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4년(5기)

여자 혼자 떠나는"지리산" 당일 트레킹

대한민국 산림청 2014. 6. 11. 15:06

여자 혼자 떠나는"지리산"

당일 트레킹

산림청 블로그 일반인 기자단 김남우

 

 

 다시 지리산에 가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내가 스물다섯 살 때, 4년을 사귄 첫사랑과 첫 이별을 한 후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집구석에 칩거하다 떠난 그곳에 지리산이 있었다. 6년 전 그날은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8월의 여름날이었고, 희뿌연 안개가 가득한 시야는 보이지 않는 내 미래 같았다. 그 날의 공기, 습도, 냄새, 풍경이 아직도 기억 속에 또렷하다. 그렇게 6년이 지났다. 수십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나는 또 몇 번의 사랑을 했고, 또 이별했다. 서른한 살의 이별은 이십 대의 그것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여전히 헤어짐은 아프고 힘든 것이다. 그렇게 불현듯 나는 다시 지리산에 가고 싶어졌다.

 

 

 산 안개 가득했던 2008년의 노고단 고개
초록이 더욱 선명해 보이는 습도가 가득한 날의 산행도 특유의 특별함이 있다.

 

여정의 시작,지리산으로 향하는 그 첫 번째

전라남도 구례구역에 도착하기!

전라남도 구례. 차도 없고 면허도 없는 나란 여자에게 지리산은 멀어도 너무 먼 곳이다. 구례행 KTX를 예매하고자 들어간 코레일 사이트에서 우연히 자유 여행상품을 발견했다. 용산역에서 새벽 5시 20분에 출발해 다시 구례구역에서 저녁 7시 반에 돌아오는 당일치기 상품이다. 기차표와 구례군 내 버스를 결합한 상품으로, 개별적으로 결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이른 아침 기차 안에서 눈을 조금 붙이고 일어나니 지루할 틈 없이 도착해 있었고, 내리자마자 사방이 푸른 인적 드문 기차역의 풋풋한 느낌이 그저 생경하게 좋았다. 지리산은 다양한 둘레길과 산악 코스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그중 내가 선택한 코스는 구례구역 - 성삼재 - 노고단(기점) - 화엄사 - 구례구역 코스다. 당일 여행임을 고려해 무리하고 싶지 않았고, 여유 있게 걷고 싶었으며, 혹시나 모를 변수 또한 염두해야 했다. 구례구역 앞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구례 버스터미널을 거쳐 성삼재로 향했다.

 

 

1.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굽이굽이 산을 오르니, 푸른 녹음의 풍경이 더욱더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2.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해 물과 간식을 사고, 식당에서 라면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이곳 성삼재 휴게소의 궁극의 전라도 김치, 강력하게 추천!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 생태계 보고(寶庫)이자  국립공원 제1호 지리산(智異山)

1967년 12월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은 경남의 하동, 함양, 산청, 전남의 구례, 전북의 남원, 이렇게3개도(경상남도, 전라남·북도), 1개 시, 4개 군, 15개 읍·면의 행정구역이 속해 있으며, 그 면적이483.022㎢로서20개 국립공원 중 가장 넓은 면적의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한라산에 이어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며, 최고봉인천왕봉(1,916.77m)을 주봉으로 서쪽 끝의노고단(1,507m), 서쪽 중앙의반야봉(1,751m)이 있다. 3봉을 중심으로 동서로 수십 개가 넘는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고, 피아골, 뱀사골, 칠선 계곡 등활엽수와원시림이 울창한 계곡이 많다.주능선을 중심으로 각각 남북으로 큰 강이 흘러내리고 있는데, 하나는 낙동강 지류인 남강의 상류로서 함양 · 산청을 거쳐 흐르고 또 하나는 전라북도 진안군의 마이산과 봉황산에서 발원된 섬진강이다. 이들 강으로 흘러드는 계류천으로 화개천, 연곡천, 동천, 경호강, 덕천강 등 10여 개의 하천이 있으며, 맑은 물과 아름다운 경치로 '지리산 12동천'을 이루고 있다.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쌍계사 등 유서 깊은 사찰과 국보·보물 등의 문화재가 있으며,800여 종의 식물과 400여 종의 동물등 동식물상 또한 풍부한 곳이다.

