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서늘한 공기에 눈이 떠지는 계절, 가을입니다. 마트에 갔더니 채소 매대에 햇밤이 보이기 시작한 걸 보니, 완연한 가을에 들어섰음을 느낍니다. 햇밤은 추석 즈음에 나오기 시작하는데요. 그냥 먹어도 맛있는 햇밤을 한 봉지 사와 무얼 만들까 고민하다가 지금 만들어 추운 겨울 달콤한 간식으로 즐길 보늬밤을 만들었습니다.
보늬는 밤이나 도토리 따위의 겉껍질 속에 있는 얇은 껍질을 말하는 순우리말입니다. 보늬밤의 핵심을 바로 요 속껍질 그대로 밤조림을 만드는 건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속껍질이 다치지 않게 겉껍질만 벗겨내야 합니다. 햇밤의 경우 따뜻한 물에 1시간 정도 담가 불리면 쉽게 벗길 수 있지만, 저장 밤이라면 4시간 정도 불려야 겉껍질을 벗기기 수월합니다. 밤 1kg가 겉껍질을 벗기니 650g으로 무게가 줄었습니다.
볼에 겉껍질을 벗긴 밤을 담고 잠길 정도의 물을 붓습니다. 그리고 보늬의 떪은 맛을 없애기 위해 베이킹소다 1T를 넣고 반나절 정도 담가 둡니다. 다음날 아침 까맣게 변해있는 물을 보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까맣게 변한 물 그대로 밤과 함께 냄비에 옮겨 담고 중불에서 30분간 끓입니다. 끓이면 끓일수록 물이 더욱더 까맣게 변하고, 30분 정도 끓이면 물이 절반으로 줄어 듭니다.
삶아진 밤은 찬물에 옮겨 담은 뒤, 퉁퉁 불어난 율피를 씻어내는데요. 밤 가운데 딱딱한 심지도 같이 제거합니다. 만약 잘 떨어지지 않으면 강제로 벗겨내지 마세요. 힘을 주면 밤이 으스러질 수 있으니 최대한 힘을 빼고 자연스레 벗겨질 수 있게 합니다.
손질한 밤을 냄비에 담고, 밤이 잠길 정도로 물을 채웁니다. 그리고 다시 약불로 30분간 끓인 뒤 찬물로 세척합니다. 이 과정을 2~3번 반복합니다.
여러 차례 삶아낸 밤은 물기를 모두 뺀 뒤 남아 있는 잔털과 심지 등을 정리해 줍니다. 이때 삶으면서 으스러진 밤도 같이 정리해 줍니다. 설탕은 밤 무게의 50%가량 넣는 게 보통이나 기호에 따라 설탕의 양을 조절해서 만듭니다.
냄비에 밤이 물에 잠길 정도로 물을 채운 뒤, 설탕 300g을 넣고 약불에 졸여줍니다. 물이 반쯤 줄어들면 럼과 간장을 각 1T 넣고 10분 정도 더 끓여주는데요. 이때 집에 럼이 없다면, 레드와인으로 대신합니다.
완성된 보늬밤은 미리 열탕 소독한 유리병에 담습니다. 국물이 걸쭉한 밤조림이 먹고 싶어 조금 더 졸였더니 조청 마냥 국물이 꾸덕꾸덕해졌습니다. 이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냉장고에 넣고 두세 달 숙성을 거치면 더욱 맛있는 보늬밤을 즐길 수 있습니다.
햇밤이 나올 때 보늬밤을 만들어 추운 겨울 맛있게 즐겨보세요. 외출하고 돌아와 꽁꽁 언 몸을 달콤한 밤조림이 스르륵- 녹여줄 겁니다. 맛있는 보늬밤 먹을 생각에 추운 겨울이 더욱더 기다려집니다.
※ 본 기사는 산림청 제11기 기자단 조연희 기자님 글입니다. 콘텐츠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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