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셀프 홈 가드닝

식물이야? 돌이야?

대한민국 산림청 2009. 7. 22. 17:33

 

 

 

제가 좋아하는 다육식물 가운데 '리톱스'가 있습니다

 

초록이를 키우다보면 별의별 신기한 모습을 다 보게 되지만
이 리톱스만큼 동물적인 모습을 보이는 식물은 없을거라 생각되요.

 

리톱스가 일 년에 한 번씩 탈피하는 모습을 보면
단순한 신기함을 넘어 어떤 경외심으로 온 몸이 저릿저릿해 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지요.

 

리톱스가 탈피를 마치는 때가 바로 요즘.

한 번 보실래요?

 

 

 

 

리톱스.

엄마이 몸이 찢어지면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려고 합니다.

 

 

 

 

새로운 아가가 건강하게 태어나는 과정을 보면
엄마(모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엄마의 몸은 찢어지고 갈라지고 주름이 생깁니다.

나는 이 모습에 꼭 눈물이 나오고 말지요.

 

내가 좀 감정이 헤픈 사람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당신도 이런 모습을 지켜본다면 틀림없이 나와 같을 거에요.

우리 엄마도 나를 낳았을 때 이렇게 힘들고 아팠겠지요?

 

 

 

 

엄마의 옆구리를 찢고 나오는 이 녀석 좀 보세요.

 

 

 

 

새로 태어난 아가는 엄마 몸 속의 영양분과 수분을 빨아먹으며
완전한 아름다움을 완성해가요.

 

나도 그렇게 자랐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엄마는
주름 투성이로 말라가는데

 

 

 

 

자식은 저 혼자 컸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부모를 떠나 다른 곳을 쳐다보지요.

 

나도 그랬어요.

 

 

 

 

그래도 엄마는
최후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줍니다.

 

우리 엄마처럼 말이에요.

 

 

 

 

또 다른 리톱스.

 

'우리 아기, 춥지?'하면서 엄마가 아기를 꼬옥 안고 있는 것 같아 보여요.

 

 

 

 

그래도 아가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지요.

 

나도 그랬답니다.

 

 

 

 

빨리 엄마의 품에서 멀리 떠나
'내 인생은 나의 것~' 만을 외치고 싶지요.

 

 

 

 

엄마는 계속 자식 주위를 맴돌지만
몸은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닙니다.
주름 투성이, 그리고 완전히 말라버렸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식의 몸에서 억지로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자식이 엄마로부터 떨어져 나간다는 말이 맞을 거예요.

 

 

 

 

 자식이 엄마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하고

 

 

 

 

좀 더 멀어지고 ......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는 몸이지만
그래도 자식 곁에서 오래오래 지켜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랍니다.

 

 

 

 

...... 엄 마 ......


나는 어린 시절 우리 엄마가 너무 구질구질하게 사는 게 싫었어요.
다른 엄마들처럼 뽀샤시하게 하고 다녔으면 했지요.
우아한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내 기억에는 동생들을 순서대로 등에 업은 모습으로
늘 동동거리던 엄마의 모습만 남아 있습니다.
하긴,,,, 애가 다섯이었으니까요.
내가 그 중 첫째 딸이에요.

 

 

우리 집이 부자는 아니었어도 그렇게 가난하지도 않았는데
엄마는 다른 집에서 김치를 하는 날이면
언제나 찾아가서 그 집 아줌마가 뜯어 버린 배추 겉잎을
다 주워오곤 했지요.
나는 그게 얼마나 창피했는지 몰라요.
특히, 옆집에 사는 같은 반 친구 '숙이'가
'니네 집 그지구나 ~ 얼레리꼴레리~' 했을 때는
정말 미치도록 엄마가 너무 미웠어요.

 

 

그뿐인 줄 아세요?
우리 엄마가 속옷을 갈아입을 때 보면
꼭 아빠 속옷을 줄여서 입는 거예요.
구멍이 난 아빠 런닝의 어깨선을 줄여서 정말 '그지같이' 걸치고 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답니다.
여자가 남자 팬티까지 입었다니까요, 글쎄.
도대체 왜 저렇게 초라하고 청승맞게 살아야 할까......???
화가 나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요.
엄마에 대한 안쓰러움보다는 그 궁상맞음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거든요.

