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푸른 녹색의 초원에 하얀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그림 같은 광경으로 처음 만났던 대관령 삼양목장.. 600만평의 넓이의 산 등성이 평원이 펼쳐진 곳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 곳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곳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새순이 올라오는 봄에도,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에도, 안개가 자욱한 가을에도 와봤었습니다. 그리고, 머릿 속은 스쳐지나가는 생각.. 겨울에는 어떨까? 눈밭이 펼쳐진 넓은 스키장 같진 않을까?
대관령 삼양목장은 4월부터 11월까지는 정상인 동해전망대까지 버스가 운행하지만, 동절기에는 제설차만 운행하고 개인 승용차로 올라가야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체인이나 4륜구동차 밖에 못 올라가는 경우도 있는 오프로드 구간입니다.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올라가면 약 20여분의 길을 양쪽에는 1m가 넘는 눈벽을 바라보며 올라갑니다. 그 동안 내린 눈이 쌓여서 이만큼의 높이가 된 것이겠지요.
어느덧 조금씩 비탈길이 없어져 갈 때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눈 밭! 이것은 스키장에 비할 바가 없는, 우리나라 모든 스키장을 다 합쳐놓아도 만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백색의 세계였습니다! 세상은 단 2가지의 빛깔만 허락된 듯한 환타지의 세계! 눈이 부실정도의 흰눈과 그에 못지 않는 하얀 풍력발전기, 그리고 그 위에 펼쳐진 짙푸른 하늘만이 빛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일상생활 속에서 수 많은 이미지와 형형색색의 빛깔로 눈이 피로했었는데 이렇게 거대한 단순함에 저의 마음이 뻥 뚫리는 것을 경험하게 되더군요.
사실, 제 마음이 뻥 뚫리게 시원(?)함을 느낀 이유 중에 하나는 겨울의 대관령의 너무도 추운 바람이기도 했습니다. 잠시 장갑을 끼지 않은 손으로 카메라를 잡았는데 그만, 감각이 없어지더니 약한 동상까지 오지 뭡니까! 정상은 그렇게 매서운 바람이 불기도 하지만, 내려오는 길의 눈의 풍경은 푹신하고 따뜻합니다. 아들과 눈 밭을 뒹굴기도 하고, 눈을 굴리기도 하면서 신나게 뒹굴다 보니 코등에 땀방울이 맺히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눈 구경을 하러 스키장을 갔었지요.. 그것이 얼마나 좁았던(?) 생각이었는지 이곳에 와보고는 알았습니다.
눈은 우리가 타고 내려오는 기계에 의해 뿜어지는 인공물이 아니라, 우리를 환타지의 세계로, 마음속을 뻥 뚫어주는 힐링으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겨울의 대관령 삼양목장은 무조건 가봐야 할 환타지의 세계입니다! 아! 그리고 혹시, 양말이 젖으시고 좀 뜨끈한 국물이 땡기신다면 내려오시는 길에 횡계 도암 로터리의 도암식당에 들르셔서 양말도 녹이시고 황태국 한그릇이면 완전 행복해 지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