식물이 주로 자란다. 수생식물은 물론 거위, 비단잉어, 금붕어의 생활터인 인공호수에는 수생식물을 활용해 빗물을 정화시켜 재활용하는 우수순환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아열대기후 지역에 자리한 공원인 만큼 여러 종류의 야자수, 종려가 심어져 있어 열대 야자수림을 거니는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외곽에는 숲 사이로 난 2.1km의 ‘만보도로(萬步道路)’가 있어 새소리를 들으며 조깅과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적색벽돌 가루로 만든 만보도로는 주변의 녹색식물과 대조되어 열대지방의 강한 인상을 주며, 중국인이 좋아하는 적색으로 만들어 문화적 의미를 더했다. 특히 무장애(barrier free) 개념으로 만들어 도로의 탄성이 좋고 전체적으로 평탄해 장애인은 물론 남녀노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







나무로 빽빽한 숲, 연못, 대나무림을 제외하고 공원의 모든 구역은 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무장애시설이다. 대부분의 구역에서 레크리에이션 활동이 가능한데 통계에 의하면 공원 내 활동시설은 44,391㎡로 전체의 17.1%를 차지한다.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구역은 165,591㎡로 63.9%, 진입이 제한된 곳은 49,311㎡로 19.0%를 차지한다.

공원 중앙에는 낮은 잔디 언덕의 경사면을 이용해 900여 석의 좌석을 마련한 야외무대가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전통 및 현대음악과 연극이 공연되거나 시민단체의 모임이 진행된다. 특히 환경 관련 시민단체가 자주 모이면서 환경문제를 논의하는 상징적인 공간이 되었다.


또 해마다 타이베이 플라워쇼가 12월 말부터 다음해 1월까지 개최된다. 타이베이 플라워쇼는 시민들의 창의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플라워쇼에는 타이베이 시에서 정한 주제에 따라 학생·일반 아마추어 및 전문가가 설계하고 만든 화훼와 정원이 전시된다. 2010년과 2011년에는 세계꽃박람회도 개최됐다.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하는 현장


숲에서는 휴식, 산책, 자연학습이 주로 이루어지며 조깅, 체조, 무술 등의 운동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가장 많은 시민이 방문하는 시간은 이른 아침과 저녁으로, 평일에는 평균 10,000명, 휴일에는 30,000명 정도가 이곳을 방문한다. 


자연생태 수림구역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는데 벤자민, 알스토니아, 인도자단, 카시아피스툴라, 포감나무 등 60여 종의 교목과 기타 관목 및 지피류가 주를 이룬다. 처음 조성 시 교목 4,700여 그루와 관목 및 지피류 70,000그루가 심어졌는데 아열대기후 지역의 특성상 조성된 지 오래지 않아 울창한 숲의 형태를 이뤘다. 야생동물의 수도 증가했다. 타이베이 시 조류학회 조사에 따르면 흰날개해오라기, 노랑때까치, 녹색비둘기, 대백로, 구관조, 봉황머리매 등 28종의 새 721마리가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다안삼림공원은 타이베이 시 공원가로등관리처에서 관리한다. 최근에는 빗물을 함양해 물의 근원이 된다는 것을 교육하고 수자원 절약정신을 가르치기 위한 물절약 시범공원으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페달형 수도꼭지 등 물 절약형 시설을 설치하고, 인공호수의 수생식물을 이용해 비와 화장실 물을 정화해 재활용하는 수질정화시스템을 운영해 숲과 잔디에 물을 준다.


다안삼림공원은 인구와 개발 밀도가 높고, 땅값이 비싼 도심 한복판에 도시숲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사례다. 현재 이곳은 타이베이 시의 훌륭한 산소공급원으로, 도심의 열섬효과를 완화하는 도시숲으로, 시민의 건강을 위한 삼림욕 공간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이곳을 중심으로 주변 도로에 대형 교목을 심어 밀도 높은 가로수길을 만들면서 도시 전역으로 녹지를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시민 곁에 가까이 있으며 모두가 자유롭게 누리고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다안삼림공원. 인구가 밀집된 도심에 자리한 도시숲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안삼림공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 김성균

서울대학교에서 조경설계, 문화경관, 조경수목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의 주요 산에 대한 산림생태계연구, 서울의 가로수 및 가로수 관리시스템 등을 연구했다. 

또 경의선 숲길공원, 덕수궁 녹화거리, 우정총국 주변 광장, 대전광역시 시청광장, 백두대간수목원 등의 계획 및 설계를 진행했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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