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산림치유 효과 활용사례(3)
글·사진 / 유리화(국립산림과학원 산림경영과)
지난 호에서 산림이 지닌 건강증진 및 질병 치유 효과 활용에 대한 선진국의 사례로서 일본의 ‘삼림세라피(森林セラピ-, forest therapy)1)’ 인증제도를 살펴보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의 ‘삼림세라피’ 인증제도는 ‘삼림세라피 기지(quarter)’에 대한 인증과 ‘삼림세라피 로드(road)2)’에 대한 인증, 두 가지로 나뉜다. 이와 같은 일본의 활용사례가 우리나라의 산림치유 공간 조성 및 운영에 관한 연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되는 바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 2008년에 필자가 현장방문한 지역을 중심으로 기지 및 로드의 조성·운영 내용을 검토해 보기로 하겠다.
먼저 ‘삼림세라피 기지’ 사례로 오사카 부 와타야마 현 고야정에 위치한 고야 산이다. 고야정은 2004년 7월, ‘신물을 모시는 신성한 곳 및 참배의 길’로서 일본에서 12번째로 세계유산에 등록된 불교 도시로서 연간 약 146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유명한 불교 관광지이다. 이 지역에는 숙박을 할 수 있는 약 50여 개의 불교사원(사찰)이 있어 숙박을 하면서 문화재, 정원, 사찰음식 등을 체험할 수 있는데 연간 관광을 위한 숙박인원은 약 38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고야정 ‘삼림세라피 기지’ 내 숙박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사찰
고야정 ‘삼림세라피 기지’ 내 숙박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사찰
또한 고야 산은 금송 자연보존림이 대규모로 분포되어 있어 자연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은데 이러한 수려한 자연자원과 더불어 불교 등 역사·문화적 특성을 테마로 하여 전통, 약선요리 및 자연체험 프로그램을 접목시킴으로써 타 지역과는 차별화된 ‘삼림세라피 기지’ 추진을 도모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이 지역은 ‘삼림세라피 기지’ 인증을 획득함으로써 그동안 유명 관광지이기는 하였으나 통과형, 당일형 중심의 관광형태로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였던 관광산업을 체류형, 숙박형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지역관광의 진흥을 도모하고자 하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기지 내에는 총 8코스의 ‘삼림세라피 로드’가 있는데, 각각 자연적, 역사·문화적으로 특성을 지닌 곳을 선정하였으며 체력이나 목적에 맞춰 이용자가 코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삼림세라피 로드’는 산림 내에만 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유산 등록의 거점이 된 사찰 오쿠노인(奧之院)으로 이어지는 묘지 내 도로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삼림세라피 로드’의 노면상태도 자연 상태의 흙길, 우드칩, 포장도로 등 다양하며 노선별 길이도 3km 내외에서 16km에 이르는 등 매우 다양하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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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정 ‘삼림세라피 기지’ 내 금송 숲으로 이어지는 ‘삼림세라피 로드’ |
↑고야정 ‘삼림세라피 기지’ 내 사찰 오쿠노인으로 이어지는 ‘삼림세라피 로드’ : 주변은 유명한 공원묘지 |
산림 내 선정된 ‘삼림세라피 로드’는 모두 기존에 있던 숲길로서 예전 목재생산을 위해 사용되던 숲길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새롭게 인공적인 노면 정비는 전혀 하지 않고 다만, 다른 ‘삼림세라피 로드’와 연결되는 코스만 최소한으로 새롭게 조성하여 활용하고 있었다. 또 지방자치단체 자체적으로 10~15명 내외의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인력4)을 고용하여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이전에 숲해설가로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고야정 ‘삼림세라피 로드’ 안내도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도쿄 도 오쿠타마 정 ‘삼림세라피 기지’이다. 오쿠타마 정은 도쿄도 서쪽지역, 도쿄 시가지에서 약 2시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하며 뛰어난 자연자원을 보유한 지역으로 연간 14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휴양지이다. 이곳은 산림률이 약 84%에 달하는 산림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둘레 300m 이상의 거목(巨木)이 약 1천 주(柱)에 이르고, 일본 수원(水源)의 숲 100선 중의 하나인 가와노리 계곡, 일본 100대 명산 중의 하나인 구모토리 산, 도쿄 명경수 57선 중 3개의 샘을 보유하는 등 수려한 자연자원을 지닌 대도시 인근 자연휴양지라 할 수 있다.
이 지역이 지향하는 ‘삼림세라피 기지’ 운영 정책은 마을주민과 더불어 지역을 찾는 도시민의 건강유지·증진 및 질병예방 추구, 그리고 이를 통한 관광객 확보 및 증가, 당일형 드라이브 형태에서 숙박형태로의 관광패턴 변화로 지역 진흥을 도모하는 것 등이다. ‘오쿠타마의 거목에게 치유되는 숲’이란 기지명으로 2008년 3월 ‘삼림세라피 기지’ 인증을 받았다. 기지 내 총 5개의 산림세라피 로드가 있는데 이 중 4개 노선은 기존 노선을 활용하였으며 1개 노선은 신규로 조성하였다. 인증 이후 1년간의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문제점을 파악, 개선한 후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신규로 조성중인 삼림세라피 로드인 ‘향기의 길’은 일본 치바 대학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조성한 ‘삼림세라피 로드’로서, 이용이 용이하도록 보행 외에 카운슬링이나 향기요법(아로마세라피) 강습 등을 할 수 있는 시설물5)을 설치하고, 휠체어 이용이 가능하도록 모노레일을 설치하였다. 또 정상부까지 휠체어 이용이 가능하도록 노면을 정비하는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많은 시설물을 조성·설치한 것이 돋보였다.
이 지역의 ‘삼림세라피’ 프로그램으로 고추냉이, 표고버섯, 사슴고기, 송어 등 지역 특산품을 중심으로 한 식재료로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고 호흡법, 향기요법, 걷기, 작업요법(농림업 등) 등 지역에서 행할 수 있는 심신 건강증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러한 프로그램 진행은 통상의 관광, 숲해설 또는 등산 안내 지식에 더하여 건강에 관한 지식을 습득한 인력을 양성하여 이용자에게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더불어 식사, 숙박 등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기준을 지자체 독자적으로 마련하여 ‘산림세라피’ 숙박업소 등록제도를 창설, 운영할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이러한 ‘삼림세라피 기지’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오쿠타마 정 삼림세라피 추진협의회, 실행위원회 및 전문부회(총 5부)를 조직, 운영함으로써 세부사항을 결정, 추진하고 있는 등 오쿠타마 정 사례는 타지역에 비해 지자체 고유의 체계적인 ‘삼림세라피’ 정책 추진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오쿠타마 정 ‘삼림세라피 로드’ : 휠체어 이용이 가능하도록 처리한 노면
오쿠타마 정 ‘삼림세라피 로드’ : 휠체어 이용이 가능하도록 처리한 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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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타마 정 ‘삼림세라피 로드’ : 휠체어 이동에 활용할 수 있는 모노레일(좌) |
↑오쿠타마 정 ‘삼림세라피 로드’ : 침목으로 특색 있게 처리한 노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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