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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트렌드> 산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즐거움은 두 배로 - 해외 산악 관광 트렌드

대한민국 산림청 2018. 11. 12. 14:30



글·사진 신준범 월간 <山> 기자

 산도 디지털 시대에 맞춰 급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유지하는 것, 즉 지키는 것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와 원하는 것을 빠르게 파악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추세다.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진정한 자연의 가치를 공유하고,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거리 하이킹 문화와 퍼밋 제도 미국은 국립공원을 비롯한 산악공원의 경우 지정된 장소에서만 산장이나 식당을 운영할 수 있게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아웃도어 활동이 다각화되면서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시설과 법규가 조정되고 있다. 산악공원에서의 핵심 종목인 워킹 산행과 백패킹 외에도 암벽등반, 산악마라톤(트레일러닝), 산악자전거, 카약 등을 즐기는 인구가 눈에 띄게 늘었으며, 종목마다 매년 10% 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장거리 하이킹(thru-hiking) 역시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광대한 산악환경을 잘 보여주는 미국적인 종목이다. 가장 인기 있는 트레일은 PCT(Pacific Crest Trail)다.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4,286㎞ 길이의 장대한 트레일이다. 유명한 존 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338.6㎞)도 PCT 안에 포함되어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장거리 트레일은 3개를 꼽는데, PCT 외 미국 중서부 산줄기를 종주하는 CDT(Continental Divide Trail·5,000㎞)와 미국 동부를 사선으로 잇는 AT(Appalachian Trail·3,502㎞)가 있다. 세 개의 장거리 트레일을 모두 완주한 사람을 트리플 크라우너라고 부르며, 한국에서는 양희종 씨가 비교적 저명한 트리플 크라운 달성자다.



특히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권에서도 미국의 장거리 트레일에 도전하는 인구가 매년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에도 PCT에 도전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으며, ‘스루 하이킹(thru-hiking) 장비 마니아’들이 생겼을 정도로 붐을 이루고 있다.

미국은 장거리 트레일을 운영하기 위해 퍼밋(Permit· 허가) 제도를 만들었다. 트레일에 따라 여러 개의 국립공원을 지나기도 하는데 별도로 퍼밋을 받아야 한다. PCT의 경우 PCT협회에서 승인한 퍼밋이 필요하며 퍼밋 없이 걷다가 레인저(산악경찰)의 불시검문에 걸리면 트레일 밖으로 추방된다. CDT의 경우 별도의 전체 퍼밋은 없지만 로키 마운틴국립공원과 와이오밍의 옐로스톤국립공원, 몬태나의 글레시어국립공원을 통과할 때는 별도의 캠핑 퍼밋을 발급 받아야 한다.



퍼밋에는 미국의 하이킹 문화가 집약되어 있다. 즉 스스로 책임지는 문화다. 퍼밋은 자기 자신의 안전과 공원산림을 스스로 지키고 책임진다는 약속이다. 우리나라는 국립공원에서 야간산행이나 캠핑, 캠프파이어가 금지이지만, 미국은 일정 부분만 충족하면 가능하다. 대신 자신이 책임을 다 진다는 조건에서다. 낚시를 할 때도 퍼밋을 사야 하는데, 검사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대부분 퍼밋을 구입한다. 다만 레인저에게 적발될 경우 상당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또한 공원 레인저가 무척 존경받는 존재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헌신에 감사한다’고 얘기한다.

장거리 하이킹 산업도 여기에 맞춰 성장하고 있는데, 특히 올해가 미국 국립트레일 50주년이 되는 해라 관련 마케팅도 절정에 이르렀다. PCT·CDT·AT 이름을 붙인 한정판 제품도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브랜드에 따라서는 국립공원과 협업으로 기념품을 만들어 공원을 찾은 이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의 국립공원 입장료의 경우 상당수가 걸어가면 무료 이고, 차량에 한해 요금을 받는다는 점이다.




미국보다 훨씬 더 오랜 산악관광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알프스는 미국과 다르면서도, 빠르게 변하는 추세다. 특히 트레킹과 관광 외의 체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트레킹을 제외한 체험 활동으로 스키가 인기를 끌었으나 사계절 할 수 있는 체험 거리를 늘리고 있다. 여름 만년설 눈썰매, 짚라인, 휘르스트 플라이어, 휘르스트 글라이더, 트로티 바이크, 마운틴 카트 등 별도의 기술 없이도 계절별로 즐길 수 있는 체험형 레포츠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3,000m대 고산이 밀집한 북알프스도 비슷한 흐름이다. 특정 계절에만 인기 있던 산악지역을 사계절 인기 있는 곳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글램핑장과 짚라인 같은 새로운 레포츠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스위스를 먹여 살리는 산악관광지, 알프스

요즘 일본과 유럽에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산악관광이 대세다. 일본 북알프스는 산장에서 며칠씩 묶으며 걷는 능선종주가 유명했지만, 최근에는 당일 등산객이 늘고 있다. 가볍게 산행하며 자연도 즐기고 하산 후 온천도 즐기는, 관광과 등산을 접목한 형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 알프스도 산악열차나 케이블카, 곤돌라 등을 타고 짧은 시간 많은 곳을 둘러보는 산악관광이 인기 있다. 체류기간은 짧지만 여러 명소를 둘러보는 집약형 산악관광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알프스는 미국·일본과 다른 특수성이 있는데, 2차 세계 대전 이전에 산악철도가 다 개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환경 파괴에 대한 논란이 생기기 전에 대부분의 산악관광 포인트라 할 만한 곳에 터널과 철도 공사가 끝난 상태였다. 이런 탄탄한 시설 인프라를 바탕으로 관광객을 대거 유입하면서, 숙소와 식당도 대규모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스위스의 관광수입은 무역수지 적자를 메우고 경제를 윤택하게 할 정도이니, 특유의 대량 산악관광 시스템은 스위스의 국력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효율적이며 선진화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스위스는 안주하지 않고 방문자들의 니즈를 분석하여 새로운 대중 레포츠를 도입하고, 자연 속에서의 더 짜릿한 체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선진국들은 대표적인 산악 활동인 등산을 넘어, 더 다양한 체험의 장이 되도록 산이 가진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깨닫고, 이를 통해 높은 수익 창출까지 꾀하고 있는 것. 이처럼 산악관광 트렌드는 다양해지는 사람들의 욕구에 따라 자연을 크게 파괴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그에 맞는 새로운 시도를 하며 성장하는 중이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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