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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백두 왕지의 천연림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22. 15:59

 

# 서백두 왕지의 천연림 

글 ·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배상원

 

 왕지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위의 초원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분비나무와 사스레나무숲이 왕지를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초록빛 숲이 왕지를 에워싸고 그 뒤로 마치 토성을 쌓은 것처럼 둔덕에 분비나무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백두산은 장군봉을 정점으로 하여 해발 1,500~1,600m까지는 경사가 심하게 이루어져 있으나 해발 1,500m 부근부터는 평지에 가까울 정도로 완경사의 고원지대를 이루고 있어 멀리서 보면 백두산이 아주 높게 보이지 않는다. 중국 쪽의 백두산지역은 크게 북파와 서파로 구분하는데 북파는 백두산 북쪽지역을, 서파는 백두산 서쪽지역을 말한다. 북파지역은 이도백하가 있는 지역으로 일찍이 개발이 되어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반면 서파지역은 아직까지는 개발이 덜 되어 천지까지 가는 것도 도보로만 가능하다. 서파지역에는 고원평원이 많아 야생화가 만발한 초원이 많은데 야생화초원으로 유명한 곳 중의 하나가 왕지로 가는 중간에 있는 야생화 지대이다.

왕지(王池)는 서파지역의 대표적인 호수로서 서파의 산문을 지나 산악지로 오르기 직전에 위치하고 있다. 서파에서 백두산으로 오르는 지역은 일반차량의 출입을 금하고 있어 일반인들은 허가된 버스만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통행은 한산한 편이다.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서파의 산문은 삼각형모양으로 주위의 숲과 조화를 이루지 않아 아쉽다.

산문 입구에서 왕지까지는 거의 평원지대로 낙엽송, 잣나무, 분비나무가 띄엄띄엄 자리를 잡고 자라고 있다.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어 방목하는 소만 있으면 목장처럼 보일 정도이다. 나무들은 한 그루씩 서 있기도 하고 여러 그루가 모여서 자라는 것도 있고 조그마한 숲을 이루는 것도 있는 등 그 모양이 아주 다양하다. 이곳에 자라는 나무는 해발이 1,500m 이상이어서인지 나무높이는 20m 이하로 비교적 작은 편이나 자랄 공간이 충분하기 때문인지 가지가 길다. 왕지 입구 숲도 산문 입구의 숲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나무가 약간 더 작다. 낙엽송과 분비나무가 주로 자라고 있고 큰 나무들 주변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조그마한 어린 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이곳에서도 자연적으로 다음 세대의 숲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왕지 입구의 야생화 지대에는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는데,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고 있는 털개불알꽃이 나무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초원지대에는 나무가 한 그루도 서 있지 않아 한낮에는 뜨거워서 양산이 필요할 정도이다. 그러나 초원 사이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오솔길을 가다보면 주위에 울긋불긋한 야생화가 만발해 있고 멀리까지 펼쳐져 있는 초원을 보면 딴 세상에 와 있는 듯하다.

특히 짙은 보랏빛 붓꽃이 들판을 가득 메우고 있어 붓꽃 양탄자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초지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이칼 꿩의다리가 그늘진 곳에서 만개한 하얀꽃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렇게 야생화에 취해 걷다가 오솔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핀 꽃을 자세히 보려고 길에서 벗어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웅덩이가 있어 넘어지기 일쑤이다.

야생화가 만발한 초원을 가다보면 멀리 숲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광활한 들판 끝의 언덕 위에 숲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멀리서 보는 숲은 짙은 초록색을 띠는 침엽수와 밝은 초록색의 활엽수가 섞여서 자라고 있어 초록색 모자이크 그림을 보는 듯하다. 이 숲을 조금 가까이서 보면 사스레나무, 분비나무가 대부분이다. 연초록색 사스레나무들 사이로 검푸른빛 분비나무가 높이 자라고 있는 모양은 초록의 향연을 벌이는 것 같다. 이곳의 사스레나무들 중에는 제법 키가 큰 거제수 모양의 나무도 일부 나타나는데 근접해서 잎이나 가지를 볼 수 없어 아쉽다.

초원을 지나 둔덕진 곳에 이르면 숲이 시작되는데 사스레나무가 주를 이루는 활엽수림이 나타나고 조금 위로 올라가면 숲의 형태가 바뀌며 침엽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거리가 불과 20~30m 정도밖에 안되는데 자라는 나무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초원지대에서는 미미한 지형 차이라도 나무가 자라는 데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마치 교과서를 읽는 것 같다. 숲으로 들어서면 그늘이 져서 초원에서의 뜨거운 기운은 사라지고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의 나무들은 초원의 나무와는 달리 나무높이도 크고 줄기가 굵은 나무들로 분비나무가 대부분이다. 이 숲을 지나 조금 아래로 내려가다보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왕지가 눈앞에 나타난다. 왕지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위의 초원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분비나무와 사스레나무숲이 왕지를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초록빛 숲이 왕지를 에워싸고 그 뒤로는 마치 토성을 쌓은 것처럼 둔덕에 분비나무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왕지라는 이름은 청나라 시조인 누루하치가 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피신하였을 때 이 연못의 물을 사용하여 상처를 치료하고 완쾌하였다고 하여 왕지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전설과 왕지에 사는 금룡이 도와서 왕이 되었다는 전설 등이 있다. 모든 전설의 내용이 왕과 연관된 내용인 것은 보면 왕지는 왕(王)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전설은 왕지가 외부로부터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어서 생겨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왕지의 물가에는 키가 작은 사스레나무가, 그 뒤로는 분비나무가 높게 자라고 있어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물가의 사스레나무는 키가 작고 가지가 물가에 닿을 정도로 자라고 있어 수양버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나무는 고사한 채 물가에 서 있다. 왕지의 물은 주위가 숲이어서 푸른빛을 띠는데 호수물을 자세히 보면 물속에 수초가 짚줄기처럼 많이 자라고 있다. 이렇게 수초가 많이 자라면 호수가 과영양화되거나 호수가 서서히 줄어들 수가 있어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왕지는 크지는 않지만 호수를 한 바퀴 둘러보면 천연림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물가로는 사스레나무, 안쪽으로는 단풍나무 종류도 나타나고 그 뒤로는 분비나무가 전봇대처럼 자라고 있다. 숲에는 나무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숲바닥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노란색 꽃이 만개한 감자난이 다소곳이 자라고 있고, 오솔길 가에는 가시가 많은 가시오가피가 줄을 지어 자라고 있어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특히 분비나무숲은 울창하고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천연림이어서 나무의 크기와 굵기가 다양하다. 특히 천연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고사목과 쓰러진 나무들이 많이 눈에 띈다. 분비나무 키가 20m를 넘지만 줄기가 굵지는 않은 것을 보면 이 지역의 입지조건이 큰 나무로 자라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분비나무의 나이를 알았으면 좋겠지만 겉으로 보고는 나이를 알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겉으로 볼 때는 똑같아 보이는 숲이 안으로 들어가면 빽빽이 자라는 곳이 있는가하면 듬성듬성 서 있는 곳도 나타나고 어떤 곳은 죽은 나무가 많은 곳도 있어 숲의 다양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다. 백두산 왕지는 입구의 야생화지대와 왕지 그 자체와 그 주위의 숲이 조화를 이루며 유지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희귀한 식물종이 많이 자라고 있고, 숲이 자연 상태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백두산이야말로 진정한 생태의 보고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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