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미선나무"
산림청 블로그 일반인 기자단 김화일
「여행에서 지식을 얻어서 돌아오고 싶다면 떠날 때 지식을 몸에 지니고 가야한다.」<사무엘 존슨>
여행을 하면 할수록 처절히 체감하는 말이다. 여행을 다녀와서 다른 이들의 여행기를 보거나 혹은 다녀온 그 곳의 새로운 정보를 우연히 접하게되면 비로소 느끼는 후회막심! "아니, 나는 저 곳도 못보고 왔잖아! 거기에 저런 곳이 있었어? 도대체 나는 뭘 보고 뭘 느끼고 온게야~?"
그렇다고 해서 그때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다고 동일한 그 곳을 시간과 경비를 재투자하여 다시 간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 그래서, 여행도 떠나기 전에 치밀하고도 체계적인,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 율지리, 그곳에는 세계에서 유일한 한국산 나무가 산다. 이름하여 미선나무! 미선(尾扇)은, 그 열매가 대나무살에 비단을 두른 부채를 닮았다고 해서 지은 예쁜이름이다.
1종(種)1속(屬)만 존재하는 유일한 한국 고유종의 나무, 오래 전, 학창시절에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본 일은 없는 그야말로 생면부지의 나무, 그 나무를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국도변에 간혹 초록색 알림판이 서 있을 뿐, 국내 최고, 동양최대, 세계1등을 지독하게 추앙하는 우리네 정서와는 달리, 그저 소박한 시골길의 끝자락에 없는 듯이 앉아 있었다.
막상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지 현지 주민들에게 자문을 구해야 할 정도로 궁색한 <세계적인> 나무의 자생지였다. 참으로 겸손한 세계적인 특산물이다. 찬란한 자랑광고도 한 줄 없고 돈 꽤나 들인 안내판도 없다. 서식지가 양반의 본향, 충청도라서 그런가?
남의 가정집에 양해를 구해 주차를 하고 야트막한 동네 뒷산을 오른다.
그런데... 밤길 어둡고 정체불명의 도시인들이 수상하게 지나다니는 그런 곳에나 있을 법한, CCTV!
요즘 월급 주는 경찰보다 훨씬 능력인정 받고 있는 CCTV가 이처럼 인적드문 산길에 설치되어 있다. 그렇다면 주변에 지키고 간수해야할 무엇인가가 있다는 이야기. 불과 100여m, 그렇게 가소로운 등반끝에 만난 차단목책선, 그런데... 어디에 뭐가 있다는거야? 도대체 어떤게 그 유명하다는 미선나무라는거야? 무지한 나그네는 결국 주변에서 고추밭을 다듬고 계신 아저씨에게 무식을 고백했다. "바로 네 눈 앞에 있는 나무가 미선나무래유~ 등 뒤에 있는 나무도 미선이고, 저 아래 밭에 나란히 심어둔 나무도 죄다 미선이래유~"
그런 것이었다. 미선나무는, 꽃이 없는 9월의 미선나무는, 어쩌면 볼품없고 더러는 평범한 시골 야산의 그저 그런 가녀린 작은 나무에 불과했다. 물푸레나무과 미선나무속에 속해있는 낙엽관목으로 1속 1종의 그야말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종이다. 시과식물(翅果:단풍나무의 열매처럼 열매껍질이 날개모양을 하고 있는 열매)의 일종인 미선나무,
이른 봄에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흰 꽃이 대부분이지만 분홍미선, 푸른미선이라는 색이름으로 달리부르기도하고 열매가 하트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사랑나무라는 매혹적인 별명이 있으며 드물게 열매가 둥근 경우에는 둥근미선이라는, 하나같이 예쁜 이름들로 불린다.
미선나무 열매
이름대로 부채를 닮았고 별명대로 사랑의 하트를 감쪽같이 닮았다. 씨앗은 날개쪽에 두개씩 쌍으로 들어있다. 미선나무는... 1917년 정태현박사가 충북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에서 처음 발견하였고,1919년 일본인 학자 나카(中井)가 새로운 종(種)임을 확인,1924년 학계에 보고되어 조선 고유종으로 등록됨으로써 학명을 조선육도목(朝鮮六道木)으로 얻게 되었다고... 이후로...1997년 산림청에 의해 희귀및 멸종 위기식물 173호로 지정되고 1998년 환경부가 보호 양생식물 49호로 지정보호하는 귀하신 몸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미선나무의 자생지로서는, 충북 진천군 용정리, 영동군의 매처리, 상서면 청림리, 전북 부안의 변산 중계리,그리고 괴산군 송덕리, 추점리와 여기 칠성면 율지리(천연기념물 221호)이다.
최근에... 충북 진천군과 괴산군이 미선나무 원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데, 미선나무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의미없는 일이다. 참고로, 미선나무의 천연 기념물지정은, 괴산군 3곳, 영동군 1곳, 전북 부안 1곳이며 국내 최초로 지정된 진천의 경우는 관리부실로 인해 천연 기념물에서 해제되었다고.
이른 봄에 개나리보다도 훨씬 먼저 꽃을 피우는 미선나무, 영어이름은 흰색 개나리(White Forsythia)라고. 억울한 일이다. 꽃틀도 개나리보다 훨씬 예쁘고 색감도 훨씬 다양하고 예쁘며 더우기 그 현란한 향기는 무려 봄길 2km를 간다는데.
우리의 귀한 고유 수종인 미선나무, 추위에도 강하고 서식지도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나무란다. 다행히도 충청북도를 포함한 많은 기관과 농원에서 증식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현재, 주변의 많은 농가에서 묘목을 판매하고 있었다. 나도 아파트 생활만 아니라면 두어 그루 길러보련만... 내가 찾은 주변의 많은 농가의 밭에는 식용 농작물 대신에 미선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미선나무의 희소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농가소득에 꽤 도움이 된다고...
향기롭고 아름다운 나무, 시각으로 후각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오롯이 가슴벅찬 나무, 그래서 참으로 흐뭇한 미선나무~!
전국의 가가호호마다 한 그루씩 보급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봄이 되면 황홀한 미선향으로 가득찬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러면... 이 땅에 부패한 냄새가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지...그렇게 여행길에서 만난 미선나무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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