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바르츠발트 구릉지역의 욀베르크 자연보호림
글 ·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배상원
욀베르크의 숲은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이 되어 절대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숲으로 주위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자리를 잡고 있어 찾는 사람들에게 마치 뒷동산에 온 듯한 친근함과 아기자기하면서도 울창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 |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는 독일 남서부의 대표적인 산림지역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어나가고 남쪽은 거의 스위스 접경지대에서 끝이 나는데 슈바르츠발트와 평행으로 흐르는 강이 독일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인(Rhein)이다. 라인 강과 슈바르츠발트 사이에는 라인 강변의 평야지대가 자리를 잡고 있는데 가까이 가면 구릉지역이 형성되어 있다.
이 지역은 슈바르츠발트 기후보다 따뜻하여 포도가 많이 경작되는 등 전혀 다른 자연경관을 보여준다. 또한 기후와 지형이 달라서 슈바르츠발트의 가문비나무숲과는 다른 활엽수숲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지피식생들도 차이가 난다. 이렇게 이 지역의 숲이 다른 지역과 차이가 나고 다양한 식생과 곤충들이 살기 때문에 이 지역의 숲들은 여러 군데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이 되어 있다.
자연보호지역은 독일 환경보호법에 따라 지정된 지역으로 국립공원과 함께 가장 엄격한 보호를 받는 지역으로써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역 중 상당 부분이 자연보호지역으로도 지정이 되어 있다. 독일의 자연보호지역(Naturschutzgebiet)은 119만4,227ha로 전 국토의 3.3 %를 차지하고 있으며 바덴-뷰르템베르크 주에는 1,013개소(8만4,025ha)가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이 되어 있다. 자연보호지역은 절대적인 보호를 받는 지역이며 이보다 낮은 단계의 보호를 받는 지역을 자연경관보호지역(Landschaftschutzgebiet)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으며 이 지역은 용도변경이 불가능하다.
욀베르크 에렌스텟텐(Olberg Ehrenstetten) 자연보호지역은 자연보호지역 중의 하나로 1996년에 23.6ha의 숲이 주정부에 의해 지정이 되었다. 이 지역은 슈바르츠발트와 라인 강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라인강 평야와 슈바르츠발트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위치인 구릉에 있고 주위가 모두 포도밭으로 되어 있어 욀베르크로 가는 길목은 숲으로 가는 길이 아닌 평지에 펼쳐진 과수원지대를 지나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특히, 여기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과일로의 이용은 거의 없고 대부분 포도주 제조용으로 사용된다. 특히 이곳은 포도주 산지로도 유명한데 이렇게 포도주 생산지로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가 독일 내에서는 가장 따뜻한 지역 중의 하나이지만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는 춥기 때문에 포도의 당도가 낮아 식용보다는 포도주 제조용으로 적합하였기 때문인 듯하다.
포도밭을 뒤로하고 구릉지대로 올라오면 온통 초록빛활엽수숲이 펼쳐져 있는데 마치 포도밭 위에 섬처럼 숲이 떠 있는 것 같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은 참나무(Quercus robur), 너도밤나무(Fagus sylvatica), 물푸레나무(Fraxinus excelsior), 단풍나무(Acer campestre) 등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대면적이 한 수종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소면적으로 나무들이 자라는 것이 바뀌거나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같이 자라는 혼효림으로써 참나무, 단풍나무 등 따뜻한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종류들을 볼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이곳이 자연보호지역임을 알려주는 조그마한 표지판이 서 있다. 구릉 위에 숲이 자리를 잡고 있고 산책로가 숲 가운데로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어서 마치 고향의 뒷동산에 산보를 나온 것같이 느껴진다.
산책로 좌우로 보이는 숲은 초록으로 덮여 있지만 자세히 보면 덩치가 비교적 큰 참나무가 자라고 그 주위로 너도밤나무나 서어나무가 같이 자라고 있다. 특히 참나무 줄기는 죽은 가지가 없이 곧게 자라고 있어 재질이 좋은 참나무 키우는 방법을 우리들에게 가르치는 것 같다. 숲을 키울 때 문제가 생기면 나무들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새삼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이러한 자연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며 자라는 숲의 모양은 마치 키 작은 서어나무나 너도밤나무가 참나무를 보호하고 있고 지표부에는 관목이 거의 없고 풀들만 자라고 있어 바닥에 초록색 양탄자를 깔고 나무들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숲을 지나면 반짝반짝 빛나는 줄기를 뽐내는 너도밤나무가 무리를 지어 자라는 숲이 나타나는데 높이가 30m 정도에 이르고 굵기도 한 아름이 넘어 보인다. 너도밤나무가 음수수종이어서인지 숲이 아래부터 위까지 전부 초록색으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 너도밤나무숲이 보이는가 하면 장대모양 우뚝 솟아 자라는 물푸레나무들이 자라는 숲도 나타난다. 독일의 물푸레나무는 우리나라의 물푸레나무(Fraxinus rhynchophylla)의 잎보다는 더 가늘고 긴 모양을 띄며, 우리나라의 들메나무(Fraxinus mandshurica)와 비슷하고 줄기도 들메나무처럼 곧게 자라고 있다. 나무높이도 30m에 달해 물푸레나무의 잎을 아래서는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이다.
물푸레나무가 자라는 숲을 지나면 단풍나무가 너도밤나무와 같이 자라고 있는데 높이 10m가 조금 넘는 나무들이 촘촘히 자라고 있어 숲속이 잘 안 보일 정도이다. 숲 바닥에는 햇빛이 잘 들지 않아서인지 풀도 별로 없고 수관층이 초록색 잎으로 덮여 있는 모습은 나무들이 이렇게 빽빽하게 자라면 숲의 겉은 초록이어도 속은 그렇지 못해 건강한 푸르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숲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다양한 숲을 따라 걷다가 보면 앞이 훤하게 트이는데 이 지점이 숲과 포도밭이 만나는 곳으로 숲이 아닌 이 지역의 자연 경관을 한눈에 볼 수가 있다.
건너편 낮은 구릉에 자리 잡은 포도밭에 줄을 지어 자라는 포도나무의 모습이 반듯하다 못해 질서정연하다. 질서정연한 포도밭 너머로는 라인 강변 평야가 자리를 잡고 있다. 완만한 구릉과 넓은 평야의 경작지 위에 세워진 붉은 지붕에 하얀 벽의 조그마한 카펠레(Kappelle, 조그마한 기도소)는 이 자연보호지역의 진주처럼 빛난다.
평야 가운데 조그마한 구릉 위에 탑이 우뚝 솟은 스타우펜(Staufen) 고성이 자리잡고 있다. 이 성은 중세시대의 귀족이 지은 성으로서 이 성을 보면 괴테(Goethe)의 『파우스트(Faust)』가 떠오른다. 스타우펜에서 괴테가 『파우스트』를 집필하여서인지 이곳이 더 독특하게 다가온다.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울창한 숲을 자랑하는 슈바르츠발트가 눈앞에 나타난다. 구릉과 평야지역인 이곳을 남부 슈바르츠발트가 먼발치에서 보호를 해주는 것 같다.
욀베르크의 숲은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이 되어 절대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숲으로 주위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자리를 잡고 있지만 찾는 사람들에게 마치 뒷동산에 온 듯한 친근함과 아기자기하면서도 울창한 느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보호지역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는 경색과 제한이 떠오르는데 욀베르크의 자연보호지역은 이와는 다른 모습인 것 같아 더욱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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