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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초의 산소공장증거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찾아서

대한민국 산림청 2010. 9. 14. 14:01

지구 최초의 산소공장증거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찾아서

 

 

영월국유림관리소 숲해설가 김선옥

 

 

 

마차에서 평창 방면으로 향하는 도로가에는 평범하지만 눈에 띄는 흰 피부의 세 쌍동이 종 모양을 한 벼랑이 있다. 연덕천을 뒤로하고 농경지를 앞에 둔 이 길 앞에는 이름이 거창한 천연기념물 제413호 문곡 건열구조 및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이정표가 늘 생경하기만 했다.

 

스트로마톨라이트고생대, 지금으로부터 40억 년 전 원시 지구의 바다에서 광합성을 하고 다량의 산소를 만들어 다른 생명체의 출현에 한몫을 한 시아노박테리아(=남조류)에 작은 점토와 같은 부유물질이 모여 겹겹이 쌓여 형성된 퇴적구조로 연간 1mm이하로 매우 더디 자라는 둥근 공모양 또는 공모양의 세포가 여러 개 이어진 막대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그냥 돌 벽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물체가 모여 딱딱한 돌이 암석이 바위벽을 만들고 광물채로 바다 깊은 곳에서 융기하여 이곳이 억겁의 시간을 견뎌낸 귀중한 지질학적 자료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연덕천은 건천으로 하천의 형태만 겨우 유지하고 있었는데 올 봄의 잦은 눈비로 제법 맑은 물이 흐르고, 눈을 틔운 버들강아지 털은 은빛으로 뽀송뽀송 하고, 회색의 바위 벼랑 곳곳에는 회양목이 한창물이 올라 초록의 잎이 햇살에 반짝이며 노란 꽃잎을 터트리고, 이른 봄 허기진 꿀벌이 모여들어 바쁜 날개소리만으로도 오랜 고요를 깨운다. 벼랑 가운데 층층이 양파 껍질처럼 일어선 틈에는 물줄기 하나가 옥빛을 띠고 작은 도랑을 파며 흐른다.


맑은 석간수 한 모금에 목을 축이고 본, 돌 틈에는 연분홍의 돌단풍이 여기저기 수줍은 듯 곱고 우아하게 피어있다. 꽃들의 청초함에 반해 카메라에 셔터를 누르다 만져진 바위의 감촉은 심하게 갈라져 마치 거북의 등처럼 울퉁불퉁하고 거칠다. 짙고 옅은 회색의 벼랑은 마치 누군가가 날카롭고 뾰족한 물체로 일부러 선을 여기저기로 그어 놓은 듯 사선 무늬가 어지럽다.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을 따라 잠시 쓰다듬어 내려가다 마치 달걀꾸러미처럼 올록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바로 스트로마톨라이트의 화석이다.


예전에 물위에 떠 있던 부드러운 식물로 광합성의 부산물로 산소를 만들어 내던 그 남조류 위에 점토와 석회질이 모여 쌓여진 생명체로 아직 호주의 샤크베이 바다에서는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성장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조용히 볼과 귀를 댄 암반에는 어떤 생명의 징후도 없이 봄 날 따스한 햇살의 온기만 전해진다. 바다 속에서 자갈과 점토와 그사이의 시아노 박테리아와, 다른 원시의 생명체의 기록과 DNA의 정보를 담고 고열의 열기와 고압을 견뎌내고 암흑에서 물살을 헤치고 빛 속에, 바람 속에, 빙하기의 오랜 혹한의 추위를 견뎌낸 백전노장 같은, 아버지 같은 위험과 풍모가 느껴진다.


켜켜이 일어나는 시루떡처럼 이곳저곳에 자잘한 돌과 미세하고 단단한 조직의 교차로 퇴적된 암반의 건열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그 틈에 깁게 뿌리를 내린 회양목, 갯버들 등의 작은 관목들과 돌 위를 얼마간 남은 흙을 움켜쥐고 붙어 있는 돌단풍들, 새 등 같은 벼과 초본류의 생명들이 경이롭다. 살아서는 산소공장으로 다른 생명체의 숨길이 되어 생명 탄생을 도왔고, 화석이 된 지금 또 이렇게 바람 속에 제 몸이 삭아가며 다른 생명의 터전이 되고 있는 모습이 눈물겹다.

 

지구상 어느 생명도 다른 생명에 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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