 

 

언젠가 블로그에도 한 번 쓴 적이 있습니다만,
식탁에서는 꼭 생선 뼈다귀만 빨아먹는 게 우리 엄마였어요.
가운데 뽀얀 살은 모두 나에게 발라주었지요.
'아우, 지겨워 ~ 난 절대로 우리 엄마같이 살지 않을 거야.' 하는 눈초리로 흘겨보면
엄마는 내 마음을 금세 들여다본 듯한 얼굴을 하고는
"야, 원래 고기란 것은 뼈에 붙은 살이 제일로 맛있는거야. 너, 몰랐지?"
라며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한 거짓말을 하셨어요.

 

 

에혀 ...... 우리 엄마의 알뜰살뜰 자식을 위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놓기 시작하자면
사실은 이 보다 더 처절한  이야기로 네버엔딩 메들리가 완성된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 당시에 아주 귀했던 여학생 전용 잡지를 다달이 볼 수 있게 된 것이라든가
다른 친구들이 부러운 눈치로 바라보던 로울러 스케이트를 타게 된 것,
춘천에 유명 상표 운동화가 처음 들어오던 때, 며칠을 조르고 졸라서 흰색 테니스화를 신게 된 것 등이
모두 엄마의 주워 온 배춧잎과 그지같은 런닝과 생선 뼈다귀 덕분이었던 것을
그 때는 정말 몰랐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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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라서 나는 어른이 되었어요.
결혼하는 순간에도 속으로 다짐했지요.
'난 엄마처럼 우중충하게 안 살거야.
내가 얼마나 폼나고 우아하게 사는지 보라구!' 했답니다.

내 딸 유민이를 낳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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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데 ,,,,,,

 

 

 

 

 

꽃같이 예쁜 내 딸 유민이가 태어나고 보니,,,,,
엄마가 하신 말씀이 거짓말이 아니더라구요. 모두 정말이더라구요.
나도 말이에요,
울 유민이랑 밥을 먹을 때는 '진짜로' 생선 살보다 '뼈'가 더 맛있는 거에요.
뽀얀 생선살이 유민이 입속으로 쏘옥 들어가서
오물오물 씹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밥맛이 백 배는 더 좋아지는 거 있죠 ?? ! !

 

 

 

 

세상에서 제일 빛나고 예쁜 내 딸 유민이.

우리 엄마가 나를 이렇게 예쁘게 키워주신 덕분에
나도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같은 유민이를 낳고 기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엄마가 된 후에야 비로소 알 게 되었음을
슬퍼해야 하나요? ...... 기뻐해야 하나요??

 

 

 

 

 

나는요, 예쁜 것을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면 꼭
유민이가 제일 먼저 생각나요.
그런데,
속상한 일이 생기거나 누구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거나 외로움에 지칠 땐
제일 먼저,,, 엄마가 생각나요.

나, 분명 세상에서 제일 못된 딸이지요?

유민이에게 줄 먹을 거리는 돈 아깝다는 생각하지 않고 꼭 유기농 매장을 찾으면서도
엄마에게 가져다 줄 장을 볼 때는
대형 할인점에 가서 덤으로 끼워 팔기하는 물건은 없나 기웃거리며
제일 값이 싼 먹거리를 잔뜩 사서 안겨드리는 나랍니다.
에공 ......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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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사랑에 보답하는 방법은
나도 울 유민이를 온전히 사랑으로만 키우는 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엄마.
죄송해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모전녀전이라더니.......
제가 어렸을 적 그렇게 싫어하던 엄마의 모습을
지금은 점점 많이 닮아가는 것을 느낍니다.
엄마가 남의 집 배추 겉잎을 죄다 주워다가 김치를 만들 때는 그게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은 제가 울 유민양  손을 잡고
재활용 센터나 분리수거 코너를 날마다 휘젓고 다니니 말이에요. ^^
엄마, 내가 '대한민국 땅그지'가 된 거, 다 엄마 때문이야.
책임지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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