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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키나발루 산의 고산림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22. 15:56

 

# 말레이시아 키나발루 산의 고산림

 

글 ·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배상원

 

 사바 주의 키나발루 산은 국립공원이면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해발 4,000m가 넘기 때문에 열대지역이지만 해발 2,000m 이상으로 올라가면 열대림이 아닌 알프스 지역 산악대와 알프스대에서 자라는 나무들의 특성을 가진 침엽수와 활엽수들이 자라고 있다.

 

 

 키나발루 산의 중간에 있는 라양라양을 지나면 고산지대의 숲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라양라양부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지는 않지만 내리막길이 없는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주위에 나타나는 나무들은 키가 채 10m도 되지 않는 아교목 상태의 나무로 줄기도 꼿꼿하지 않고 구부러져 자라는 것이 대부분이다. 땅은 우리나라의 시골길처럼 황토빛을 띠고 있어 우리나라 산길을 걷는 것 같다.
이곳에 자라는 침엽수를 자세히 보니 해발이 낮은 아래쪽에서는 이곳보다 훨씬 큰 Dacrydium 나무가 자라고 해발이 높아짐에 따라 나무가 높이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숲 가장자리에 무성한 하얀빛이 나는 풀을 자세히 보면 잎 위로 핀 베고니아꽃으로 꽃이 핀 자리는 대부분 수분이 있는 곳이다. 베고니아의 적응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키 작은 숲 사이를 한참 가다보면 갑자기 앞이 훤히 트인 장소가 나타나는데 이렇게 나무가 없는 빈 공간의 바닥을 보면 바닥이 전부 바위이다. 이러한 암반지대에는 자라는 나무들이 다른데 나무의 높이는 2m도 채 안되는 관목형태를 이루고 있으나 수관에는 하얀꽃이 피어 있어 마치 눈이 내린 것 같다. 자연이 여름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얀꽃을 머리에 받치고 있는 나무가 있는 사이로는 붉은꽃을 피우고 있는 만병초들이 고산지대여서인지 꽃과 잎이 조그맣게 자라고 있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바위산에 앉아 산 아래를 보면 한쪽에는 안개가 가득 차 있고 한쪽으로는 햇빛이 쨍쨍 비치고 있어 자연의 신비함을 한눈으로 느낄 수 있다.

암석지대를 지나면 다시 비교적 키가 큰 나무들이 들어선 숲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 숲은 침엽수가 아닌 활엽수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 다른 산으로 들어선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암석지대와는 달리 땅이 평평한데다 수분이 많아지기 때문에 해발고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나무가 높게 자라는 것 같다. 이곳에 들어서면 가파른 길을 올라오면서 힘들었던 것을 아는지 쉼터와 식수가 있어 저절로 쉬게 된다.

쉼터를 뒤로 하고 다시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붉은빛 봉우리에 하얀꽃이 피어 있는데 마치 우리나라 남쪽지방에서 자라는 동백꽃처럼 보여 다시 돌아보게 되는데 잎을 보아도 동백나무잎과 비슷하게 생겼다. 온대지역인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는 열대지역에서도 기후조건이 비슷한 곳에서는 비슷한 나무들이 자란다는 것이 놀랍게 느껴진다. 이렇게 비슷한 나무가 있는가 하면 종모양의 붉은꽃이 핀 나무도 나타나는데 놀라운 것은 이 나무가 침엽수인 것이다. 이 침엽수는 잎이 난 모양이 주목과 유사해 보이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소나무나 잣나무에서 볼 수 없는 꽃이 피어 있는 특이한 형태이다.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로 나무가 진화하였음을 보여주는 것 같은 이 나무는 Dacrycarpus로 여겨진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와 꽃을 보며 오르다보면 눈앞에 침엽수림이 시원하게 펼쳐지는데 언뜻 보면 절벽 위에 무리지어 자라는 우리나라의 키 작은 소나무가 온 산을 뒤덮은 듯하다. 나무는 높이 자라지를 못해 키가 4∼5m 정도이지만 나뭇가지는 길게 자라 마치 우산을 펼쳐놓은 것처럼 보인다. 멀리서 보면 한 종류의 나무로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여서 자라고 있다. 회색빛을 띤 나무는 활엽수로 학명이 Leptospermum recurvum이다. 진한 초록색과 연한 초록색을 띠고 있는 것은 침엽수인데 학명이 Dacrydium gibbsiae로 우리나라에서는 자라지 않는 나무들이다. 고산대의 숲에 들어서면 이미 해발 3,000m가 넘는 지역이라 공기가 희박해져 숨은 차지 않지만 숨을 쉬는 것이 악간 거북하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약간 힘이 드는 정도이다. 이러한 환경을 말해 주듯이 나무들의 줄기는 마치 죽은 나무의 줄기처럼 회색빛이며 수피가 벗겨져서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우리나라의 향나무 껍질 같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꽃을 볼 수 없을 것 같은데 숲 사이로 땅 위에 하얀꽃이 레이스를 단 듯이 피어 있다. 이 꽃은 하얀꽃이 피는 난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예쁜 꽃을 피우고 있다. 이렇게 하얀꽃이 피어 있는가 하면 관목의 가지 끝에 빨간꽃이 앙증맞게 달려 있는 것도 있다. 숲에서 산 위쪽을 쳐다보면 암봉들이 보이는데 고산대의 숲과 암봉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고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광경이다.

높이 4∼5m의 Dacrydium과 Leptospermum이 섞여서 자라는 숲을 지나면 숲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관목지대가 나타나면서 암벽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주위에 자리를 잡고 있어 수목한계선에 도달한 것을 알 수 있다.

키나발루 산은 열대지방에 위치하고 있지만 해발이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수종들이 자라고 있어 자연의 힘이 얼마나 크고 다양한지를 몸으로 느끼게 한다. 특히 해발 2,500m 이상에서 나타나는 수종들은 낮은 지역에서도 자라지만 해발이 높아짐에 따라 적응을 하여 전혀 다른 크기로 나타나 그 적응력에 감탄이 나온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나무와 유사한 것들도 있어 친근감을 느끼는 것은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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