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하얀 눈이 분분히 날리더니... 어느새 함박눈이 되어 쏟아집니다.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오네요.
이렇게 눈이 오는 날은 눈이 오는 그 순간부터 딱~ 30분만 기분 좋지요. 그 이후엔 눈 덕분에 막히는 교통걱정, 날씨가 추워져서 내린 눈이 도로에 얼어붙으면 미끄러워서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죠. 저처럼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날 산에 올라도 될까... 살짝 걱정도 되지만, 요즘 겨울산행을 위한 좋은 등산장비를 구비해서 산을 오른다면 걱정이 없겠죠.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구룡산의 모습입니다.
겨울산행의 기본 준비물들 입니다.
1. 따뜻한 겨울용 등산바지
2. 귀를 덮어줄 포근한 모자와 장갑
3. 얼굴을 덮어 바람을 막아 줄 버프
4. 여러 겹의 옷과 방풍재킷
5. 아이젠
6. 따뜻한 차와 읽고 싶은 책 한권을 챙겨 배낭에 넣고 늘 오르는 우리 동네 자그마한 뒷산, 구룡산을 오릅니다.
서울시 서초구와 강남구에 몸을 반반 나뉘어 서 있는 구룡산은 해발 306m의 높이로 온 동네 주민들의 하루 운동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믿음직한 친구입니다.
부지런히 산을 오르면 집을 출발해서 다시 되돌아오기까지 1시간 정도 걸리지만, 그렇게 후다닥~~ 다녀온다면 구룡산이 우리에게 주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내려오는 거랍니다.
구룡산 입구에 있는 염곡약수터입니다.
서울시내에서 이렇게 사계절 퐁퐁~~ 솟아나는 약수가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겨울엔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지는 약수를 한 모금 마시고 산을 오릅니다.
익숙한 등산로... 아무생각이 없이 걸어도 발걸음이 저절로 움직이네요..
정오를 훌쩍 넘겨버린 시간, 아침에 뿌리던 눈은 자취도 없지만, 지난해부터 내린 하얀 눈이 온산을 덮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 산을 오르내리면서 중얼중얼... 쏟아냈던 저의 수많은 걱정거리도 누군가를 원망했던 미움의 마음들도 한숨도 낙엽에 섞이고, 차가운 겨울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다가 이제는 저 하얀 눈 속에 묻혀있겠죠?
구룡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도시의 모습입니다.
시멘트 건물들만 삐죽삐죽 서 있는 세상엔 차가운 바람이 불지만, 따뜻한 땅의 기운이 있고 비록 벗은나무 이지만 나무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산은 오히려 포근합니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벤치에 앉아 따뜻한 차 한 모금 마시고 책을 읽습니다. 겨울 숲이 내뿜는 상쾌함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세상 속에서 받은 크고 작은 상처들...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것들을 마음에 짊어지고 산을 오르면 산은 어느새 그 모든 무거운 짐들은 대신 짊어지고 제겐 편안한 휴식을 내어줍니다.
신록의 아름다움도 위풍당당하던 한여름의 진초록도 모두 벗어버리고 서있는 겨울나무에서 또 다른 생명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봄에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해 까치는 부지런히 나뭇가지들을 모아 집을 짓고 있네요.
한 달쯤 후엔 뛰어난 건축가인 까치의 집이 완성될 것입니다. 지붕도 있고, 출입구도 있는 까치집이 어떤 모양으로 완성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고요하고.. 적막하기까지 한 겨울 산을 오르면서 놓칠 수 없는 또 한 가지는 바로 새입니다. 인적 드문 산길을 걷다가 '바스락~'소리가 들리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펴보세요.
겨울눈이 있는 관목이나 아직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 주변을 바라보면 부지런히.. 움직이는 작고 예뿐 산새를 만나실 수 있답니다. 나무도 새도 새봄을 준비하는, 조용하지만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산길을 조용히.. 걷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양지바른 곳에서 책을 읽고 나면 어수선한 몸과 마음이 눈과 귀가... 호흡이 순~~ 해짐을 느낍니다.
내려올 땐 조심조심... 겨울 산에서 미끄러지면 큰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아이젠을 착용하고 뒷발부터 디디면서 내려와야 합니다.
춥지만, 가까운 뒷산을 오르며 맘껏 호흡하고.. 무거운 마음도 내려놓고 오면 더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얼마 남지 않는 겨울을 지내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