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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 나만 알고 싶은 남해 비밀정원, 섬이정원

대한민국 산림청 2018. 11. 1. 14:30




남해 섬이정원은 층층 계단의 다랑이 논에 나무와 꽃을 심어 조성한 민간정원이다. 층마다 다르게 펼쳐지는 경관과 푸르른 남해 바다가 보이는 이색적인 풍경 덕에 나만 알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다. 오래된 돌담과 생울타리로 구획한 11개의 작은 정원, 아기자기한 7개의 연못, 곳곳에 놓인 벤치와 오두막 모양의 카페 등 정원을 찬찬히 둘러보면 알차게 꾸몄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작은 정원마다 다른 주제로 꾸며 ‘다음 공간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다랑이 논에 피운 꽃과 나무

다랑이 논은 옛 선조들이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을 깎아 만든 좁고 기다란 형태의 계단식 논이다. 우리나라에서 다랑이 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은 남해이다. 남해에 위치한 섬이정원 역시 원래 다랑이 논이었던 곳이다. 차명호 대표는 2007년 이곳을 접하고 한눈에 반해 정원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층층 계단의 논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경치, 고동산을 등지고 있는 모습이 차 대표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이곳 자연지형을 최대한 손대지 않고 다랑이 논을 십분 활용해 정원을 만들었다.





섬이정원은 동양에서만 볼 수 있는 다랑이 논과 구획을 나눠 정원을 만드는 유럽식 정원, 오래된 돌담과 생울타리 등 동서양의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정원 조성하기 전, 차 대표는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정원 답사를 다녔고 한국에 돌아와선 수목원과 궁궐에 들러 머리를 식혔다. 여러 곳을 둘러보면서 유럽식 정원에 조선시대 궁궐의 담과 쪽문을 접목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궁궐이 담으로 공간을 구획 짓지만, 문을 열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따로 또 같이’ 한다는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다. 섬이정원의 11개의 작은 정원은 각각의 콘셉트로 구성되어 계속해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정원과 정원 사이에는 나무 대여섯 그루를 심어 조그마한 숲을 조성했다. 이는 공간과 공간 사이를 완충하는 작용을 하고, 관람자가 그늘에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한다. 관람자를 생각하는 만든 이의 세심한 배려도 엿볼 수 있다.



섬이정원에서는 200여 종의 다양한 원예종과 20여 종의 난대 수종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에 맞춰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봄에는 봄꽃의 파스텔 톤으로, 여름에는 수국의 푸른빛으로, 가을에는 멕시칸 세이지, 블루블랙 세이지, 버베나 등 보랏빛으로 물든다. 또 겨울에는 하얀 눈 사이로 붉은 애기동백과 호랑가시나무 열매가 빼꼼 고개를 내민다. 이처럼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하기 때문에 사계절 모두 매력적인 곳이다.




 산과 바다, 논이 함께 어우러지는 정원

우리나라 풍수에서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배산임수 지형을 좋은 터라고 말한다. 섬이정원에도 배산임수와 딱 맞는 공간이 있는데 바로 하늘연못정원이다. 연못이 위치한 뒤편에는 고동산이 자리하고, 앞에는 여수 바다가 펼쳐진다. 때문에 아늑하면서도 탁 트인 시야가 매력적인 곳이다. 더군다나 데크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 직사각형으로 길게 파인 연못에 하늘이 비치는데 ‘와’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또 자연지형을 최대한 살린 정원에는 과거 다랑이 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논과 논을 이어주는 물길을 연못으로 활용하고, 논의 높낮이차를 살려서 만든 정원 내 수로는 운치를 더해준다. 특히 다랑이 논을 활용한 돌담정원은 차 대표가 꼽는 최고의 장소. 4단으로 이뤄진 돌담정원에선 안에서 보는 느낌과 단과 단이 교차하는 곳에서 보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단이 교차하면 공간감이 생길뿐더러 위아래가 전혀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섬이정원에는 하늘연못정원, 돌담정원을 비롯해 11개의 작은 정원과 7개의 연못, 곳곳에 놓인 벤치와 오두막 모양의 무인카페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5,000평 대지를 빈 공간 없이 오밀조밀하게 구성한 정원을 보고 알 수 있듯이 이곳의 공간 구상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차 대표는 과거 집앞 정원을 조성하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곳만큼은 제대로 된 밑그림과 계획을 갖고 정원을 조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섬이정원은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데 2년, 정원을 가꾸고 개장하기까지 9년이라는 오랜 시간과 노력 끝에 완성된 곳이다. 노력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섬이정원은 산림청에서 지정한 세 번째 민간정원이자 경남 1호 민간정원으로 지정되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는 시간

섬이정원의 이름은 ‘섬이 정원이다’라는 뜻과 차 대표의 아들과 딸인 한섬, 예섬의 두 개의 섬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아이들의 이름을 본 따 만든 곳이라 그런지 아빠의 마음을 담아 어느 곳 하나 허투루 만든 곳이 없다. 정원 곳곳에 놓인 의자와 벤치는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가 되고, 서 있을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전망대가 되고, 꽃과 함께 있는 풍경이 어우러져 하나의 그림 액자가 된다. 정원을 한 바퀴 휘 둘러볼 수도 있겠지만, 벤치를 둔 이유를 생각하며 한 번쯤 앉아 느긋하게 정원을 만끽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름과 방향만 표시해둔 팻말도 군데군데 놓여있는데, 별다른 설명 없는 덕에 다음은 어떤 곳일까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정원에 오랫동안 머무르며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면, 정원 내 가든카페 티팡에 들러보자. 꽃차 소믈리에가 진행하는 꽃차 체험이 예약제로 운영된다. 작약, 팬지, 목련, 천일홍, 금잔화 등 다양한 종류의 꽃차와 홍차를 즐길 수 있다.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가면 차와 함께 즐길 수 있을뿐더러 예쁜 다기로 차린 티테이블 덕에 눈과 입이 호강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구처럼 섬이정원은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정원이다. 벤치에 앉아 정원을 찬찬히 둘러보고, 꽃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면 금세 마음의 여유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차명호 대표
오랫동안 서울에 살며 의류사업을 했던 그는 파주 헤이리에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가게 된다. 어느 날 모네 화집에 나온 연못과 다리를 보고 집 마당을 똑같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연못을 만들고 주위에 꽃을 심고 가꾸다 보니 정원 가꾸기에 매료되었다. 2007년 지금의 남해 땅을 구입한 뒤 한택식물원에서 6개월간 잡부로 일하며 허드렛일부터 배웠다. 2년 동안 미술, 건축, 식물 등 조경 공부에 매달려 마스터플랜을 세웠고, 이후 10년 동안 매일 조금씩 가꾸며 지금의 ‘섬이정원’을 만들었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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