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사진을 좀 찍는다 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꼭 출사 여행을 떠나는 곳이 있습니다. 특히 붉은 낙조에 S자 물길로 작은 배가 떠가는 풍경을 찍을 수 있는 곳, 순천만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사는 서울에서는 너무 먼 곳이라 당일로 다녀오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데, 출발이 늦어진데다가 가뜩이나 짧은 해를 원망하며 도착한 순천만 자연생태 공원. 이곳 순천만 자연 생태공원은 우리나라의 남쪽 끝, 전라남도 순천시 대대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도 정확한 정보 없이 시간 계산을 해서 도착은 해지기 전이었는데, 막상 S자 물길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포인트 용산 전망대까지 올라가야 하는 시간이 약 40분이상 걸리더라구요. 그러니, 좀 여유있게 도착하시면 천천히 걸어 올라가실 수 있습니다.
단순히 멋진 사진 촬영 포인트라는 것만으로 이곳을 찾는 거라면 그 진가를 다 경험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곳은 세계적인 자연 습지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연안 습지로는 우리나라 처음으로 람사르 협약에 가입할 정도로 귀중한 자연 보호 구역입니다. 또한 천연보호 기념물로 지정된 두루미를 비롯해, 흑두루미, 검은머리 갈매기 같이 세계적인 희귀 조류들도 순천만을 찾고 있답니다.
이렇게 깨끗한 자연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약 30만평에 달하는 갈대숲이랍니다. 이 갈대숲이 하천과 바닷물을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이것 때문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에서 사는 어패류를 섭취하기 위해 멀리서 새들이 날아오는 것이겠죠?
그러나, 갈대가 먼 곳에서 날아온 새들만을 위한 공간만은 아니랍니다. 비록 해가 져버려서 좋은 사진을 건지지 못해 마음이 안 좋은 저에게, 어스름한 저녁의 갈대숲 산책은 너무나 큰 힐링의 장소였습니다. 저 먼 곳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갈대숲 사이를 지나며 마치 속삭임처럼 제 마음의 속상함을 달래주며 지나갔습니다.
어슴프레한 너무나 큰 푸른 하늘빛이 지평선 까지 보이는 갈대숲을 푸르게 물들이며 온 세상이 푸르스름해진 곳에 서 있는 경험은 순천만에서 밖에 못 만날 것입니다. 이번 순천만 여행의 순간은 강렬한 낙조도, S자 갈대숲 물길도 아닌, 바로 이 순간이 될 것이란 걸 그 때 알았습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갈대숲 바람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무거운 짐이 있다면 힐링의 갈대숲 순천만을 강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