 

 

 

 구례구역에서 버스를 타고 성삼재 휴게소까지 와서 성삼재 휴게소 - 노고단 - 화엄사 - 지리산 국립공원 남부사무소 로 내려와사무소 앞에서다시버스를 타고 구례구역으로 돌아가는 일정

 

성삼재→노고단 고산지대의 다양한 식생과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기에 좋은 코스

 

 

 

 

하늘이 이렇게나 맑았다. 6년 전 그날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 공기와 분위기가 낯설고 새로워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내가 비로소 현실로부터 떠나왔구나 싶었다. 잠시나마 늘 익숙한 풍경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새삼 얼마나 큰 축복인가.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가는 길은 흙, 모래, 자갈 등이 교차하여 넓고 평탄하게 이루어진 탐방로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계절마다 나타나는 고산지대 특유의 자연경관과 식생의 변화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되겠다. 나무 데크 계단을 이용하면 조금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지만, 둘러가더라도 한적하게 걷고 싶어서 일부러 돌아가는 길을 택하니 고요함과 여유라는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저 멀리 구례 읍내 시내와 섬진강이 보였다. 이곳에 서서 이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정말로 아름다웠다. 

 

 지리산 3대 주봉 중 하나인 노고단(1,507m)

 

 

 

 

 

6년 전 안개가 자욱해 제대로 보지 못했던 이 풍경을 비로소 마주한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함박꽃나무와 노루오줌 등의 야생화, 가을에는 단풍, 겨울은 눈꽃 산행. 그야말로 4계절 그 매력이 뚜렷한 이곳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는 돌탑이 두 군데가 있는데, 탐방을 제한했을 때 돌탑을 보지 못하는 등반객들을 위해 아래쪽에 돌탑을 하나 더 만든 거라고 한다. 돌탑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한참을 기도하던 아이. 저 조그마한 아이는 어떤 다짐을, 어떤 바램을 그렇게 간절히 소망했던 걸까. 아이의 굳건한 정숙함에 고개가 숙여졌다.
단단하고 둥근 돌 하나를 쌓아 올렸다. 2014년 4월 우리에게 일어난 일, 그리고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이 자연의 따뜻한 아름다움. 삶의 양면은 이토록 잔인하게 뒤엉켜 있다. 앞서 가는 중년 아저씨의 배낭에 자그마한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2014년의 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노고단→화엄사 하산하는 길, 원시림(原始林)의 아름다움

 

 

 

 

 

"저기, 죄송한데요.  화엄사까지 얼마나 더 내려가야 하나요" 
 
화엄사 방향으로 계곡 줄기를 따라 하산하는 이 길이 정말로 힘.들.었.다. 그렇게 못난 체력은 아니라 자부했었는데, 더위와 가파른 돌계단은 생각보다도 많은 체력을 필요로 했다. 대략 7km의 코스로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이 방향으로 하산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드문드문 만나는 사람이 어찌나 반갑던지, 괜히 말 한마디 붙여 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화엄사 방향으로의 하산은 처음인 데다, 얼마나 걸릴지 전혀 가늠하지 못한 터라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숲의 바람만이 느껴지는 인적없는 고요함 속에서 <반달곰 주의> 현수막만을 지나치고 있자니, 조금 무섭기도 했고. 그래도 이 길은 다시 한 번쯤 걷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길임이 분명하다. 한 걸음 한 걸음 만나는 무성한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과 작은 들꽃들, 바위틈에서 자라나는 초록의 생명, 흐르는 물소리. 그 모든 것이 다채롭고 근사하다. 화엄사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지리산 국립공원 남부사무소까지는 또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그러므로 마음을 비우자. 천천히 그저 이 숲을, 이 시간을 즐기자.

 

 모든 것은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올 것이다

 

 

 

지리산 국립공원 남부사무소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구례구역에 도착한 시각은 5시. 근처 식당에 들어가 으리으리한 전라도식 밥상 한 끼를 혼자서 다 먹어 치웠다. 아가씨 혼자 왔느냐며 더 먹으라, 입맛에 맞는지 친절하게 대접해주시는 아주머니의 마음 덕분에 몸과 마음이 풍성해진 상태로 그렇게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하루의 여행이 이토록 알차기도 참 오랜만이었다.
 
산은 정직하다. 내가 올라간 만큼만 다시 내려오면 된다. 오로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오늘의 지리산은 6년 전 그날처럼 희뿌연 안개도, 무너져 내린 삶의 처절함 따위도 없었지만 눈부시게 빛나는 하늘의 푸름 위에서도 여전히 내 삶은 불투명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슬프면 슬픈 대로 받아들일 것이고, 행복은 행복할 수 있음에 감사하리라는 것을.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의 자리를 지켜나가며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자연의 굳건한 인고의 시간은, 우리의 삶과도 닮았다. 어차피 모든 것은 지나갈 것이다. 계절은 늘 아름답게 다시 돌아온다. 그렇게 모든 것은 다시 아름답게 내게로 올 것이다.

 

지리산 국립공원 jiri.knps.or.kr
KORAIL 순천역 여행상담센터 (061-745-7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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